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의 상념
출산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목소리는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는데 수술 부위의 통증이 매우 심해서 스스로 어쩔 줄 몰랐다.
난 왜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는가... 진작 제왕절개에 대해 알아봤으면 그 죽을 것 같은 고통도 어쩌면 견뎌내지 않았을까. 다시 돌아가도 자신은 없지만 출산은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난 왜 그렇게 자연분만을 자신만만해 했을까. 이제와서 소용 없는 후회지만, 제왕절개의 상처보다 나 자신에게 입힌 상처가 오래 남을 것 같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난소의 기형종을 떼어냈다는 것.
왼쪽 팔엔 수액과 무통을, 오른쪽 팔과 엉덩이엔 피 뽑는 주사, 항생제와 진통제 등의 각종 주사 투여 중. 평생 입원은커녕 골절 등의 부상을 당해본 적도 없어서 내 생애 이렇게 의학의 힘을 빌리는 것은 처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깨끗이 단장하고 우리 긍정이를 만났다! 모자동실이 하고 싶어서 어찌나 기다렸는지. 태어난 지 만 하루도 안 된 우리 아기는 머리숱이 풍성했다. 얼굴도 뽀얗고 이목구비도 뚜렷하니 잘생겼다! 이렇게 도치맘이 되나보다. 그런데 아기를 어떻게 안아야 할지 몰라서 나와 남편 모두 당황... 미안해 긍정아, 초보 엄마와 아빠라서. 긍정이 얼굴을 한참 바라보고 사진 찍다가 혹여나 실수할까봐 조심스레 다시 신생아실로 보냈다. 또 만나!
출산 소식을 주변에 알리면서, 아직은 누군가의 엄마라는 게 믿기지 않는데도 엄마가 되었다고 소식을 전하다 보니 기분이 묘했다. 어디선가 갑자기 뿅! 나타나더니 내 아들이라고 하는데 낯설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동안 고민해 오던 아기의 이름을 드디어 정했다. 직접 지은 이름이라 사주를 알아보고 한자를 정했는데 부디 좋은 이름이기를 바란다.
이 와중에 점점 심해지는 부종. 그러나 수유하러 갈 때마다 입 벌리고 기다리는 우리 아기가 정말 사랑스러워서 아픈 몸을 견뎌낼 수 있었다. 모유 먹다가 잠드는 귀여운 아기. 흰죽만 먹다가 드디어 일반식이 나오는 날에는 고봉밥에도 놀라지 않고 순식간에 다 먹었다. 앞으로도 밥 한 톨, 반찬 하나 남기지 않고 다 먹을 자신이 있었다.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서는 무엇인들 못하랴.
출산 후 3일째되는 밤, 피곤해서 일찍 누웠는데도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긍정이를 가진 순간부터 임신 기간의 행복과 출산의 아픔, 그리고 후회까지. 갑자기 미친듯이 쏟아지는 눈물에 산후우울증인가 싶으면서도 좀처럼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자정이 넘어서까지 계속 울다지쳐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새벽 4시 반. 수술 부위의 찌릿찌릿한 통증이 불편하기 시작한 날. 호르몬의 장난인지 점점 마음이 힘들어지기 시작하더니 울면서 남편한테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 우울감의 원인은 생각지도 못한 제왕절개로 인한 통증과 자괴감이었는데, 나는 수술 부위의 통증이 이후 1년 넘게 지속될 정도로 몸이 안 좋아서 몸도 마음도 고통스러웠던 시절이었다. 몇 날 며칠 좀처럼 잠이 들지 못하고 악몽처럼 부정적인 생각들이 끊임없이 되풀이 되어 나타났다. 이 악몽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우리 긍정이가 아닐까. 열심히 최선을 다해 키우면 잊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7시 반, 아침 식사를 하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수유콜! 후다닥 내려가서 긍정이를 만나니 갑자기 힘이 불끈 솟아올랐다. 모유량이 적어서 그저 미안할 뿐... 7시 반, 11시 반, 15시, 17시 반, 21시에 수유콜을 받고 부지런히 신생아실로 내려갔는데, 간호사 선생님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긍정이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똘망똘망하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잘 놀면서 목소리가 큰 긍정이라며, 이렇게 예쁜 아들 내일 조리원으로 가지 말라며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다.
밤 9시에 갑자기 떨어진 긍정이의 배꼽. 우리 둘을 9개월 동안 이어준 탯줄이기에 순간 울컥했다. 긍정아 고마워❤️
자려고 누우면 캄캄한 어둠과 고요한 적막에 내 마음 속의 어둠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물이 갑자기 흐르기 시작한다. 호르몬의 장난인 걸 알기에 이겨낼 거라 마음 먹으며, 또 다시 새벽에 눈이 떠졌지만 조리원으로 가야 하니 다시 한번 힘을 내어 본다.
수술 부위의 아픔에 수유로 인한 가슴 상처까지 더해져서 멘탈이 너덜너덜해지기 시작했으나, 새로운 곳으로 옮기면서 새로운 마음을 갖기로 스스로 다짐했다. 실밥을 뽑고 퇴원하는 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었지만 아기라는 가족이 있어 행복했다.
이제 조리원 라이프 시작이다.
[작가의 한 마디]
출산 전에 '당연히 자연분만을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단 한 번도 제왕절개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장시간 출산의 고통을 견딘 후의 제왕절개 출산은 1년 동안 제 몸과 마음을 아프게 했답니다. 처음부터 둘째를 낳을 때처럼 제왕절개를 했으면 5분만에 힘들지 않게 낳을 수 있었을 텐데, 초산이다 보니 자연분만을 먼저 시도하는 게 특별한 건강 이슈가 없던 저에게는 당연한 수순이었어요. 이후 '자연분만을 해내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들면서 우울한 시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왜 우울해 했는지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몸도 아픈 데다가 호르몬의 장난이 개입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1년 동안 아팠던 몸은 정상으로 돌아왔고, 제왕절개를 하면 아이의 머리가 나쁘다, 건강하지 못하다는 등의 다양한 소문(?)들은 현재 똘똘한 초등학생인 첫째와 똑부러지는 유치원생 둘째를 보면서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낼 수 있게 되었지요.
만약 출산 전으로 돌아간다면 자연분만과 제왕절개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며 한 번쯤 고민해 볼 것 같아요. '아는 만큼' 출산 후 몸과 마음의 고통을 덜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