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평가 후기 : 마음이 지옥 같았다

눈물은 하염없이 흐르고, 콧물로 두 콧구멍이 꽉꽉 막혀 버렸다

by 이긍정

회사에서 면담을 하고 왔는데 마음이 지옥 같다. 지난해에 이어 6개월 꼴로 최하위, 인센티브 제로의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마음은 한없이 지옥 같고, 회사에서도, 엄마에게도, 남자 친구에게도 씩씩한 척해 보였지만 그때뿐이다. 나를 일 못하는 사람 취급하더라니까?라고 말했을 때 그럼 그때 이렇게 말했어야지! 인센티브도 못 받는데 어떻게 열심히 일하냐고, 난 그거뿐이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해버리지 그랬어. 나를 옹호하고,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그런 말들 조차, 나는 나를 비난하는 말로 들렸다. 왜 더 똑 부러지지 못했어? 너를 그렇게 평가하는데 가만히 두고 보고만 있었어? 내가 다 화가 난다. 그런 말들이 고마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나를 비난했다. 왜 넌 스스로 변호를 못해? 왜 넌 그때 바보처럼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어? 왜 그랬어?


그런 말들이 내 마음속에서 나를 괴롭혔다. 너는 왜 그렇게 바보 같아? 결국 돈도 조금 받고, 일만 많이 하는 꼴 아니야? 너는 왜 그렇게 불평만 해? 내가 한 말을 두고,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이 등 뒤에서는 그런 말을 할 것만 같았다. 쟤는 찡찡대기만 해. 불평불만이 많아. 사람들 앞에선 제멋대로 투덜대고 나서 씩씩한 척해 보였지만 이내 집에 돌아와선 훌쩍였다. 혼자 울고만 있는 내 모습을 타자화해 보면서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거 다 너 잘못 아닌데. 그 사람들이 그냥 네가 싫어서. 네가 하는 일들을 축소시키려고. 말을 지어내고, 그 말에 맞춰 너의 성과를 폄하한 건데. 그 사실을 다 아는데도, 내가 나서서 그게 아니라고,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고 따져 묻지 못한 과거의 내가 미웠다. 인정받지 못하는 마음은 지옥에 구렁텅이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그거 사실 아닌데. 나는 회사 밖에선 자기 주도적이고, 사람들하고도 잘 지내고, 글도 잘 쓰고,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나 정말 괜찮은 사람인데. 회사에서 그런 취급을 받고 있노라면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나를 아무렇게나 폄하하는 말을 듣고 있노라면 몸 깊은 곳에서부터 열이 심하게 돌았다. 뜨거운 어떤 게 내 깊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걸 계속 품고만 있는 기분이었다. 나도 아무렇게나 될 대로 되라는 듯 말할 수 있는데. 이성적으로는 그게 정답이 아니니까. 월급은 소중한 거니까. 회사에서 얻는 인정 말고도, 동료들과의 소중한 관계도, 나를 믿어주는 친구와 동료들의 얼굴을 매일 아침 볼 수 있다는 것도, 서로 그 자리를 지키고 서로를 응원할 수 있다는 걸로도 좋으니까. 상사의 인정 이외에도 이 일이 주는 즐거움이 있으니까. 고작 그 인센티브 못 받는다고 갑자기 내가 이룬 성과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니까. 그러니까 버텨야지. 물론 월급도 중요하지만, 인정도 중요하지만, 그 이외에 중요한 것들이 차고 넘치니까 말이야.


이렇게 회사에서 절망감과 무력감을 느낄 때마다 글로 남겨야지 다짐했다. 오늘도 유튜브를 보고 있다가 문득 마음이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넷플릭스를 틀고, 떡볶이를 먹고, 막걸리를 마시고 배가 불러도 끊임없이 밀가루를 뱃속으로 집어넣는 나를 보면서. 마음이 힘든 걸 외면하려고 음식을 되는대로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러면 채워지지 않은 감정의 허기가 채워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당연히 받았어야 할 인정과 격려를 되돌려 받을 수 있다는 듯 먹어댔다. 그러면 마음도 괜찮아지는 것처럼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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