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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Heroes 52

Heroes#36. 이형종

KBO리그 최후의 퓨처스리그 FA

by 채성실
20250224.png (원본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이형종은 KBO리그 최후의 퓨처스리그 FA다. 그는 2022년 키움 히어로즈와 퓨처스 FA 역사상 최초로 억대 연봉에 서명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남겼다.


아마추어 시절 '눈물의 에이스'로 이름을 날렸던 이형종은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의 1차 지명을 받았다. 투수로서는 수 차례 부상으로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했지만, 2016년 타자로 전향하면서 1군 주전이 됐다. 잠실 야구장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칠 수 있는 펀치력, 2할 후반대 타율이 가능한 정교함, 그리고 강속구 투수 출신다운 강견으로 공수 양면에서 LG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이형종의 팀 내 입지는 2020년대 들어 급격히 줄어들었다. 더 많은 기회를 보장받고 싶었던 이형종은 2022년 겨울 퓨처스리그 FA를 선언했다. 퓨처스리그 FA는 2군 선수를 위해 2021년 신설된 제도로, 1군 등록일이 60일 이하인 시즌이 7회 이상이면 자유계약 시장에 나올 수 있었다. 자격이 너무 까다롭다는 혹평 속에서 2년 만에 사라진 제도였다. 하지만 데뷔 9년차가 돼서야 1군 멤버가 됐던 이형종에게는 '얻어걸린 로또'였다.


FA 시장에 나온 이형종은 2022년 11월 24일, 키움과 4년 총액 20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한 소식이었다. FA에 지갑을 열지 않기로 유명한 스몰 마켓 팀이, 한화 이글스와의 계약이 유력시됐던 이형종을 하이재킹으로 영입했기 때문이었다. 키움이 FA 시장에서 타자를 외부 영입한 것은 2011년 겨울이었다. 당시 영입한 이택근이 원래 키움 소속이었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첫 타자 외부 FA 영입이었다.


키움으로서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질 만한 이유가 있었다. 2022년 키움의 팀 타격 지표는 대부분 리그 중하위권이었다. 그해 타격 5관왕을 거머쥐었던 이정후를 제외하면 사실상 리그 최악의 타선이나 다름없었다. 키움으로서는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포스팅 자격을 얻기 전 마지막 시즌인 2023년에 승부수를 봐야 했다. 펀치력을 갖춘 이형종이 합류한다면 그해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일군 팀 전력의 화룡점정이 될 것으로 보였다.


키움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형종은 지난 2년간 134경기서 2할 1푼 5리의 타율과 7개의 홈런에 그쳤다. 이정후의 KBO리그 마지막 시즌이었던 2023년, 키움은 팀 wRC+(조정 득점 창출력) 리그 9위에 그쳤다. 이정후마저 떠난 지난해에는 리그 최하위였다. 기회를 얻고자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형종은 2024년 1군 35경기 출장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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