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Heroes 52

Heroes#39. 양현

무명의 2군 불펜, 2차 드래프트의 신데렐라로 거듭나다

by 채성실
20250220.png (원본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양현은 키움 히어로즈 역사상 가장 훌륭한 성적을 거둔 2차 드래프트 지명자다. 양현은 데뷔 직후 5년간 1군 16경기 출장에 그쳤다. 하지만 키움에서는 불펜진의 핵으로 떠오르며 팀 내 투수 중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다.


버건디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만 해도 철저한 무명이었다. 고교 시절의 양현은 준수한 제구력과 변화구로 팀의 마운드를 이끌었다. 그러나 대전고등학교 야구부가 약체팀이었던 탓에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거의 마지막 순번이 돼서야 지명받았다. 양현은 2011년 KBO 신인 드래프트 전체 지명자 78명 중 73순위로 두산 베어스의 호명을 받았다.


느린 구속 탓에 전력 외 취급을 받았다. 양현은 데뷔 시즌부터 2군 26경기에서 2승 2홀드 평균자책점 3.54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시즌 후반에는 1군에 콜업돼서 3경기 동안 5이닝을 소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단 한 번도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3년차 시즌이 끝난 뒤에는 육성선수로 강등 당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양현은 두산에서 5년간 16경기 15.1이닝 1패, 평균자책점 5.28의 성적에 그쳤다.


군 입대를 앞두고 유니폼을 갈아입게 만든 2차 드래프트가 양현의 운명을 바꿨다. 당시 키움 관계자는 양현을 지명한 이유에 대해 "형 양훈과 좋은 시너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키움의 예상은 절반만 맞았다. 양훈은 2017시즌 후 팀에서 방출됐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 때문이었다. 한편 양현은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동안 형과 함께 경기에 나서는 미래를 꿈꾸며 구속을 늘렸다. 전역하자마자 팀의 주전 중간 계투로 급부상했다.


양현은 전역 후 첫 시즌이었던 2018년부터 키움에서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23년까지, 6년간 1군 244경기에 출전했다. 같은 기간 팀 내 투수 중 최다 출장 1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포스트시즌이 되면 조커 카드로써 중용 받았다. 에이스 안우진 다음으로 많은 경기(17G)에 나서며 2.13의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2016 KBO 리그 2차 드래프트 지명자 중 가장 높은 s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를 기록했다.


양현은 2023시즌 종료 후 개최된 2024 KBO 리그 2차 드래프트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2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6년간 4억 8천500만 원의 연봉만을 받으며 궂은일을 도맡아 했던 신데렐라는, 마지막으로 키움에 지명 양도금 2억 원까지 안겨준 뒤 고척 스카이돔을 떠났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Heroes#40. 안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