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글쓰기

본질은 처세

by TH

글쓰기의 종류는 다양하다. 우리가 가장 어렸을 때 받아쓰기를 시작한 이래로 우리는 좋든 싫든 글쓰기를 해왔다. 초등학생 때는 일기 쓰기가 방학숙제로 항상 있었고, 중고등학생 때는 백일장, 고3에는 입시논술까지. 대학교도 끊이지 않는 레포트(지옥)이 기억에 남는다. 학위를 마칠 때는 학위논문까지. 직장에 들어와서는 조금 다른 형식의 글쓰기가 시작된다. 사실 글을 쓴다는 자각이나 개념조차 와닿지 않지만, 하루에 수십 통씩 이메일을 보내고, 미팅에 필요한 자료를 부단히도 매만진다. 좁은 의미로는 말 그대로 ”글“을 쓰는 것이 글쓰기이지만, 넓은 의미의 글쓰기로는 text를 기반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모든 것이 글쓰기의 범주에 들어올 수 있겠다.


기본적으로 글쓰기는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하지만, 직장에서 글쓰기는 한 가지 신경 써야 할 것이 있다. 화자의 입장과 청자의 입장, 그리고 청중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내가 쓰는 이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누구에게 전달해야 하는지, 그리고 청중으로서 이 글의 무대를 어디까지 가져갈 것인지 등등. 경력이 쌓일수록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메일이나 자료들이 대다수 있겠지만, 예리하게 매무새를 정리하고 날카롭게 만들어야 하는 메시지들도 간혹 있다.


이런 메시지의 행간에서는, 경력에 따라 담기는 처세술을 엿볼 수 있다. 학생 때까지의 글쓰기가 숙제의 성격이었다면, 직장인으로서의 글쓰기는 브랜딩이자 나의 전략이다. 글을 씀으로써 나를 드러낼 수밖에 없고, 내가 무대에 올라가야 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영리하게 이 상황을 풀어낼 것인지를 볼 수 있다. 참고로 내가 기본적으로 장착하는 전략은 정직이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소통한다. 교묘하게 해석되지 않도록, 나의 의도를 보여줄 아주 명확한 단어를 선택한다. 글의 구성도 가급적 단순하게 가져간다. 경우에 따라서 한 문장으로 정리할 때도 있다. 나 자신에게 정직하게 대하는 만큼 기억의 왜곡도 없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단순해진다. 청중이 파악하는 사실에도 최대한 의견을 넣지 않는다. 개인적인 의견을 이야기할 때는 개인의 의견임을 분명히 밝힌다. 정직하게 풀어야 오해가 없기 마련이다. 당신의 글쓰기는 어떤 처세의 모습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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