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역사상 첫 삼각 트레이드의 당사자, 서류상 거쳐 갔던 팀에 오다
김동엽은 KBO리그 사상 최초로 성사된 삼각 트레이드의 당사자다. 그는 2018년 트레이드 당시 서류상으로나마 잠시 키움 히어로즈 소속 선수였다. 6년 후, 김동엽은 키움의 장타력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구로구에 안착했다.
2018년 12월 7일,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세 팀이 선수를 맞바꾸는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주전 포수 박동원이 형사 재판을 받고 있었던 키움은 삼성 라이온즈로부터 포수 이지영을 받았다. 홈런 타자가 부족했던 삼성은 SK 와이번즈(현 SSG 랜더스)에게서 2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한 외야수 김동엽을 받았다. 그리고 테이블 세터가 없었던 SK는 키움에게서 3할 타자 고종욱을 받았다. 서로의 가려운 점을 모두 긁어주는 거래였다.
프로야구 36년 역사상 최초로 성사된 삼각 트레이드는 키움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당시 키움은 '홈런왕' 박병호를 제외하면 거포 타자가 전무했다.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와 6년이나 남은 서비스타임을 겸비한 김동엽은 키움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줄 카드처럼 보였다. SK로서도 홈런을 덜 치는 대신 잘 치고 잘 달리는 고종욱을 받아오면 나쁠 게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양 팀이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삼성이 끼어들었다.
키움은 삼성과 '김동엽 영입 경쟁'을 벌이는 대신 플랜 B로 선회했다. 당시 키움의 포수진은 풀타임을 뛰어줄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주전 포수 박동원이 성폭행 혐의로 입건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삼성은 포수가 넘쳐나서 곤란했다. 특히 프랜차이즈 스타 이지영이 강민호의 FA 영입으로 입지를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래서 키움은 김동엽을 삼성에 양보했다. 대신 삼성이 SK에 주려던 이지영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김동엽은 잠시 키움 소속 선수가 됐다. 김동엽은 SK에서 키움으로 이적한 뒤 삼성으로, 고종욱은 키움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뒤 SK로. 그리고 이지영은 삼성에서 SK로 이적한 뒤 키움으로 이적했다고 기록됐다. 물론 서류상으로만 키움을 거쳐 삼성으로 이적했다 작성됐을 뿐, 김동엽은 곧바로 짐을 챙겨 대구로 내려갔다. 전례 없는 방식의 거래가 발생했기에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그로부터 6년 후, 김동엽은 다시 키움으로 이적했다고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기록됐다. 이번에는 명목상의 이적이 아닌 공식 영입이었다. 김동엽은 지난 6일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우리 팀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올 시즌이 정말 기대된다”는 소감을 남겼다. 키움은 지난 2년간 거포 부족에 시달리며 정규시즌 꼴찌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