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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실 Jan 13. 2021

히어로즈는 2차 4라운더를 얼마나 잘 뽑았을까?

김상수로 알아보는 영웅군단의 현주소 - 1편

  키움 히어로즈가 내부 FA였던 베테랑 투수 김상수를 SK 와이번스에 사인&트레이드 방식으로 넘겼다. 이로써 김상수는 별도의 보상선수와 보상금 없이 SK와 최대 3년 15억에 FA 계약을 맺게 되었다. 한편 키움은 지난 5년간 필승조로 활약했던 30대 초반의 불펜 투수를 내주는 대가로 3억 원과 신인 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지명권을 받아오게 되었다.

  3억 원의 금액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히어로즈가 어떤 구단인가? 2010년대 중반, 강정호와 박병호의 포스팅으로 200억 상당을 벌었고 손승락, 유한준 같은 대형 FA의 보상금으로도 23억 원을 받았으면서, 이듬해 외부 FA는커녕 외국인 선수로 로버트 코엘로를 데려왔던 극악무도한 구단이 아닌가? 지갑 사정에 3억이라는 여유가 더 생겼다고 해서 외국인 타자가 모터 급에서 샌즈 급으로 변하는 등의 뚜렷한 전력 변화는 없을 것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현금 외에도 '2021년 신인 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지명권'을 추가로 받아왔다는 것이다. 이 선택에서 키움이 '애매한 유망주를 받아오느니, 신인을 한 명 더 뽑아 육성하는 게 더욱 전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음을 엿볼 수 있다. 키움이 어떤 팀인가. 신인 육성에 일가견이 있기로는 둘째 가면 서러운 구단이 아닌가?


  그렇다면 영웅군단이 받아온 2차 4라운드 지명권은 과연, 향후 10년간 팀의 기둥 역할을 해줄 신인을 얻는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창단 이래 키움이 뽑아온 4라운더들을 살펴봄으로써 알아보자.




#. 2009 2 4라운더 - 박헌도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데뷔 3 차인 2011년에 처음으로 1 무대를 밟았으며, 6 차인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용되기 시작해 처음으로 100타석 이상을 소화했다(113타석). 2015시즌에는 고종욱과 좌익수 자리를 놓고 주전 경쟁을 벌였으나 여러 면에서 밀리며 백업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이듬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했다.


 커리어하이 시즌 : 2015 (타율 - 출루율 - 장타율 .248 .371 .417, 8홈런 WAR(Wins Above Replacement, 대체 수준 대비 승리 기여도) 0.80

 통산 WAR 0.87




#. 2010 2 4라운더 - 문성현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데뷔 첫해부터 1군 경기에 32경기 출장해 69.1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4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등 좋은 활약을 펼쳤다. 데뷔 2년 차인 2011년에는 토종 에이스로 활약하며 브랜든 나이트와 함께 투수진의 기둥 역할을 했다. 이후에도 2010년대 중반까지 1군 레귤러 투수로 활약했다. (2010~2014시즌 히어로즈 토종 투수 다승 1, 이닝 1위).

  그러나 2010년대 후반 들어 어깨 부상에 시달리며 현재까지도 예전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커리어하이 시즌 : 2011 (30경기 130.2이닝 5 평균자책점 4.34, WAR 1.98)

 통산 WAR 5.21




#. 2011 2 4라운더  - 이희성

대학 리그를 평정한 좌완 투수였으나, 넥센에서는 1군에   번도 올라오지 못하고 1 만에 방출되었다. 이듬해 LG 트윈스에 입단했으나 LG에서도 2012시즌 4경기에 출장한 게 전부였다.


 커리어하이 시즌 : 2012 (4경기 5.1이닝 평균자책점 8.44, WAR -0.06)

 통산 WAR -0.06




#. 2012년 2차 4라운더 - 박정음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군 복무와 부상으로 오랜 시간 2군에만 머물렀지만, 데뷔 5 차인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1 경기에 출장하기 시작했다. 매 순간마다 간절함이 느껴지는 허슬 플레이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이에 감독의 신임을 얻어 많은 경기에 들어섰고, 선수 본인 또한 기대에 응해 3할 타율과 16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차세대 1번 타자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듬해부터는 공수 양면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전문 대주자 요원으로 전락했다. 2020시즌에는 86경기에 출장하는 동안 딱 0.00의 WAR을 기록하며 대체 선수급 퍼포먼스를 보였다.


 커리어하이 시즌 : 2016 (타율 - 출루율 - 장타율 .309 .395 .413, 4홈런 16도루 WAR 1.10)

 통산 WAR 0.57




#. 2013 2 4라운더 - 김성진

(사진 출처 : 김성진 본인 숨은고수 계정서 발췌)

  선린인터넷고 출신 우완 투수. 고3때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프로에서는 2014시즌 퓨처스리그에서 10이닝을 투구한 게 공식 기록의 전부이며, 2016시즌 종료 후 방출된 것으로 보인다.




#. 2014 2 4라운더 - 구자형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2014년 신인 드래프트 당시 3라운드에서 지명 예정이었으나, 히어로즈 구단이 해당 라운드까지 지명되지 않은 김하성을 뽑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며 4라운더로 밀렸다. 데뷔 2 차인 2015년에 처음으로 1 콜업, 3경기 동안 2.2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2015시즌 종료 후 군 입대했으나 전역 후 방출되었다.


 커리어하이 시즌 : 2015 (3경기 2.2이닝 평균자책점 10.13, WAR -0.03

 통산 WAR -0.03




#. 2015 2 4라운더 - 정용준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데뷔 2 차인 2016년에 처음으로 1 마운드를 밟았다. 5경기에 출장해 9이닝 5실점 4자책을 기록했다. 많은 구설수 때문인지 퓨처스리그에서도 많이 기용되지 못했고, 결국 2017시즌 종료 후 방출되었다.


 커리어하이 시즌 : 2016 (5경기 9이닝 평균자책점 4.00, WAR 0.14

 통산 WAR 0.14




#. 2016 2 4라운더 - 김성택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덕수고 출신 좌완 투수. 2군에서 최고 140km/h 후반대 강속구를 던졌으나, 2017시즌 시범경기에서는 제구가 안 되는 140km/h 초반대 공을 뿌리는 데 그쳤다. 1군 경기 출장 없이 퓨처스리그에서만 3년간 32.3이닝을 던졌고, 2018시즌 종료 후 방출되었다.




#. 2017 2 4라운더 - 오윤성

(사진 출처 : 중도일보)

  데뷔 시즌인 2017년부터 1군에서 공을 던졌다. 다섯 번째 등판 경기까지 5.2이닝 3자책으로 신인 치고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으나, 여섯 번째 경기에서 2이닝 7실점으로 무너진 뒤 퓨처스리그에서도 방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8시즌 종료 후 현역으로 입대했고, 전역 후 선수단에 다시 합류했다.


 커리어하이 시즌 : 2017 (6경기 7.2이닝 평균자책점 11.74, WAR -0.24

 통산 WAR -0.24



#. 2018~2020 2 4라운더 - 배현호, 김인범, 김병휘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우투우타 고졸 포수 배현호는 지난 3년간 고양 히어로즈의 주전 포수로 뛰며 경험치를 쌓아왔다. 육성이 타 포지션에 비해 어려운 점, 키움 구단의 포수 뎁스가 탄탄했던 점, 본인의 타격이 발전하지 못한 점 등이 작용해 단 한 번도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2020시즌 종료 후 현역으로 입대했다.

  140km/h 전후의 공을 던지는 우완 투수 김인범은 입단 전부터 오랜 기간 다듬어야 할 옥석으로 평가받았다. 이러한 기대치에 부응하듯 올시즌 퓨처스리그에서 9.2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1군 콜업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임을 보여줬다.

  이국적인 외모와 준수한 수비력으로 입단 직후부터 주목받았던 김병휘는 데뷔 시즌부터 1군 경기에 출장하는 데 성공했으나, 퓨처스리그에서 1할 8푼 8리의 타율을 기록하며 김인범과 더불어 장기간 육성이 필요한 자원임이 드러났다.




#. 12명 중 아홉 명이 1군에 10경기도 출장 못해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이제 정리를 해보자. 지난 12년간 지명했던 12명의 2차 4라운더 중 다섯 명이 1군 구경조차 하지 못했으며(이희성, 김성진, 김성택, 배현호, 김인범), 네 명은 단발성 출장에 그쳤다(구자형, 정용준, 오윤성, 김병휘). 준 레귤러 급으로 출장했던 선수는 박헌도와 문성현, 박정음 세 명인데, 이들은 모두 창단 초기 지명자들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히어로즈 구단은 2013 신인 드래프트부터 2 4라운드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물론 지난 4년간 지명됐던 신인들은 아직 한창 성장 중인 어린 선수들이니, 아직 모르는 일이 아니느냐고 변론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네 명 모두 아직까지 퓨처스리그에서조차 유의미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김상수는 퓨처스리그 통산 다승 공동 2위라는 기록을 보유중이다). 한편 키움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신인 드래프트 2차 4라운드에서 투수를 지명했는데, 이들 중 오윤성을 제외한 모두가 방출되었다. 아니 그냥 빙빙 돌려 말할 것도 없이 문성현을 제외한  어떤 4라운더 투수도 1군은커녕 2군에서조차 살아남지 못했다.


  FA 계약자의 반대급부로 오는 선수가 전임자만큼 활약하기를 바란다면 틀림없는 도둑놈 심보일 테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상위 라운드조차 '저렴하다'는 이유로 해외 리턴파 선수들에게 낭비하고(2019&2018년) 장기 육성을 해보겠다고 나섰다가 1년치 신인 드래프트 자체를 날려버리던(2016년) 팀이, "4라운드" 지명권을 받아왔는데 과연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글쓴이의 시선에서는 그저 허탈해하는 팬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기만으로밖에 안 보인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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