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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실 May 01. 2022

'뉴 히어로즈' 시대, 키움 구단은 어디까지 준비했나

[4월의 히어로즈]

어찌 됐든 박병호와 박동원의 이적으로 '목동 히어로즈' 시대는 완전히 끝이 났다. 그 모든 이적이 구단의 자의였든 재정적 문제였든 간에, 키움 히어로즈는 과거의 주역이 아니었던 선수들로 다음 한국 시리즈 로스터를 구성해야 한다. 정규시즌이 개막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뉴 히어로' 시대, 구단은 과연 어디까지 준비했나?


팀의 간판스타를 잡지 않은 대가는 혹독했다. 관중 입장이 전면 허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4월 한 달 동안 936명의 일일 평균 관중 수를 기록했다. 다른 구단도 모두 관중석을 비워야 했던 지난 2년의 후유증이 찾아왔지만, '세 자릿수 관중'이 주는 충격은 컸다. 하지만 구단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전 포수 박동원까지 판매했다. <스포츠동아>에 의하면 구단은 지난겨울부터 KIA 타이거즈와 트레이드를 논의했다. 트레이드 전 2할 1푼 2리의 타율의 그쳤던 박동원은 트레이드 직후 다섯 경기에서 3할 8푼 9리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고형욱 단장이 어떻게든 마지막 기회를 쥐어주고 싶어 했던 강정호는 결국 KBO의 반대로 복귀가 무산됐다


이로써 2014년 구단의 창단 첫 한국 시리즈 당시 엔트리에 포함됐던 야수진이 전멸했다. 2010년대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홈런왕은 30억도 안 되는 금액에 KT 위즈로 이적했다. 200안타 타자와 주전 3루수는 잠실의 라이벌 팀으로 떠났고, 국가대표 유격수와 팀의 주장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안 좋게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투수와 코치까지 살펴봐도 남아있는 멤버는 홍원기(당시 수비 코치), 조상우, 한현희, 문성현뿐이다. 이 정도면 감히 목동 야구장 시절의 히어로즈 시대는 완전히 끝이 났다고 말해도 될 수준이다.


어찌 됐든 박병호와 박동원의 이적으로 '목동 히어로즈' 시대는 완전히 끝이 났다. 그 모든 이적이 구단의 자의였든 재정적 문제였든 간에, 키움 히어로즈는 과거의 주역이 아니었던 선수들로 다음 한국 시리즈 로스터를 구성해야 한다. 정규시즌이 개막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뉴 히어로' 시대, 구단은 과연 어디까지 준비했나?




● 타격의 팀 → 투수의 팀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이제 불방망이 타선이 실점보다 많은 득점을 올려서 승리하던 그 시절의 히어로즈는 없다. 키움은 명실상부한 '투수의 팀'이다. 투수진이 물방망이 타선의 득점보다 적은 실점을 해서 이겨야 하는 팀이 됐지만.


키움의 선발진은 4월 한 달 동안 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135.2이닝) 세 번째로 적은 실점을 하고(54실점) 3.25의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찰리 반즈(롯데, 평균자책점 0.65)·김광현(SSG, 평균자책점 0.36) 같은 슈퍼 에이스 하나 없이 올린 성과였다. 불펜진은 마무리 조상우가 입대했음에도 더욱 단단해졌다. 세 번째로 많은 이닝(91.1이닝)을 소화하는 상황 속에서도 2.86의 평균자책점을 올렸고(3위), 두 번째로 많은 홀드를 합작했다(20개).


안우진-에릭 요키시-타일러 애플러-최원태-정찬헌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한 달 내내 순탄히 가동됐다. 지난 시즌 선발진이 개막과 동시에 삐걱거렸던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지난 몇 년간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꾸준히 경험치를 쌓았던 안우진은 이제 부진한 날에도 6이닝을 소화해주는 토종 에이스로 거듭났다. 새로 영입된 외국인 투수 타일러 애플러도 단 한 번의 강판 없이 매 경기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덕분에 구단은 시즌 초반부터 부랴부랴 대체 외인을 찾는 촌극을 3년째 반복하지 않게 되었다. 최원태와 정찬헌은 다소 기복이 있으나 4선발과 5선발임을 생각하면 준수한 성적이다.


조상우가 이탈한 불펜진은 하영민, 문성현의 부활과 영건들의 실력 향상에 힘입어 순항 중이다. 지난 4년 동안 15경기 19.1이닝 투구에 그쳤던 문성현은 지난 한 달 동안에만 13경기에 나서 10.1이닝을 던졌다. 어깨 부상 이후 140km/h을 겨우 넘기던 평균 구속이 140km/h 중반대까지 회복된 덕분이다. 신인 시절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쌓았던 관록을 무기로 접전 상황에서 기용됐으며, 김태훈이 부상으로 이탈한 이후에는 마무리 역할까지 맡아 커리어 첫 세이브도 올렸다. 2018년 이후 부상과 병역 문제로 자취를 감췄던 하영민의 활약도 눈부시다. 오랜 기간 실전 경험이 없었음에도 몇 년간의 철저한 준비로써 이를 극복해냈다. 불펜으로서 시즌을 준비하고 구속을 회복한 이승호와 변화구 완성도가 높아진 김재웅이 좌완 불펜으로서 아시안게임 대표팀 엔트리 승선 경쟁을 하고 있다.



궤멸됐던 퓨처스리그 팜이 상당 부분 복구됐다. 선발감이 없어 프랜차이즈를 트레이드해야 했던 작년의 키움이 아니다.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2군 투수진도 상당히 안정되었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다. 우선 현재 선발투수 중 한두 명이 잠시 이탈해도 이를 메워줄 수 있는 플랜 B가 마련되어 있다.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8라운드에서 지명했던 대졸 강속구 투수 정연제가 4경기 20이닝 평균자책점 2.25로 호투 중이며, '마지막 1차 지명자' 주승우 또한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으며 3점대 호투를 이어 나가고 있다. 현재 1군에 올라와 있는 김선기와 잠시 2군에 내려간 한현희 또한 언제든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올 수 있는 자원이다. 지명 당시부터 좋은 평을 받았던 이명종·노운현·송정인·윤석원도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으로 스타트를 끊었으며,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 승선에 실패한 이영준과 양현 역시 차근차근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당장 1군에 올릴 투수가 없어서 쩔쩔매던 작년의 키움이 아니다.




● 2014 붕괴된 투수진 → 2022 무주공산 야수진

담장 밖으로 타구를 보낼 타자가 없다. 2군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투수진과 마찬가지로 야수진 역시 목동 시절의 모습을 돌이켜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반대의 의미로. 간판타자 이정후와 김혜성, 그리고 고졸 루키 박찬혁을 제외하면 타격에서 무언가를 기대할 수 있는 타자가 없다.


4월 한 달 동안 10타석 이상 타석에 들어섰던 타자 중 2할 5푼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던 선수가 단 두 명밖에 없었다(이정후·3할 2푼 3리, 김혜성·2할 8푼). 팀 홈런 수는 리그 1위였으나 리그 평균 이상의 OPS(.658)를 기록한 타자는 4명에 불과했다(이정후, 박찬혁, 푸이그, 김주형). 한 달 내내 평균 이상의 타자 몇 명이 팀 타선 전체를 이끌고 가는 모습이 반복됐다. 이들이 부진하거나 투수진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날에는 패배했다. 2022년의 히어로즈는 '목동 히어로즈'의 완벽한 안티테제가 되었다.



2022 키움 히어로즈 뎁스차트.

2번(포수)부터 9번(우익수)까지 차근차근 살펴보자. 포수 포지션은 박동원이 트레이드로 이적함에 따라, 타격에서 유의미한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는 타자가 이지영만 남게 되었다. 김재현은 수비형 포수고, 2년 차 고졸 신인 김시앙은 아직 타격이 영글지 않았으며, 타격에 강점이 있는 주성원 또한 현역 군 복무 직후 맞이한 첫 시즌이기에 1군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주전 1루수로 나서고 있는 전병우는 3년째 리그 평균에 살짝 못 미치는 타격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2루는 차기 주전 유격수였던 김혜성이 2루로 전향하며 문제가 해결되었다. 하지만 3루는 김민성의 이적 이후 4년째 문제 해결이 안 되고 있다. 현재 주전 3루수로 기회를 받고 있는 송성문이 리그 최악의 타격 성적을 기록 중이며, 대체재 전병우와 김태진 또한 평균 이하의 타자다. 2군에도 마땅한 핫코너 유망주가 없다. 유격수 자리는 김주형이 주전으로 나서고 있으나 플랜 B의 준비 또한 필요한 상황이다. 홍원기 감독이 차세대 주전으로 계획 중인 신준우는 좋은 유망주지만, 아직 1군에 올라올 정도의 기량은 아니다.


외야는 수년째 습자지 뎁스를 유지 중이다. 좌익수 포지션의 경우 지난 시즌 주전으로 나서며 준수한 성적을 올렸던 이용규가 2할 2푼의 타율을 기록 중이다. 퓨처스리그에서는 예진원이 주전으로 나서고 있으나 0.703의 OPS에 그치는 중이다. 우익수 포지션은 야시엘 푸이그가 붙박이로 출장하면서 침묵 중이며, 최소 시즌 중반까지는 그를 밀어낼 방법 또한 없다. 2군 주전 우익수 박주홍은 30일 경기까지 2할 3푼 7리의 타율을 올렸다. 주전 중견수 이정후는 서비스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차세대 주전 중견수 후보 중 하나인 임병욱은 현재 상무 피닉스 야구단에서 2할 6푼 7리의 타율을 올리고 있다.


이주형, 김수환, 김웅빈이 타선의 희망이다. 지난 시즌 1군에서 데뷔 첫 안타를 쓰리런 홈런으로 만들어냈던 2년가 고졸 좌타 거포 유망주 이주형은,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3할 6푼 4리의 타율과 2개의 홈런, .967의 OPS를 기록하며 2군에서 더 보여줄 게 없음을 증명했다. 올 시즌 첫 1군 출장이었던 지난 29일 고척 KT전에서도 2타수 1안타로 분전했다. 마땅한 수비 포지션이 없는 게 단점으로 꼽히지만 마땅한 지명타자 하나 없는 팀 상황에서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 우타 거포 유망주 김수환은 올 시즌 3루수로 전향했음에도 작년보다 훨씬 좋아진 성적을 기록 중이다. 송성문의 부진이 계속될 경우 1군에서 기회를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김웅빈이 1군에서 주전 1루수로 자리잡아 준다면, 키움은 김혜성(2B) - 박찬혁(LF) - 이정후(CF) - 김웅빈(1B) - 푸이그(RF) - 이주형(DH) - 김수환(3B) - ... 로 이어지는 거포 유망주 일변도 타선도 구성할 수 있다. 


물론 가장 좋은 그림은 푸이그, 송성문, 그리고 이용규가 슬럼프에서 탈출하고 유망주들이 힘을 보태는 것이다.




● 구단 수뇌부의 속내는 어떠할까

아슬아슬하다. 구단이 앞장서서 남은 팬들이 팬심을 단단히 잡도록 해줘야 한다.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어찌 됐든 키움은 지난 한 달 동안 공동 3위의 순위를 올렸다. 안우진은 리그 최고의 토종 우완 선발로 각성했으며, 박찬혁이라는 거물 신인 또한 등장했다. '뉴 히어로즈' 시대가 열리는 것만 같다. 그럼에도 일일 평균 관중 수가 세 자릿수에 머무른 까닭은 무엇일까. 십 년 넘게 히어로즈를 응원했던 팬들조차도 구단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은 아닐까.


야구계에 연이 닿지 않는 팬들도 알 만한 확실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2019년에는 철저한 관리 야구라는 뉴 메타로서 대권을 노렸고, 2020년에는 전력을 최대한 쥐어짬으로써 김태형 감독의 두산 베어스와 같은 윈나우를 노렸다. 그렇기에 팬들은 다소 불만스러운 팀 운용이 눈에 밟혀도 지켜볼 수 있었다(물론 손혁 감독은 불호 의견이 더 많아 시즌 중 경질되고 말았다). 하지만 작년부터는 팀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어떤 면에서 보면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어떤 관점에서 보면 순위 싸움에 필사적이다. 오죽하면 '가을야구 인센티브만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을 정도다.


지금까지도 관중석을 채워주는 팬들은 마지막 남은 팬심을 붙들고 인천행 전철에 몸을 싣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최후의 팬들의 인내심조차 끊길 수 있다. 일개 팬이 이런 글도 쓰고 있는데... "ㅋㅋ아 선수가 트레이드 원했다고~ FA 보상금보다 더 받았네 개꿀딱쓰ㅎㅎ"같은 ssap소리 할 시간 있으면...... 얼굴에 철판 깔고 "좌완 투수 왕국 만들 것, 2~3년 내 구축될 넥센 왕조 기대해 달라"같은 소리 하던 것처럼 팀의 미래에 대한 안심이라도 시켜줬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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