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변화가 하나둘 생기자 ‘아기가 뱃속에 있구나’하는 실감이 났다
임신을 알아차린 뒤로 몸의 작은 변화들이 하나둘씩 시작됐다. 가장 먼저 알아차린 건 가슴이었다. 원래는 작고 소중한 A사이즈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평소 입는 브래지어와 운동할 때 쓰던 브라탑이 불편해졌다. 성인이 된 뒤로 생리 전후 1kg 정도 쪘다가 빠지기는 했어도, 이렇게 한 번 변화가 생긴 뒤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는 경험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점점 원래 입던 브라가 꽉 끼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에는 “이런 섹시한 가슴이 내 몸에서도 나온다고?” 싶을 정도로 변모했다. 가슴이 커지면서 딱 맞던 운동복의 겨드랑이 부분이 하나둘씩 불편해졌고, 그와 함께 얼굴이나 몸에 잘 나지 않던 여드름이 가슴 사이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두 개로 끝나지 않고 계속 올라오니 ‘정말로 아기가 뱃속에 있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변화는 치질이었다. 임신 전 항문 염증으로 치열 수술을 받은 뒤 치질은 사라진 줄 알았는데, 임신 후에 다시 도졌다. 항문 주변이 염증이 생긴 듯 부풀어 올라 고통스러웠다. 산부인과 교수님께 증상을 말씀드리자 “초기에 치질이 벌써 왔어요?” 하고 놀라셨다. 초기라 약을 마음껏 쓰진 못했지만, 다음 방문 때 바르는 약을 처방받았다. 임신부용 치질약은 가격이 사악했지만, 고통이 심할 때마다 그 작은 연고 한 통이 위로가 되었다.
몸의 변화 중 가장 큰 건 입맛의 변화였다. 임신 초기에는 입덧으로 밥도 잘 못 먹는 경우가 많다는데, 나는 다행히 심하지 않았다. 대신 평소 좋아하던 면이나 빵 같은 탄수화물이 자주 당겼다. 쌀국수, 멸치국수, 스파게티, 냉면처럼 면 요리를 먹으면 속이 편안했다. 반면 계란이나 닭가슴살·고기 같은 단백질은 냄새만 맡아도 역하게 느껴졌다. 흥미로웠던 건, 임신을 모르던 시절 남편과 리조트에 가서 편의점 간편식과 짜파게티를 실컷 먹었을 때는 괜찮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라면이나 인스턴트는 쳐다보기만 해도 싫어진 점이었다.
드라마에서처럼 한밤중에 딸기를 찾는다거나 특정 과일을 꼭 집어 먹고 싶어지는 일은 없었지만, 대신 새콤달콤한 제철 과일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황도 복숭아, 키위, 사과 같은 과일들이 특히 당겼다.
임신 소식을 알린 후엔 주변 사람들의 사랑으로 냉장고가 과일로 가득 찼다. 시어머니는 임신 소식을 듣자마자 복숭아와 사과 한 상자를 보내주셨고, 이모님은 변비에 좋다며 푸룬 한 상자를, 친정엄마는 포도철에 포천 포도를 한 상자 사주어서 달디단 포도로 늦여름을 보냈다. 임산부에게 당 섭취를 지나치게 하지 말라고들 하지만, 이렇게 당도 높은 사랑을 받는 건 싫지 않았다.
이제 임신 초기는 지나 15주차인 임신 중기에 들어섰다. 보통 임신 중기부터는 여행도 가능하다고 해서 얼마 전 남편 엽이와 함께 베이징과 가족들과 부산 여행을 다녀왔다. 그런데 임신 중기부터는 입덧이 사라지고 편안한 시기가 찾아온다는 말과 달리, 나에게는 ‘환도선다’라는 무서운 증상이 찾아왔다.
*참고 — ‘환도선다’는 엉덩이·골반 부근 통증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임신 중 요통이나 골반 불편감의 한 형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임신 중 약 50% 이상의 산모가 경험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Cover Photo by Kristen Plastique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