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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실 Jan 31. 2021

세 개 중 한 개꼴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투수가 있을까


(이미지 출처 : 트위터 @yuu_ktwiz)

  지난밤에 SNS를 하던 도중 재미있는 이미지를 하나 찾았다. '세 개 중에서 한 개의 비율'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어떤 투수가 '한 시즌에 1458개의 공'을 던졌을 시 스트라이크의 개수를 확률 X라 할 때, P(X≥k)  = 0.1587을 만족시키는 상수 k의 값을 구하라는 수학 문제였다. 그냥저냥 평범한 문제 중 하나일 뿐이지만, 문제는 프로야구  팬들의 눈에서 봤을 때 이 어떤 투수가 도저히 정상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미지를 게시한 SNS 유저는 사진과 함께  '그런 투수가 왜 한 시즌에 공을 1458개나 던지냐'는 글을 작성했다.

  해당 트윗을 보다가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정말 한 시즌에 1458구 이상을 던지면서 세 개 중 한 개꼴로 스트라이크를 던진 투수가 있었을까?' 하는 호기심이 말이다. 그래서 직접 찾아보았다.


● 정규이닝 소화자 중에는 66.6%는커녕 40%도 찾기 힘들어

(자료 출처 : 스탯티즈)

  첫째로 2020시즌 규정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만을 기준으로 삼아, 이들의 B%(볼/투구수  (%))를 찾아보았다. 그 결과 가장 높은 비율로 볼을 던졌던 리카르토 핀토의 B%마저도 40을 넘기지 못함을 알게 되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정규이닝을 소화했던 투수들의 B%를 찾아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5년 LG 트윈스에서  뛰었던 외국인 투수 루카스 하렐(42%), 2014년 선동열 前 KIA 타이거즈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처음으로 규정이닝을  소화했던 임준섭(40.9%), 2018년 두산 베어스의 정규시즌 우승에 기여했으나 제구 불안을 보였던 세스 후랭코프(40.5%),  그리고 LG 트윈스에서 뛰었던 우완 투수 류제국(40.8%)만이 다섯 번 중 두 번꼴로 볼을 던졌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B%가 대충 보고 넘어갈 정도로 평범한 것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39.1%의 B%를 기록한 핀토는 2020시즌 최다 볼넷 1위(90개)를 기록했음은 물론, BB/9(볼넷*9/이닝)  또한 리그에서 홀로 5 이상을 기록했다. 그는 의심의 여지가 없이,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서 가장 제구가 나쁜 투수였다.  루카스는 2015년에 KBO리그 통산 20호 단일시즌 100볼넷이라는 대기록을 세움은 물론, 단일시즌 최다 볼넷 및 BB/9  11위에 오르며 불안한 제구를 증명했다. 임준섭은 2014시즌 규정이닝을 겨우겨우 소화했으나(130이닝), 제구 불안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모습을 보였다(BB/9 1위, 볼넷 공동 6위). 후랭코프는 2018시즌 사구 1위를 기록했다(22개).


   40%의 B%. '다섯 개의 공을 던졌을 때 두 개의 볼을 던진다'라는 말로는 와닿지 않지만, 그것이 수천 번 반복되어  140이닝 이상을 소화할 정도가 되면 이렇게 참혹한 정도의 숫자로 나타나게 된다. 그러니 적어도 KBO리그에서는, 풀타임 선발투수로 뛰려면 66.6%는 물론 40%의 B%를 기록하는 것도 위험하다.




● 66.6%? 50%도 없었다


   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들 중에서는 세 개 중 한 개꼴로 스트라이크를 던진 투수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문제의 문제에서는 '한 시즌에 1458개의 공'을 던지며 '세 개 중에서 한 개의 비율'로 스트라이크를 던진 투수를 제시했다.  그러니 굳이 규정이닝을 조건으로 잡지 않아도, 한 시즌에 1458구 이상 투구한 투수들의 B%를 조사하면 된다.

   2020시즌 1458구 이상을 던졌던 투수들 중 가장 적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서른여섯 경기에 출장해 87.2이닝을 소화한  송명기였다. 규정이닝의 절반 정도를 던진 투수 중에서는 옥석(?)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지난 7년간  1458구 이상을 투구했던 333명의 B%를 찾아봤다. 



(자료 출처 : 스탯티즈)

  '규정이닝'을 기준으로 잡았을 때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다섯 개 중 두 개꼴로 볼을 던지는 투수'가 서른아홉 명이나 나왔다. 2010년대 초중반에 한국 프로야구를 열심히 시청했던 사람이라면 친숙한 이름도 다수 보였다.

   '덩치 큰 좌완 투수' 송창현과 유창식은 김응룡 前 한화 이글스 감독의 애정을 듬뿍 받으며 선발 기회를 보장받았으나 고질적인  제구 불안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는데, 이들의 나쁜 제구력이 B%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2014시즌의 유창식은 규정이닝에 한참 못  미치는 91.1이닝을 던졌음에도 볼넷 3위(72개)에 올랐다. 물론 그의 제구 불안은 본인이 의도한 것이기도 했을 테지만  말이다. 송창현은 6.81이라는 무시무시한 BB/9를 기록했다. 9이닝을 던지면 거의 일곱 개의 볼넷을 줬던 셈이니, 도저히  선발투수로 버틸 수가 없었다.


  위의 표를 통해 10개 팀  팬들의 속을 터뜨렸던 쟁쟁한 투수들의 이름을 살펴볼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기대했던 66.6%는커녕 50% 이상의 B%를 기록한  투수조차 없었다. 40%를 넘기는 것마저 열 명 중 한 명꼴이었으니, 두 개 중 한 개 이상의 볼을 던질 정도의 제구력이라면 KBO리그에서 7~80이닝을 소화하는 것은 불가능함을 보여주는 결과일 테다.

   그러니 결국 당초의 과제였던 '단일 시즌' '1458구 이상' 투구한 투수 중 'B% 66.6 이상'인 사람을 찾기는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여기에서 포기하고 글을 끝내기에는 아쉽다. 7~80이닝보다 훨씬 덜 던진 투수들의 기록을 찾다 보면, 한 명쯤은  50% 이상의 B%를 기록한 선수가 나오지 않을까...?!



(자료 출처 : 스탯티즈)

   표본을 '단일시즌 500구~1457구 투구자'로 넓히니 40% 이상의 B%를 기록한 투수가 훨씬 많이 나왔다. 그 수가 너무  많아, 제구와 관련해 기록을 세운 루카스의 B% 이상을 기록한 투수만을 표에 담았다. 그 결과 총 658명 중 55명이 나왔다.  제아무리 적은 이닝을 소화했다고 해도, B% 42% 이상 기록하며 1군에서 살아남기는 10명 중 한 명꼴도 안 될 정도로 어려웠던 것이다.

  2014시즌 송창현의 44%는 물론, 50%에 근접한 B%를 기록한 투수들이 나왔다.  '제구 안 되는 좌완 파이어볼러' 임기준과 임지섭, '제구 안 되는 우완 파이어볼러'의 대표주자 홍상삼, 영입 이유와 성적 모두  미스테리했던 외국인 투수 알렉스 마에스트리 등이 그 사례였다. 임지섭은 데뷔 첫해부터 큰 기대를 받았으나, 한때 프로 생활을  그만둘 만큼의 고질적인 제구 불안을 겪었다. 마찬가지로 촉망받던 투수였으나 제구 불안으로 방황했던 홍상삼은, 이제 제구 교정을  포기하고 위협적인 빠른 공을 앞세우는 전략을 세운 모양새다. 마에스트리는 영입 당시부터 2달 정도 사용하고 교체할 의도로 계약했던  투수이다. 불안정한 상황으로 멘탈까지 흔들리자, 최악의 성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제구 문제로 커리어 전체가 위협받았던 이들마저도 50% 이상의 B%를 기록하지 못했다.


  이쯤 되니 오기가 생겼다. 이제는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으로, 100구 이상을 던진 투수 중 B%가 50%를 넘어간 사례가 있었는지에 대해 찾아봤다.




(자료 출처 : 스탯티즈)

   지난 8년간 딱 여덟 명이 있었다. 김명찬은 2015년 신인 드래프트 2차 6라운드에서 지명된 대졸 투수로, 빠른 공이 강점인  좌완 투수이다. 2020시즌 맷 윌리엄스 감독의 기대를 받으며 21경기에 출장했으나 8.1이닝 동안 14개의 사사구를 기록했다.  김재균은 2018년 신인 드래프트 2차 4라운드에서 지명된 좌완 파이어볼러다. 데뷔 시즌 4 경기에 나와 5.2이닝 9볼넷을  기록했다. 이준형과 정재원은 나름 촉망 받는 강속구 투수였으나, 하지만 은퇴할 때까지 제구를 잡지 못했다. 2015년에는  5.2이닝 9볼넷을 기록했다. 김용주는 평균 이하의 구위로 피해 가는 피칭을 해야만 했던 투수였다. 2015시즌의 장민재와  2020시즌의 장원준은 부상 후유증으로 좋지 않은 성적을 올렸다.

  적어도 2014년부터의 기록을 살펴봤을 때, KBO리그에서 2개 중 한 개 이상의 볼을 던진 투수 중에서는, 20이닝 이상 던진 투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최다 이닝 소화자 2014김대유, 11.2이닝).


  다음 편에서는 MLB의 사례에 대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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