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볼록 나온 모습으로도 땀 흘리는 임신부이고 싶다
취미가 테니스가 된 지 3년 차인 나는 임신 사실을 6주 차에 알았다. 임신 소식을 알리자마자 엄마는 이제부터 테니스도 치지 말라며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부모인 남편과 나는 “운동해도 괜찮지 않아? “라고 되물었는데 엄마는 코웃음을 치면서 “되겠냐”라고 맞받아쳤다.
임신 소식을 테니스클럽 회원들에게 조심스럽게 알리자 다들 언제까지 운동할 거냐면서, 해도 되는 거 맞냐고 다들 한 번씩 물어왔다. 나는 괜찮다는데 오히려 클럽의 언니, 동생들이 나서서 많이 뛰지 말라며, 게임 횟수를 줄이기도 하고 코트가 많을 때 나와서 천천히 랠리 하면서 몸이나 좀 풀고 가라며 겁을 주는 일이 많았다. 나는 입덧도 심하지 않고 괜찮은데 다들 그렇게 말하니까 하는 수 없이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늘었다.
언니들은 이미 아이가 고등학생, 성인인 자녀를 둔 나잇대여서 태몽은 누가 꿨냐면서 언니들의 태몽 이야기, 입덧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하도 주변에서 운동하지 말라기에 분만병원에 가서 교수님께 물었다. 교수님은 원래부터 하던 운동이면 괜찮다고 말씀하시면서 “전쟁 통에도 아기 낳고 다 했는데요 뭘~”하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하셨다. 병원에 다녀온 후에는 운동 괜찮냐는 질문에 교수님의 대답으로 방어를 해도 다들 미심쩍어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더 책과 유튜브를 파고들었다. 정말 운동하면 안 되는 걸까? 어른들은 옛날 사고방식으로 안정기 때는 정말 안정을 취하는 게 맞다고 하니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주변에 임신한 친구들도 운동을 피하고 최대한 조심하면서 지낸 것 같아 나 혼자 유난인지 궁금했다.
대표적으로 안정기 때 안정을 취하는 것 빼면 다해도 된다고 하시는 분이 프로그램 유퀴즈에 나온 전종관 교수님이다. 교수님의 책 <작은 변화에도 걱정이 많아지는 예비 엄마들에게>라는 책에도 그의 운동 조언이 나온다. ’단태임신 중에는 힘들지 않다면 임신 초기부터 막달까지 계속하더라도 임신부와 태어에게 해롭지 않다‘고 한다. 추천하는 운동으로는 걷기, 수영, 자전거를 권한다고. 대부분의 책에서 요가나 걷기 정도의 단편적인 운동을 권한 것과는 정반대 되는 조언이기도 하다. 걷기도 땀이 날 정도의 빠른 걷기를 권한다는 걸 보면 분명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이 임신부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에 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임신부의 운동에 관해 무지하고, 과잉보호하려는 문화가 아닐까 싶다.
그러면 구기종목인 테니스도 가능할까? 유튜브 산소티비로 알려진 산부인과 전문의 이재일 교수는 책 <임신 출산 미리 보기>에서 운동은 추천이 아닌 필수라고 말한다. 임신 전부터 테니스를 쳤던 교수의 아내는 임신 28주까지 테니스를 쳤다고 한다. 그렇게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방법이라며 추천한다.
이렇게 다수의 산부인과 의료진들이 운동을 권하는 사례를 글과 말로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안심이 됐다. 몇 차례 교수님들의 이야기를 주변에 하자 “그래? 요즘에는 나 임신했을 때랑은 또 다른가 보네?”하고 수긍하기도 한다. 그렇게 몸 쓰다가 유산될 수도 있지 않냐는 물음에는 ‘유산되는 건 이미 세포에서 결정되는 거라 건강하지 않은 수정체였기 때문에 유산될 애가 유산되는 거다 ‘라고 하면 다들 또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다. 요즘은 SNS에서 배가 볼록 나온 임신부들이 운동하는 영상을 올린다. 꾸준히 러닝을 하기도 하고, 테니스도 치고 심지어는 크로스핏 하는 모습까지도 볼 수 있다. 나도 그녀들을 따라 배가 볼록 나온 모습으로도 테니스를 치고, 물 위를 가르며, 덤벨을 드는 임신기를 보내고 싶다.
Cover photograph by Unplash @Toa hefti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