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어른의 관계를 가꾸는 100일 필사 노트』 리뷰
하루를 돌아보면 늘 깨닫는다. 관계가 내 감정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을. 아침에 가족과 나눈 짧은 대화, 회사에서 스쳐 지나간 메신저 한 줄, 지인에게서 온 연락 하나까지.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들떴다가도, 표정 하나에 종일 마음이 가라앉는다. 그래서 인간관계는 늘 즐거움과 피로 사이에서 흔들린다.
나는 종종 이런 질문을 던진다.
“왜 나는 관계 속에서 쉽게 지치고 흔들릴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을까?”
김종원 작가의 『어른의 관계를 가꾸는 100일 필사 노트』는 그 물음에 답을 건네는 책이었다. 읽는 책이 아니라, 쓰는 책. 매일 한 문장을 손으로 적으며 관계를 대하는 태도를 천천히 다듬어가는 자기계발 필사 노트다. 글자를 따라 쓰는 작은 행위가 곧 마음을 붙잡는 힘이 된다.
책의 중심에 흐르는 비유는 단순하면서도 깊다. “관계는 정원을 가꾸는 일.”
정원을 돌볼 때 물과 햇빛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잡초를 뽑고, 가지를 다듬고, 꽃이 잘 자라도록 세심히 관리해야 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가까운 사람을 무작정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오히려 관계의 품격은 불필요한 인연을 솎아낼 수 있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기 위해, 싫은 소리를 피하기 위해, 우리는 때로 필요 없는 관계를 억지로 이어간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어른다운 관계는 억지로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가려내고, 의미 없는 관계를 정리하는 힘에서 시작된다고. 관계의 진정한 깊이는 넓이가 아니라 밀도에 있고, 그 밀도는 자기 철학과 진심에서 비롯된다.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지점은 바로 필사의 힘이다. 저자가 제시한 100개의 문장을 손으로 따라 쓰는 순간, 눈으로 읽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 찾아온다.
예를 들어 이런 문장.
“거절은 나만의 철학이 있다는 증거다.”
이 한 줄을 쓰다 보면, 거절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떠오르고, ‘예스’라고 말한 뒤 후회했던 기억이 스친다.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기준으로 내 시간을 지켜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손으로 옮겨 적는 시간이 곧 자기 성찰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필사는 타인의 언어를 내 안에 새겨 넣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문장은 삶의 태도로 변하고, 습관은 나를 조금씩 바꾼다. 하루 한 문장이 쌓여 어느 날 달라진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책 속 문장들은 구체적인 상황에 닿아 있다. 직장에서 무례한 사람을 만날 때, 뒤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흔들릴 때, 필요할 때만 다가오는 지인에게 실망할 때. 그럴 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무례한 사람을 대할 때 정중함은 그를 위한 태도가 아니라 나를 위한 선택이다.”
상대를 바꾸려는 시도는 끝내 나를 지치게 한다. 그러나 정중함을 지키는 것은 내 품위를 잃지 않기 위한 선택이다. 손으로 이 문장을 따라 쓰는 순간, 마음은 조금 가벼워지고, 중심은 조금 더 단단해진다.
또 다른 문장은 관계를 알고리즘에 비유한다. 내가 어떤 사람과 어울리느냐에 따라 비슷한 사람들이 내 삶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더 나은 인연을 원한다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필사를 통해 이 말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관계를 바꾸는 길은 내 삶을 먼저 다듬는 것임을 깊이 깨닫게 된다.
책은 100개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하루에 하나씩 따라 쓰도록 안내한다. 처음에는 그저 글자를 옮겨 적는 일처럼 느껴지지만, 30일이 지나면 생각이 달라지고, 50일쯤 되면 관계 속에서 불필요하게 흔들리지 않게 된다. 그리고 100일이 다가오면 이전과는 다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다. 매일 조금씩 정원을 돌보다가, 문득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처럼 찾아온다. 『어른의 관계를 가꾸는 100일 필사 노트』는 바로 그런 과정을 경험하게 해준다.
이 책 속 문장은 직장, 사회, 가족, 연인 관계까지 삶 전반에 스며든다. 상사의 눈치를 보며 억지 웃음을 지었던 사람이 차분히 의견을 말할 수 있게 되고, 가족에게조차 거절하지 못하던 사람이 자기 시간을 존중받게 된다. 험담에 마음이 흔들리던 사람이 더 이상 거기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어른의 관계를 가꾸는 100일 필사 노트』는 관계 속에서 지치고 흔들렸던 이들에게 든든한 동반자가 된다. 불필요한 관계에 소모되지 않고, 진심을 나눌 인연을 지키며, 나다움을 유지하는 법을 매일 한 문장으로 알려준다. 작은 손끝의 행동이 쌓여 결국 삶을 바꾸는 힘이 된다.
100일 동안 이어지는 문장은 흔들리던 마음에 뿌리를 내리고, 조금씩 달라진 태도가 쌓여 결국 더 지혜로운 어른으로 이끌어준다. 관계 속에서 나를 지키고 싶은 모든 이에게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책이 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따라 쓰는 동안, 작은 변화들을 체감했다. 예전에는 상대의 말과 표정에 쉽게 흔들렸는데, 하루 한 문장을 쓰며 마음을 붙잡는 연습을 하다 보니 불필요한 말에 휘둘리지 않는 힘이 조금씩 생겼다. 거절이 두려워 늘 “예스”라고 말하던 순간도 떠올랐고, 이제는 내 시간을 지키는 일이 곧 나를 존중하는 일임을 알게 됐다.
아직 완벽하게 어른답진 않다. 하지만 필사 노트 위에 흘린 하루하루의 손끝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이 책은 결국 관계를 바꾸는 책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나를 세우는 법을 배우게 하는 책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단순히 읽은 책이 아니라, 내 삶에 오래 남을 ‘훈련의 기록’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