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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 Oct 01. 2024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나를 발견하다

긍정인간 프로젝트 

모성애가 없는 사람은 없다. 단지 내가 자각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남들이 사랑스러운 눈으로 갓 출산한 아이를 바라보는데 난 그렇지 못하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다. 낯선 그 느낌을 내가 아직 모르는 것뿐이니까. 그러니 남과 비교하며 애써 나를 깎아내리지 않아도 괜찮다.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무조건적인 아이의 사랑을 받으면서 기쁜 순간, 감동하는 순간, 행복한 순간들이 모여 내 안에 꼭꼭 숨은 모성애가 가득한 방의 문을 노크하고 조금씩 열어줄 테니까.


나도 그랬다. 태어나자마자 그렇게 예쁘고 귀여운 내 아이가 그저 제 삼자, 또 다른 작은 인간으로 보였다. 그렇다고 밉거나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역시 낯설었을 뿐이니까. 그렇게 시간이 조금씩 흘러 내 아이의 유아기가 지나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생이 되었다. 성격이 독특한 면이 있었지만 성장 과정이 무난했기에 크게 힘든 점은 없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가 내게 입을 다물었던 혹은 내게 이야기했지만 내가 무신경하게 넘겼던 일들이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다는 점을 몰랐다. 나와의 생활 속에서,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부당하게 대우 받았던 문제들을 나는 외면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내 아이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넘어간 적이 많았다. 그렇다고 아이를 다그치거나 아이에게 화내지는 않았지만 이런 무관심도 아이에게 상처였으리라. 지금 생각하면 모든 원인이 그 당시 나의 태도와 건드리면 터질 것 같았던 예민함과 동시에 무기력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초등학교 때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친구에 대해서 잘 이야기하지 않던 아이는 중학교 때부터 내게 많은 이야기보따리를 꺼내 놓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도 부족했지만 나 역시 내 부족한 점을 잘 알고 있어서 좀 더 좋은 엄마가 되려고 무던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었다. '친구 같은 엄마'가 내 목표였다. 그래서 아이와 대화를 더 잘하려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알려고 유행하는 노래, 인기 있는 가수 등에 대해 잘 들으려 했고 같이 즐기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나 역시 '말이 통하는 엄마'쪽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아이는 종종 "엄마는 다른 엄마들이랑 생각이 좀 달라. 꽉 막혀있지도 않고 요즘 트렌드에 대해서 이해도 잘하고 그래서 좋아."라는 말을 지금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억지로 변한 것은 아닌데 나 역시 어린 시절부터 현재 트렌드에 맞는 성격이나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도 조금 든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개인주의 성향'이 짙다. 그래서 늘 '이기적인 아이'라든지 '공부 잘하는 애들이 성질이 나쁘다'라는 말을 엄마에게 자주 들었었다. 나는 내가 나쁜 행동을 하지 않는데 왜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친척들을 만나도 엄마는 그런 말을 했기 때문에 친척들 사이에서 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했다. 서로의 사생활도 없이 경계선이 흐린 사이가 나는 어릴 때부터 싫었고, 넘지 말라는 말을 할 용기가 없었기에 늘 '성격 나쁜 아이'가 되었다. 내가 그렇게 배려심이 없는 사람인가? 아닌데, 밖에 나가면 좋은 말을 더 많이 듣는데 왜 집에서는 아니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의 이런 성향이 요즘 아이들과 맞아서 내 세상을 만난 기분이다. 물론 또래의 사람들이나 나보다 연장자들을 만나면 또 독특한 사람 취급받지만 괜찮다. 내가 살아갈 세상은 좀 더 합리적일 테니까. 그리고 지금은 '경계선을 넘지 말라고' 당당하게 말할 용기가 생겼으니까. 무엇보다도 내 아이와 더 재미있게 대화할 수 있고, 제자였던 아이와도 지금까지 고민을 들어주고 이야기하는 사이가 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그러니 내가 타고난 성향을 무조건 탓하며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더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남들이 '이기적이야.', '너무 소심해', '카리스마가 없어', '우유부단해', '게을러', '너무 나서는 것 같아'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신경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다. 남들이 규정하는 나에 갇혀서 살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내 인생은 그들 것이 되고 그들이 조정하는 것이 될 테니까. 내가 타고난 것을 내가 받아들이고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잘 인식해서 내 삶에 유용하게 적용하면 된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말자. 내 성격은 나쁘지 않다. 내 성격은 좋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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