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룩소르
룩소르 신전 및 시장을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앱으로 택시를 호출했다. 택시 도착까지 5분 정도 소요된다고 해서 기다리는데, 갑자기 우리 앞에 끼익 소리를 내며 멈춰선 누더기 승용차 한 대. 운전석 창문이 쓱 내려가며,
“Where are you going? Japanese?”
(어디가요? 일본인?)
라고 물으며 바로 일본어로 물어보기 시작했다. 영어보다 일본어가 훨씬 자유로운 나는 일본어로 이미 택시를 불러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대답했더니, 기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いくら? 同じ値段で行ける!”
(얼마? 같은 요금으로 갈 수 있어!)
이후 집요하게 들러붙기 시작한 기사는 아무리 거절해도 갈 생각을 안 한다. 하필 앱에서는 5분 만에 온다던 택시 도착 시간이 5분 더 연장되었고, 하루 종일 기가 빨려 지칠 대로 지친 우리는 택시를 취소하고 결국 집요한 기사의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씨익 웃으며 얼른 타라고 하는 기사. 누더기 차는 실제로 타 보니 내가 어렸을 때쯤 제조된 차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훨씬 연식이 오래되어 보였으나 다행히 별 문제 없이 움직였다. 승차감이 심각하게 별로인 것만 빼고.
본인을 ‘하마짱’이라고 칭하는 이집트인 택시기사는 애교 섞인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며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본인이 일본 신문 기사에도 나왔다며 보여주고, 라인(우리나라 카카오톡 같은 일본 국민 메신저앱) QR코드를 보여주며 나에게 ‘친구 추가’를 하라고 재촉했다.
내일 일정은 어떻게 되냐며, 자기가 투어를 해줄 수 있다고 하는 하마짱. 우리는 왕가의 계곡을 비롯한 셀프 서안투어를 할 예정이었기에 바로 얼마냐고 물어봤다. 흥정을 거듭하여 25달러에 확정! 내일 새벽 6시 반에 여기서 만나자고 약속하고 숙소 앞에서 헤어졌다.
다음 날 새벽, 미리 짐을 싸서 로비에 맡기고 우리는 약속했던 숙소 앞에서 하마짱을 기다렸다. 그러나 약속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 하마짱. 라인 전화를 계속하면서 메시지도 보냈으나 묵묵부답인 하마짱. 하염없이 기다리기에는 뭔가 느낌이 쎄해서 바로 택시 앱을 켜서 호출을 했다. 오지 않을 것 같은 하마짱이었기에...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택시를 타고 왕가의 계곡, 핫셉수트 여왕 신전 등 서안 관광을 하고 있었다. 한창 릴스를 찍는다며 깔깔거리고 있는 와중에 울리는 핸드폰. 혹시? 싶어서 확인해 보니 예상대로 발신인은 하마짱이었다. 갑자기 몸이 너무 아파서 갈 수가 없었다며, 본인을 미워하지 말라며, 이렇게 아픈 적은 처음이라며 구구절절 영어로 써서 보낸 그의 메시지.
애초에 새벽부터 나올 마음이 없었던 걸까?
아니면 아침잠을 이겨내고 나올 정도로 매력적인 금액이 아니었던 걸까?
일본인 손님이 지어줬을 듯한 ‘하마짱’이라는 이름은 그의 얼굴에 찰떡이었다. 하마짱의 얼굴을 하고 있는 이집트인이라니. 룩소르에서 일본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며 먹고 사는 듯한 하마짱, 혹시 내가 한국인이라고 해서 실망한 걸까?
문 없는 봉고차에서 하마짱까지, 버라이어티한 룩소르에서의 시간. 그럼에도 이집트에 간다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문명이 살아 숨 쉬는 매력적인 이곳.
이게 바로 이집트를 여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