중국 충칭
중국은 나에게 계륵 같은 나라다. 중국에서 경험한 각종 이슈들로 인해 ‘다시는 안 간다!!’고 마음 먹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랜만에 가볼까?’ 하고 생각나는 곳이랄까. 이번에는 둘째가 동화책을 읽고 중국에 가보고 싶다고 한 것도 있지만, 검색하다가 우연히 본 홍야동 사진에 충칭이라는 곳이 궁금해져 레이오버로 짧게나마 둘러보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중국은 중국이었다. 홍야동 기프트샵에서 중국어를 제대로 못하니 눈 뜨고 사기당하고(얼마 안 하니 망정이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이를 깨닫고 불쾌해 하다가 인파가 바글바글한 그곳에 다시 뛰어들 자신이 없어서 화를 식히고 가는, 역시나 중국은 나에게 그런 곳.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아침, 충칭 공항에서 출국 심사를 받기 위해 우리 가족은 졸린 눈을 비비며 줄을 섰다. 짐 검사와 여권 확인을 간략하게 1번씩, 자세하게 1번씩 하니 총 4번을 기다려야 하는데, 창구 직원이 적으니 줄이 길게 늘어설 수밖에. 길거리나 지하철에서도 짐 검사를 하는 중국이기에 그러려니 하면서도, 출국장에서도 두 번씩 X-ray 검사대를 통과해야 하는 게 번거롭다고 생각하면서 난 긴 줄 중간에 서 있었다.
간략한 여권 검사 1번과 자세한 짐 검사 1번을 남겨 둔 시점, 우리 차례가 돼서 4개의 창구 중 마지막 2개의 창구로 남편과 둘째, 나와 첫째가 따로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런데 뭐지? 드디어 내 차례가 돼서 여권을 내려는 찰나에 갑자기 공항 관계자로 보이는 아저씨가 한 팔로 나를 막아서며 중국어로 뭐라뭐라 큰 소리친다. 상황을 보아하니 크루(파일럿, 승무원)들이 등장해서 먼저 보내겠다는 것 같았다. 오른쪽에 있는 크루 전용 창구는 비워두고, 안 그래도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창구에서 꼭 이렇게 민폐 끼쳐야 하나? 에휴 그래, 크루니까 보내줘야지. 그렇게 난 그들이 당연하다는 듯 새치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기다렸다.
크루들이 모두 들어가고 이번엔 진짜 내 차례다! 싶었는데, 이번엔 또 뭐지?? 뒤를 보니 또 다시 새치기하며 밀고 들어오는 어마어마하게 긴 행렬의 중국인들. 이번엔 해외로 출국하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었다! 설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 앞에 또 밀고 들어온다고???
정답! 설마도 없고 상식도 없고 규칙도 없는 이곳. 밀고 들어오기 시작한 단체 관광객들은 나보다 먼저 나가기 시작했고, 그저 이 상황을 지켜보다가는 난 영영 여기서 탈출하기 글렀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미 남편과 둘째는 나가서 짐 검사 받고 있는데... 심지어 내 뒤에 서서 기다리는 사람도 있는데!
‘그래, 어쨌든 난 10번 이상 중국에 와 본 짬밥이 있으니 중국 스타일로 살아남자.’
짧은 순간에 수많은 생각을 한 뒤, 곧바로 눈에 힘을 주고 아까 나를 막아선 아저씨한테 영어로 항의했다. 먼저 줄 서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 심사가 끝나고 다른 사람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가족들은 이미 나갔다고, 비행기 놓치게 생겼다고!
여행을 하다 보면 영어는 절대 안 통하고, 애초에 듣거나 말할 생각도 없고, 모든 인류에게 자국어로 말하는 나라 사람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중국인이다. 역시나 내 말을 알아듣지 못했으나 내가 화가 났다는 걸 눈치채고는 황당하게도 내 팔을 끌더니 옆 라인으로 가라고 하는 게 아닌가? 이미 옆 라인도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렇단 말이지? 그럼 옆 라인 창구 직원한테 말해서 나도 저들처럼 똑같이 밀고 들어가는 수밖에. 창구 직원에게 오래 기다렸으니 먼저 심사해 달라고 요청하니 영어를 모르는 직원은 당황하면서 인상 찌푸리며 내 팔을 끌고 온 아저씨한테 중국어로 뭐라뭐라 물었다. 아저씨는 또 뭐라뭐라 대답하는데 난 알아들을 길이 없으니 그냥 버티기. 어떻게든 이곳에서 나가기 위해 내가 당한 대로 똑같이 여권을 들이밀었더니 결국은 직원도 들이민 순서대로 심사해 주더라.
막무가내인 공항 관계자와 마찬가지로 승객도 막무가내여야 서로 지지고 볶으면서 출국할 수 있는 곳이라니. 애초에 아저씨가!! 하필이면 내 차례에!!! 막아선 게 억울하면서도 속상하긴 하지만 어쨌든 탈출이다!
한숨 돌리며 마지막 코스인 짐 검사를 받기 위해 엑스레이 검사대에 짐을 모두 올리고 나도 검사대를 지나가는데, 으응? 방금 내 여권을 심사해 준 여자 직원이 순식간에 포지션을 바꿔서 여자 승객들 몸수색을 하고 있다. 그때 나를 보고 긴장한 얼굴로 다가오더니 표정으로 말하는 직원.
‘금쪽이 승객은 안 건드린다.’
네네, 고오맙습니다!
이상 험난했던 중국 탈출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