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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실 May 08. 2021

푸홀스! 키움 히어로즈의 창단 첫 우승을 견인해줘!

알버트 푸홀스가 KBO리그에 온다면?

  MLB '살아있는 전설' 알버트 푸홀스가 정규시즌 도중 방출되는 수모를 겪었다. 통산 700홈런 달성을 꿈꾸는 푸홀스는 아직 유니폼을 벗을 생각이 없다. 빅리그에 참가하는 30 구단 또한 푸홀스를 주전 1루수로 기용할 생각이 없을 것이다. 그가 남은 33홈런을 채울  있는 방법은 KBO리그의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해 · 통산 700홈런의 금자탑을 쌓아 올리는 것이다.


'MLB의 보물' 알버트 푸홀스가 지난 7일 LA 에인절스에서 방출되었다. (사진 출처 : 게티 이미지 NA)

  지난 7일은 전 세계의 야구팬들에게 있어 눈물을 참을 수 없게끔 만들었던 날이었다. 감히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위대한 현역 타자라고 할 수 있는 알버트 푸홀스가 소속팀 LA 에인절스로부터 방출되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푸홀스의 방출 소식을 알렸던 MLB.com의 마크 파인샌드 기자에 따르면, 푸홀스는 자신의 출전 기회가 보장되지 않자 이에 불만을 품고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다.

  푸홀스로서는 당연한 요청이었다. 그는 이번 시즌 24경기에 출장하는 동안 다섯 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는  건재한 '홈런 본능' 과시하고 있었다. 만약 풀타임 시즌을 보낸다면 베이브 루스, 행크 애런, 그리고 베리 본즈만이 이뤄낸 '통산 700홈런'의 고지를 밟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에인절스 구단은 리빙 레전드의 분노에 적반하장으로 대응했다. 그들은 정말 푸홀스를 방출했고, 지난 시즌부터 잠재력이 폭발하기 시작한 제러드 월시를 주전 1루수로 기용하기로 했다.

  지난 21년 동안 667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던 푸홀스다. 그는 한 해에 평균 31개의 공을 담장 밖으로 날려 보낸 대타자이며, '출전 기회'만 보장된다면 충분히 700홈런까지 남은 33홈런을 쳐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1년 사이에 메이저리그는 너무나도 많이 바뀌었다. 많은 이들은 푸홀스의 '남은 33홈런'보다는 '1할 9푼 8리의 타율', '0.622의 OPS(On base Plus Slugging, 출루율+장타율)' 따위에 더욱 주목한다. 만 41세의 나이로 선수 생명이 얼마 안 남은 푸홀스에게는 오롯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1년이 절실하지만, 은사 라루사 감독마저도 "우리에게는 호세 아브레유와 예르민 메르세데스가 있다"며 거절하는 등 MLB 구단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4이닝 1실점으로 호투 중이던 선발 투수가 동료의 '아시아 최다승' 기록을 위해 5 투구를 양보하던 '낭만의 시대'는 이제 없다.

 

  적어도 현 상황에서는 빅리그에 그의 자리가 없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다면, 이는 팬들에게도 선수 자신에게도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다. 커리어 최악의 위기를 푸홀스는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1루수', '홈런타자' 부족한 KBO리그의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해, · 통산 700홈런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는 것이다.

 

 

#. 1루수, 거포 부족한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가 부진한 상황에서 외국인 타자 프레이타스까지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확실한 돌파구는 '알버트 푸홀스의 영입'이다.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주전 1루수 박병호가 2년째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다. 차세대 1루 자원으로 주목받는 김수환과 이명기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프레이타스는 무리하게 장타를 생산하려다 자신의 강점마저 잃어버렸다. 총체적 난국. 이 모든 위기를 'The Machine' 알버트 푸홀스가 해결해줄 수 있다.

 

  현재 키움 구단은 홈런타자와 1루수 자원의 부재로 우승 경쟁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로 이적했던 2011년 7월 31일부터 2019년까지 262개의 홈런을 때렸던 '국가대표 1루수' 박병호가 2년 연속으로 부진에 빠져있다. 특히  시즌에는 19경기 동안 2할의 타율과 0.681 OPS 'KBO리그의 푸홀스'라고 불려도 손색없을 성적을 기록한 끝에 1군에서 말소되었다. 박병호가 말소된 이후로는 거포 유망주 김수환이 1루수로 선발 출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외국인 타자가 기대 이하의 성적에 그치고 있는 것 또한 골칫거리다. 높은 타율과 출루율을 기록하며 2루타를 양산할 것으로 기대했던 데이비드 프레이타스는, 26경기 동안 2할 5푼 3리의 타율과 2할 7푼 9리의 출루율에 그쳤다. 사실상 수비를 기대할 수 없는 전문 지명타자 요원이기에 더욱 문제가 되는 성적이다.

  사실상 4번 타자와 외국인 타자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는 키움이다. 현재까지는 국내 타자들의 분전으로 5할에 근접한 승률을 기록 중이지만, 리그 평균 이하의 파괴력에 그치고 있는 팀 타선으로 대권을 노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알버트 푸홀스는 이러한 키움 구단의 문제점을 해결해줄 수 있는 카드이다. 마흔한 살의 노익장이지만 이번 시즌에도 24경기  20경기에 1루수로 출장해 164.1이닝을 소화하는  건재한 수비력을 뽐냈다. 풀타임 출장 시 20홈런 이상은 여유로워 보였던 파워 또한 매력적이다. 푸홀스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게 된다면 키움은 박병호의 부진으로 인한 1루수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제리 샌즈가 2019년 겨울에 한신 타이거즈로 이적한 이후 좀처럼 찾지 못했던 '잘 치는 외국인 타자'를 품에 안게 된다.

 

 

#. 푸홀스는 KBO리그의 빠른 공을 공략할 준비가 되어 있다.

푸홀스의 2021시즌 구종별 타율. 강속구를 상대로도 좋은 성적을 올렸다. (자료 출처 : baseballsavant.com)

  현 상태의 푸홀스가 과연 KBO리그에서 통하기는 하겠냐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과거의 영광이 어찌 됐든 간에, 푸홀스는 방출 직전까지 실망스러운 배트 스피드로 쩔쩔매다 속절없이 삼진을 당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단지 빅리그 레벨의 공을 공략하지 못하던 것일 뿐이다. 푸홀스는 KBO리그의 빠른 공을 공략할 준비가 되어 있다.

 

  메이저리그 데이터 분석 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에 의하면 푸홀스는  시즌 95마일에서 100마일(152.8~160.9km) 사이의 패스트볼을 상대로 3 1 1리의 타율을 올리며 1개의 홈런을 쳐냈다. 90마일에서 95마일 사이의 패스트볼을 사앧로도 2할 5푼의 타율과 홈런 하나를 기록했으며, 평균 92.3마일(148.5km) 싱킹 패스트볼을 상대로도 3 1 6리의 고타율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는 '빠르기만 한' 빠른 공은 물론, 최근 KBO리그에서 유행하고 있는 높은 구속의 변형 패스트볼 또한 쉽게 공략할 수 있는 타자인 것이다. 2020시즌 KBO리그 국내 투수의 평균 구속은 141.8km(88마일)이었으며, 2021시즌 현재도 평균 구속 140km 후반대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는 손에 꼽는다. 푸홀스에게 KBO리그의 패스트볼은 '홈런 치기  좋은 ' 불과하다.



푸홀스를 상대할 때 바깥쪽 유인구 승부를 즐겼던 MLB 투수들. (자료 출처 : baseballsavant.com)

  이러한 '강속구 잡아먹는 괴물' 푸홀스가 왜 MLB에서는 1할대 타율에 허덕였던 것일까? 해답은 바깥쪽 낮은 코스로 들어오는 변화구에 있다. 2021시즌 메이저리그의 투수들은 알버트 푸홀스를 상대할 때 대체로 스트라이크존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하단 코스에 변화구를 던졌다. 그리고 푸홀스는 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푸홀스 2021시즌 슬라이더 상대 타율 5푼, 체인지업 상대 타율 1할 1푼 1리). 족저근막염과 노쇠화로 인해 무뎌진 타격 기계의 반응 속도로는 바깥쪽 유인구에 대한 대처를 할 수 없었다.



추신수 또한 2020년에는 MLB 투수들에게 철저한 약점 공략을 당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작년의 약점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고 있다. (자료 출처 : baseballsavan

  하지만 이는 추신수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었던 2020시즌의 추신수는 몸쪽으로 파고드는 변화구에 대해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SSG 랜더스에서 활약 중인 2021시즌의 추신수는 오히려 안쪽으로 파고드는 코스에 5 5 6리의 타율로 매우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주된 요인은 KBO리그의 투수들이 MLB 투수들처럼 철저한 약점 공략을 해낼 수준이 안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시즌 KBO리그에서 0.653의 OPS에 그쳤던 'ML 올스타 유격수' 에디슨 러셀의 사례를 들며 에이징 커브가 온 선수는 하위레벨의 리그에서도 안 통한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러셀은 안 그래도 하락세를 겪던 상황에서 2020년 코로나19로 소속팀을 구하지 못하며 실전 공백까지 생겼던 케이스였고, 푸홀스는 불과 며칠 전까지 빅리그에서 활약하던 선수이다. 둘을 동일 선상에 놓고 보기는 어렵다.

 

 

#. 푸홀스, 한국 오면 2010년대 초반 KBO리그 흥행 재현 가능

2012년 한국 프로야구는 박찬호, 이승엽, 김태균, 김병현의 국내 복귀로 유래 없는 호황을 누렸다. (이미지 출처 : 베타뉴스)

  2010년대 초반의 KBO리그가 인기를 누렸던 것은 과거 WBC와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영광 덕분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2012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거 출신' 박찬호와 김병현, '국민 타자' 이승엽과 김태균이 한국 프로야구에 복귀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박찬호가 광속구를 던지고 이승엽이 받아치는 모습을 직접   있다"며 행복한 상상을 했고, 팬들 또한 기대에 부푼 것은 마찬가지였다. 2012년 KBO리그는 출범 31년 만에 처음으로 7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유래 없는 흥행을 누렸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8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절정을 달렸던 한국 프로야구의 인기는 2019년을 시작으로 하락세를 달리기 시작했다. 2019시즌에는 전년도보다 70만 가까이 줄어든 728만 6008명의 관중에 그쳤으며, 이듬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관중을 집계하는 것이 무의미한 수준에 이르렀다. 국민의 관심 자체도 낮아졌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서 지난 4 9 전국 18 이상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KBO리그에 대해 '지난해보다 관심이 없을 것 같다'고 응답한 비율이 26.9%에 달했다. 중계방송의 시청률도 예전만 못하다. 프로야구가 예전과 같은 핫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추신수가 SSG 랜더스 유니폼을 입게 됨으로써 식어가던 KBO리그에 대한 관심의 불씨가 살아났다고 평가받는 상황.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본토 야구의 전설' 푸홀스까지 한국에 온다면 어떻게 될까? 슈퍼스타 4인의 후광을 등에 업었던 2012년의 모습을 재현할  있다.

  상상해보라. 볼넷을 얻어나간 추신수가 1루 수비를 보는 푸홀스와 웃으며 농담을 하고, 이정후·강백호 등의 라이징 스타들이 신인 시절의 마이크 트라웃처럼 푸홀스의 조언을 받아 한 층 더 성장하고, 이대호가 쓰리런 홈런을 치자 푸홀스가 질 수 없다는 양 만루홈런으로 맞불을 놓아 경기장의 관중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이 모든 일이 푸홀스가 연봉에 대한 욕심을 조금만 버린다면 실제로 일어나게 된다. 푸홀스는 에인절스의 팬들로부터 먹튀라며 억울하게 모욕받던 자신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지구촌 역사상 전무후무했던 한·미 통산 700홈런의 대기록을 달성할 것이며, 키움 구단은 푸홀스의 후광을 업고 인기 팀이 되어 '관중 한 줌 없는 프로야구계의 골칫덩이'에서 '떠오르는 인기 구단'이 된다.

 

 

#. 알버트 푸홀스! 10 달러에 계약해서 키움 히어로즈의 우승을 견인해줘!

통산 3000안타의 대기록을 세운 뒤 마이크 트라웃에게 축하를 받고 있는 푸홀스. (사진 출처 : 게티 이미지 NA)

  비록 LA 에인절스와의 FA 계약 기간 동안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올렸을지언정, 푸홀스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대단한 타자이며 위대한 선수이다. 그가 이대로 소속팀을 구하지 못하고 쓸쓸히 은퇴하게 된다면, 이는 단순히 '비싸고 야구를 못 하는 왕년의 스타 플레이어가 은퇴했다' 수준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통계학적인 효율에 집착해 진정한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는 메이저리그는 영영 국민 스포츠로 회귀하지 못하게 되는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푸홀스는 '선수 생활을 오롯이 빅리그에서 보내겠다'는 자신의 자존심을 잠시 접고, 동양의 야구 리그로 시선을 돌려야만 한다. 거듭된 구설수로 위기에 빠져있는 키움 구단이 팔을 걷어붙이고 푸홀스 영입에 나서야만 한다. 알버트 푸홀스! 10만 달러에 계약해서 키움 히어로즈의 우승을 견인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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