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바라던 일이었는데도 임신에 대해 무지했다
산부인과에서 아기집이 확인되자마자 준 건 임신확인서였다. 예정일은 2026년 4월 4일이라고 적혀있었다.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은 “여기는 분만병원이 아니니 이후에는 분만하는 산부인과에 방문하세요~”하고 말했다. 산부인과가 진료병원과 분만병원이 나뉘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던 나는 해야 할 일 목록에 ‘분만 산부인과 찾기’가 추가되었다. 임신확인서와 함께 아기집 초음파 사진을 받고는 산부인과를 나섰다.
산부인과에 가기 전, 남편에게는 바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거라고 얘기했다. 피검사처럼 토요일에 하면 월요일에 알 수 있을 거라며 혹시 모를 것을 대비해 놀라게 하기 위한 사전에 준비를 해둔 것이다. 데리러 온 남편의 궁금한 얼굴에 ”월요일에나 알 수 있대…“했더니 김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그 모양이 웃겨 받은 임신확인서와 초음파 사진을 가방에서 꺼내 들면서 “짜잔!”하고 보여줬더니 남편은 “뭐야! 임신했대? 진짜야?”하고 몇 번을 되물었다. 우리는 복권에 당첨이라도 된 듯 ”오예~! “를 연신 외치면서 신나는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나는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나는 우선 검색으로 시작했다. 주변에 임신한 친구도 많지 않거니와 임신 자체에 대해 무지했다. 오래도록 바라던 일이었는데도, 막상 임신이 되고 나니 ‘나 정말 임산부가 된 건가?’ 싶어 실감이 나질 않았다.
검색해 보니 보건소에 들러 산전 검사와 카드앱을 통해 국민행복카드 바우처를 신청하라는 글들이 눈에 띄었다. 먼저 국민행복카드는 퇴사 후에 심리치료 상담을 받기 위해 발급받아 두어 내게는 익숙한 이름이었다. 국민행복카드는 정부가 지원하는 복지사업에 사용할 수 있는 카드다. 복지사업 대상자로 자격이 인정되면 카드를 발급받아 해당 사업의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심리 상담 지원 사업에서 쓴 카드와 동일한 카드로 임신 바우처도 받을 수 있었다. 카드사에 연락해 임신 확인서를 제출하고 며칠 기다리자 바우처로 산부인과 등 임신 관련 비용을 쓸 수 있도록 1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이걸로 각종 산부인과 진료비와 약제비, 영양제 등 임산부에게 필요한 비용을 모두 해결할 수 있어 나 같은 백수 임산부에게는 단비 같은 존재였다.
며칠 뒤 임신확인서를 챙겨 보건소에 들렀다. 무료로 간단한 소변검사와 피검사를 했고, 임신확인서를 제출하니 핑크색의 임산부 배지와 함께 초기 임산부가 먹어야 할 염산과 철분제를 챙겨주었다. 이 간단한 검사로 산모와 아기의 건강 상태를 체크한다. 피검사로는 빈혈, 간염 등을 소변검사로는 임신성 당뇨나 임신중독증 같은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함이다.
핑크색 임산부 배지를 받으니 진짜로 임산부로 인정받은(?)듯한 기분이었다. 임신을 바라던 중에는 임산부 배지를 보기만 해도 부러웠었는데, 이걸 내가 갖게 되다니! 감동적이었다. 얼마 전 퇴사한 나는 출퇴근할 일이 없어 교통약자로서 배려받을 일이 없지만, 왠지 가방에 걸린 배지를 볼 때마다 내 뱃속에 작고 소중한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까먹지 말라고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이 외에 검색해 보니 임산부가 받을 수 있는 혜택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스타벅스에서는 임산부에게 커피 쿠폰 2장을 무료로 지원하고, 경기도에서는 임산부를 위한 책 지원사업으로 임신과 육아와 관련한 책 3권을 무료로 지원한다. 각종 영유아 브랜드에서는 예비 소비자들인 임산부들에게 자사 브랜드의 기저귀나 물티슈 등을 모은 첫 만남 패키지 같은 것들을 무료나 혹은 배송비 정도만 받고 지원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비슷한 시기에 임신한 친구가 산모교실에 가면 각종 육아제품을 한 꾸러미 받을 수 있다기에 가서 한 시간 정도 모유수유 수업을 듣고 받아왔다. 손품발품을 잘 팔면 태어날 아기를 위한 각종 생필품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시간이 날 때는 유튜브를 살펴보고 임신 관련 책을 빌려보았다. 유튜브는 산부인과와 소아과 형제가 운영하는 산소형제 TV나 산부인과 의료진이 운영하는 우리 동네 산부인과의 줄임말인 우리 동산을 통해 임신주차별 해야 하는 검사와 임산부가 먹어도 되는 음식과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익혔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건 임신을 모르는 상태로 한동안 정신과 약을 복용했다는 점이었다. 임신 중 약 복용은 기형아를 유발할 수 있어 걱정이었다. 물론 정신의학과 교수님은 현재 복용하는 약이 기형을 유발하는 약은 아니지만, 혹시 모르기 때문에 약 2주간의 휴약기를 가지고 임신하기를 권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을까 걱정이었다. 임신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는 약이 마침 끝나 중단한 상태였다. 갑자기 약을 중단하는 것도 걱정스러워 더 열심히 각종 책과 유튜브를 찾아보았던 것 같다. 책은 <임신 출산 육아 365>책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결국 얼마 뒤 정신의학과와 산부인과가 협진할 수 있는 대학병원으로 예약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