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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실 Aug 21. 2023

언론의 아마야구 주목도는 학생선수의 기량에 비례할까?

특정 주제의 질적 수준이 언론에 미치는 영향 분석

몇 개월 전의 이야기다. 모 아마야구 전문지의 기획 회의 중 한 에디터가 대학야구는 다루지 않을 예정이냐고 건의하자 편집장으로부터 "웬만하면 우선순위로 두지 않는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취재를 위해 들인 노력만큼의 반응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편집장은 과거 대학야구연맹의 부실한 행정 실태에 대해 고발하는 기사를 여러 건 작성한 적이 있었다. 물론 기사는 조회수 등의 반응만을 바라보며 취재하고 작성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발로 뛰었던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기 어려울 만큼의 반응만이 돌아왔기에 그러한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대학야구는 20년 남짓한 세월 동안 끊임없이 위기라는 말을 듣고 있다. 동시에 위기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음에도 아무런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야구의 절대적인 질적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매스 미디어에서 도저히 스포트라이트를 비출래야 비출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고교야구 역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위기'라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이야 <파이낸셜 뉴스>의 전상일 기자나 <베이스볼 코리아> 같은 매체가 고교야구를 전문적으로 다루지만, 2010년대에는 이렇다 할 고교야구 관련 기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2018년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휘문고 안우진을 위시한 베이징 키즈들이 대거 등장하여 이전 고교 유망주와 차원이 다른 기량을 보여주면서 기사량이 부쩍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덕수고 심준석과 서울고 김서현의 '구속 전쟁'을 지상파 뉴스에서 앞다퉈 다루기도 했다.


특정 주제의 질적인 수준의 언론의 주목도는 과연 유의미한 상관성을 갖는 것일까? 그렇기 때문에 대학야구는 자연스레 외면받고 고교야구는 큰 주목을 받게 된 것일까? 이를 한 번 알아보기로 하자.




● 준비 : '성공한 드래프티'의 기준은 문규현, 기사량 추이는 빅카인즈로


호기심을 해결하기에 앞서 크게 두 가지의 자료가 필요했다. 하나는 아마야구의 연도별 질적 수준이었다. 다른 하나는 아마야구를 다루는 기사가 연도별로 얼마나 늘어나거나 줄어들었는지에 대한 통계였다.



KBO리그에서 대체 선수급 커리어라면 성공한 드래프티임을 증명한 롯데 자이언츠의 문규현. (원본 사진 출처 : 롯데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첫째로, 아마야구의 질적 수준은 선수들이 프로리그에 입단한 이후 얼마나 좋은 성적을 올렸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고교야구든 대학야구든 야구부의 주전 선수는 대부분 졸업 학년이다. 그리고 전국의 고등학교 3학년과 대학교 4학년 선수 중에서도 압도적인 성적을 올린 선수만이 그해 열리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야구단의 지명을 받는다. 그러니 수년 뒤 특정 연도의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선수들이 어느 정도의 성적을 올렸는지 확인한다면 당시 아마야구의 수준 또한 알 수 있을 것이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선수들의 프로리그에서의 성적은 WAR(Wins Above Replacement, 대체 수준 대비 승리 기여도)을 통해 측정했다. 이 과정에서 MLB와 KBO리그에서 '대체 선수'가 갖는 가치 차이가 크다는 점을 감안했다. MLB에서 한 시즌에 0 남짓한 WAR을 기록한 선수는 승패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대체 선수'급 활약을 펼쳤다고 평가받는다. 메이저리그는 전 세계에서 선수를 수급하므로 이 대체 선수의 가치가 크지 않다. 하지만 매년 많아 봤자 10명 남짓한 신인을 지명하는 것이 고작인 KBO리그에서는 대체 선수가 MLB보다 높은 가치를 갖는다. 실제로 스탯티즈에서는 KBO리그의 대체 선수에 대해 승패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수가 아닌 긴급 상황에서 1군에 올라오는 최순위 수준이 선수라고 정의한다. 승리에 어느 정도 유의미하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뜻일 테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는 선수 시절 롯데 자이언츠에서 유격수로 활약했던 문규현이다. 2002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0라운드에서 롯데의 지명을 받아 선수 생활을 시작한 문규현은 도합 18년의 커리어 동안 스타 플레이어와는 거리가 먼 활약을 펼쳤다. 스탯티즈 기준 2011시즌을 제외하면 타격에서 1승 이상의 기여를 올린 적이 없었으며, 수비 또한 '구멍'은 아니었으나 '1인분 이상의 몫을 한다'라는 평을 듣짇 않았다. 하지만 그는 FA 자격을 취득한 2017년에 그동안 팀에서 활약한 성과를 인정받아 10억 원의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현장에서 문규현에 대해 결코 '승패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대체 선수'가 아니라 '10억 원의 가치를 가진 선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적어도 KBO리그에서는 0에 가까운 WAR을 기록한 선수 또한 분명 팀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선수일 것이다. 다만 기준을 아예 '누적 기여도 0 이상'으로 잡는다면 지명된 이후 1군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았던 선수들 또한 전부 집계되고 만다. 그러니 문규현의 sWAR* 0 이상, 1 이하 시즌의 평균치인 0.35를 기준으로 잡았다. 또한 대체선수급 활약을 펼쳐서 '성공했다'라는 평을 받으려면 적어도 문규현처럼 오랜 시간 1군 경기에서 뛰며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따라서 통산 WAR이 2.8(연간 WAR 0.35 X 8년) 이상인 선수를 '성공한 드래프티'로 설정했다.


다만 2023시즌의 성적은 포스팅을 작성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변동이 있으므로 2022시즌 시즌 종료 직후를 기준으로 WAR을 조사했다. 누적 연차가 8년 이하인 선수들은 7년 차 선수의 경우 2.45, 5년 차 선수는 1.75로 누적 WAR의 기준을 내리는 식으로 기준치를 조정했다.


언론의 아마야구에 대한 주목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개발한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BIG KINDS)에서 '고교야구'와 '대학야구'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관련 기사가 얼마나 많이 나오며 어떠한 내용을 내포하고 있는지에 대해 연도별로 자료를 구함으로써 알아보았다.


그럼 이제 조사한 자료의 결과를 살펴보자.




● 대졸 선수는 20년 전에도 홀대받았으며 부진했다

<자료 1> KBO리그 연도별 '드래프트 성공' 지명자 수

전반적으로 매년 비슷한 숫자(10명~20명)의 지명 선수들이 2.8 이상의 누적 WAR을 쌓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와중에 2006년과 2008년, 2010년, 2012년, 2013년, 2016년은 다른 연도와 비교되는 특이한 양상을 보였다.


2006년은 2022년 신인 드래프트를 제외하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졸 신인 선수가 단 한 명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해였다. 2010년은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누적 WAR 2.8 이상을 쌓은 선수가 두 자릿수를 넘기지 못했다. 2013년과 2016년, 2019년 드래프트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의의를 갖는다. 특히 2016년과 2019년은 해외 리턴파, 독립리거 등의 특이 케이스를 제외할 시 일정 기준치 이상의 누적 WAR을 쌓은 선수가 다섯 명 이하였기 때문에 그 특이성이 더욱 도드라졌다. 2008년과 2012년은 3 이상의 누적 WAR을 쌓은 대졸 신인의 수가 고졸 신인과 거의 비슷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졌다. 이 여섯 해를 중심으로 분석 결과를 살펴보자.



<자료 2> 2001~2022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 지명자 추이

단 한 명의 대졸 신인도 성과를 내지 못한 2006년, 반면 대졸 신인이 좋은 성과를 올린 2008년과 2012년 드래프트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앞선 <자료 1> 그래프에서 확인했듯 사실 대졸 신인은 2006년 이전에도 계속해서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대졸 선수는 고졸 선수에 비해 4년의 시간을 손해 본 뒤 프로 유니폼을 입기 때문에 당장의 성과를 올리는 것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즉시전력감의 역할을 전혀 못 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현상이 이미 90년대부터 심화되었던 것인지, 자료 조사의 시작점인 2002년 신인 드래프트부터 이미 대졸 선수가 프로 구단에 지명받는 비율은 매우 낮았다.




● 선수의 역량과 기사량의 상관관계가 투명했던 대학야구

<자료 3> 연도별 '대학야구' 키워드 기사 게재 수 변화 추이

2005년에 열린 2006년 신인 드래프트는 비율만 놓고 보면 2003년이나 2004년만큼 21세기 역대 최저의 대졸 지명자가 나온 것은 아니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백업 선수로서도 오랜 기간 KBO리그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이는 2005년 들어 대학야구 기사의 양적 추이가 완전히 고꾸라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편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다시 대학야구를 다루는 기사의 수가 상승곡선을 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는 2007년에 열린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은 대졸 선수들이 이전 드래프트 대졸 신인에 비해 좋은 성과를 올린 것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09년 신인 드래프트부터 2011년 신인 드래프트까지 3년간 지명된 대졸 선수들은 다시 이전과 같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대졸야구에 대해 다루는 기사의 수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꾸준히 하락하는 결과로써 반영됐다.


KBO리그의 아홉 번째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가 창단함으로써 신인 선수의 양적 수요가 높아진 2012년에는 많은 수의 대졸 선수들이 지명됐으며, 이들이 좋은 성적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2012년 대학야구를 다루는 기사의 수가 매우 큰 폭으로 급증하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2012년 이후 대학야구에 대해 다루는 기사의 수는 꾸준히 줄어들었다. 대졸 선수들이 2008년, 2012년 신인 드래프트와 같은 '이변'을 연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4년에는 10번째 프로야구단 KT 위즈가 창단함으로써 고교야구의 선수 공급이 KBO리그의 수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때문에 당시 대학야구 선수들의 지명 비율은 고교야구 선수와 거의 1:1 수준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자료 1>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 이 선수들은 대부분이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하면서 '실패한 지명'이 되었다. 고교야구의 인프라 부족으로 대학야구 출신 선수들이 많이 지명받기는 했지만 이와로 당시 4학년 선수들의 질적 수준은 결코 높지 않았던 것이다. 언론 또한 이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인지 2012년에 비해 기사량이 200건 이상 줄어들었다.


이후에는 프로구단의 대졸 선수 지명 비율이 다시 예전과 같은 수준으로 돌아가 버렸다. 고교야구의 인프라 사정이 나아졌거나 차라리 역량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고졸 선수를 뽑아 직접 육성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학야구 선수들의 기량은 변치 않았고, 기사량도 큰 변화가 없었다. 이러한 흐름 끝에 언론이 대학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오늘과 같이 되었다(2020년 이후 빅카인즈 기준 '대학야구' 키워드 기사 매년 100건 미만).




● 고교야구 : 선수 기량과 상관 없이 기사량 폭증하기도

<자료 4> 연도별 '고교야구' 키워드 기사 게재 수 변화 추이 (1)

다음은 '고교야구' 키워드 기사의 게재 수 변화 추이에 대해서 2001년부터 차례로 살펴보자. 우선 고졸 지명자의 완승(?)으로 끝났던 2006년 신인 드래프트 직전(2005년)에 고교야구에 대한 기사량이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듬해에는 고졸 신인의 기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지자 기사량이 급락했다. 매우 투명한 모양새다.


그런데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점이 있다.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고졸 신인들은 오히려 2007년 드래프티보다 부진했다(누적 sWAR 2.8 이상 2007년 11명 → 2008년 6명). 그런데 해당 선수들이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007년에는 오히려 기사량이 상승했다. 어째서일까?



<자료 5> 2007년 '고교야구' 키워드 기사 735건 시각화 분석 결과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빅카인즈에서 '고교야구'를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나온 2007년 작성 기사 735건을 시각화하여 분석했다. 그리고 '봉황대기 전국고교대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대통령배'라는 거대한 빨간 버블을 중심으로 수많은 선수 이름이 몰려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7년은 고교야구가 유래 없는 화제 몰이를 했던 해였다. 우선 대한민국 아마야구의 성지인 동대문야구장이 철거 직전 마지막으로 전국대회를 유치하는 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컸다. 또한 각 전국대회의 결승전에서 길이길이 회자될 명승부가 펼쳐졌다. 대통령배 결승전에서는 1985년 이후 22년만의 우승을 노리던 서울고와 고교야구 전통 강호 광주일고가 3시간 33분간의 혈투를 벌였다. 1회전과 2회전에서 이미 320구를 던졌던 서울고 에이스 이형종은 이 경기에서도 140구를 던지면서 '눈물의 에이스'라는 별명과 함께 반짝스타가 되었다. 이 대회에서 제주관광산업고 김수완이 15년 만의 노히트 노런 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는 충암고 홍상삼이 경기 중 기행을 연달아 펼치며 다른 의미로 화제가 됐다.



<자료 6> 연도별 '고교야구' 키워드 기사 게재 수 변화 추이 (2)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기량이 좋은 고졸 선수가 많이 나왔다. 고교야구 4대 유격수로 꼽히던 경북고 김상수, 경기고 오지환, 서울고 안치홍, 광주일고 허경민은 프로 진출 이후 KBO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이 밖에도 고교야구 역사상 32년 만의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구리인창고 김태훈, 2007년 대통령배 결승전의 주역 중 하나였던 서울고 박건우, 청소년 대표팀 시절 '메이저리거' 야시엘 푸이그와 함께 야구 월드컵 올스타에 선정됐던 유신고 정수빈 등 수많은 선수들이 프로에서 자리 잡았다. 이를 대변하듯 2008년의 '고교야구' 키워드 기사 갯수는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한편 고졸 선수의 아웃풋이 2009년 드래프트에 비하면 아쉬웠던 이듬해에는 기사량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2010년에는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고졸 선수들의 활약상이 평범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고교야구' 키워드 기사의 양이 늘었다.



<자료 7> 2010년 '고교야구 키워드 기사 시각화 분석 결과

2010년에 게시된 '고교야구' 키워드 기사 887건을 시각화하여 살펴보았다. 전국대회와 관련된 버블은 2007년과 비교했을 때 매우 작아졌다(<자료 5> 참조). 그러니 3년 전처럼 고교야구 선수들의 활약상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기 때문은 아니다. 그런데 '대한야구협회', '문화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생소한 키워드의 버블이 몸집을 불리고 있었다.


해당 버블을 분석한 결과 '전국대회 폐지 및 주말리그제 도입'이라는 대형 사건이 있었기에 고교야구 관련 기사가 폭증했음을 알 수 있었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야구협회는 '공부하는 운동선수'라는 표어를 내세우며 주말리그제를 추진했다. 기존의 고교야구 대회가 평일에 열려 고등학생 신분인 선수들의 학습권이 침해된다는 이유였다. 이는 고교야구의 부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선수들의 학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함은 물론 심각한 부작용이 잇따른다는 반발이 섞여 거대한 논쟁을 낳았다.


결국 2010년에는 선수들의 기량과는 아무 상관 없는 사건으로써 고교야구와 관련된 기사가 증가한 것이다.



<자료 8> 연도별 '고교야구' 키워드 기사 게재 수 변화 추이 (3)

2010년대 중후반은 고교야구 최악의 암흑기였다. 특히 2016년과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일정 기준치 이상의 sWAR을 쌓은 고졸 선수가 다섯 명도 나오지 않았을 정도였다. 이를 반영하듯 2010년대 중순 들어 연간 '고교야구' 키워드 기사가 500건도 넘기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 초리됐다.


그런데 2020년대 들어서 고교야구를 다루는 기사의 양이 다시 매년 700건 이상으로 회복됐다. 역대급 기량이라 평가받는 초고교급 선수가 연달아 등장한 덕분이었다. 2021년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던 2020년에는 150km/h에 가까운 강속구를 던지는 광주일고 이의리, MLB행이 점쳐지던 덕수고의 장재영과 나승엽, 최재호 감독과 함께 강릉고등학교 야구부를 고교야구 강팀의 자리로 올려놓았던 김진욱 등의 선수들이 화제가 되며 일찌감치 팬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2021년에는 제2의 이종범이라 평가받던 광주동성고 김도영과 최고 154km/h를 던진 광주진흥고 문동주가, 2022년에는 150km/h 중반대 광속구를 밥 먹듯 던지는 덕수고 심준석과 서울고 김서현이 라이벌리를 형성 하면서 연일 주목을 받았다.




● 결론

적어도 아마추어 야구라는 주제에 한해서는 취재 대상의 질적인 수준 상승 혹은 하락과 언론의 주목도가 '대체로' 정비례의 관계에 있었다. 다만 아마추어 야구의 질적 수준과 기사량이 '절대적'으로 비례하지는 않았다. 경기 외적인 이슈가 발생할 경우 해당 이슈가 '고교야구' 혹은 '대학야구'라는 키워드를 공유함으로써 기사량이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아마추어 선수의 기량'이라는 측정 기준을 정교하계 설계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데뷔 1~4년차 선수들의 경우 아직 퓨처스리그에서 담금질을 하거나 군 복무 문제를 해결 중인 경우가 많아 1군에서의 특정 누적 sWAR을 기준으로 잡는 것이 정확하지 않게 느껴졌다(따라서 본 포스팅에서는 2020시즌 이후 데뷔 신인의 누적 sWAR과 기사량의 비례 관계를 따로 살펴보지 않았다). 1라운더와 10라운더에게 거는 기대치와 그들이 짊어져야 하는 성공의 기준이 다르다는 점 또한 감안해 기준을 설정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다만 조사 결과와 별개로 이 점만큼은 짚고 넘어가자. 아마야구와 프로야구는 절대적 공생관계에 있다. 프로야구가 흥행해야 더 많은 유망주 운동선수가 방망이와 글러브를 잡는다. 또한 아마야구 생태계가 건강해야만 더 양질의 선수들이 프로리그에 수급될 수 있다. 그렇기에 언론이 매일 프로야구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비추는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아마야구 역시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설령 졸업 학년 선수 중 앞다퉈 취재하고 싶은 특급 유망주가 없을 때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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