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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실 Jan 19. 2019

7년차 야알못의 KBO 기록강습회 수강기 - 1

2019 KBO 기록강습회 대구, 경북편

  올해로 7년차 야덕이 되었다. 화장실에 다녀오겠다 말하고선 학원 건물 계단 창가로 달려가 필사적으로 DMB 신호를 잡아가며 경기 스코어를 확인하던 코흘리개 야덕은, 이제 노트북으로 자료를 찾아가며 열심히 회의를 듣는 척하며 몰래 인터넷 야구 중계를 보는 개노답 야덕이 되었다. 하지만 그 긴 세월을 야구를 보는 데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야구에 대한 지식은 뛰어나지 않다. 작년 여름 즈음에 세이버 매트릭션이 되겠다고 관련 서적까지 사가며 설쳤던 것 같기는 하지만 누가 WAR이나 WPA, WRC+에 대해 설명해보라고 하면 한 마디도 못할 패션 스탯덕후이며, 아마야구도 보러 갔던 주제에 기록지 한 글자 작성하지 못함은 물론이다.


  그래서, 적어도 이번에 열리는 KBO 기록강습회만큼은 꼭 참여하고 싶었다. 12월에 열렸던 KBO 세미나는 시험 공부를 해야한다는 이유로, 건대에서 열렸던 기록강습회도 이하동문의 이유로 거르고 말았다. 이번에 대구에서 열리는 강습회마저 가지 않는다면, 다시는 야구를 기록하는 법에 대해 배울 기회가 영영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으로 기차를 타고 대구로 내려갔다.




살면서 처음으로 와본 동대구역 앞에서, 찰칵!

  대구로 가는 방법이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값은 조금 비싼 대신 빠르고 편한 SRT를 타고 대구에 갔다. 대구에 가는 것은 처음인 데다가 보통 여행을 다니는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과장 좀 보태서 해외 공항에 갓 도착한 것처럼 설렜다.




역내 가게들인 만큼 값이 싸지는 않다. 하지만 역 밖에는 이만한 가게도 없어 보였다.

  동대구역에는 카페, 빵집, 식당 등 다양한 가게들이 늘어서있는데, 대구 맛집을 기가 막히게 잘 알고 있거나 그런 곳에 대해 알려줄 대구 친구가 있다! 같은 게 아니면 여기서 끼니를 해결하는 걸 추천한다. 동대구역 주변은 잘 쳐줘도 중소도시의 2000년대 초반 시내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당연하지만 그 곳에 꽤나 오랜 세월을 살았던 사람이 아니라면 선뜻 들어갈 식당을 찾기도 어려워보였다.




   동대구역 앞에는 타지에서 온 관광객들을 위한 안내 사무소가 있었다.




대구역 앞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엑스코까지 결코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면 택시를 타서 돈이 왕창 깨졌거나!

  나는 네이버 길찾기에다가 동대구역에서 엑스코 가는 법을 검색해봐도 썩 만족스럽게 안나오길래 발을 동동 굴리다가 하늘에서 내려온 동앗줄을 잡는 심정으로 여기에 가서 물어봤는데, 안내 데스크 직원분이 대구 엑스코 가는 버스를 쪽지로 프린트까지 하면서 주시고 정말 친절하게 잘 알려주셔서 헤매지 않고 갈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구역 주변에 갈 만한 식당을 여쭤봐도 알려주실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VR기기에 오큘러스라고 적혀있던 것으로 봐서는 싸구려는 아닌 것 같았는데, 어째서 그렇게 별로였을까?

  안내 사무소에 내부에는 핸드폰 등을 충전하며 잠깐 쉬고 갈 수 있는 휴식 장소도 있었고, 대구광역시의 관광명소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VR 기기도 있었다. 하지만 VR 기기는 마치 다이소에서 5000원에 판매하는 골판지 VR기계만큼 구렸다.




  버스를 타고 약 30분 가량을 달려 도착한 대구의 코엑스, 대구 엑스코! 




  엑스코 내부에는 건물의 규모와는 맞지 않게 고속도로 휴게소 푸드코트보다 작을 것 같은 푸드코트 하나와 몇몇 식당만이 있었으며, 푸드코트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별로 끌리는 음식이 없었다.




  고심 끝에 고른 메뉴는 만두라면 정식. 가격은 5500원. 별로였다. 내가 다니는 학교 구내식당에서 파는 1800원짜리 라면이 훨씬 나았다.




얼렁뚱땅 점심 식사를 해결하고 난 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KBO 기록강습회를 듣기 위해 엑스코 3층 306호로 향했다.




  기록강습회가 진행되는 강연장 앞에서 직원분께 이름을 대니, 3일간 열심히 들여다봐야 할, 그리고 어쩌면 그 뒤에도 종종 보게 될지도 모를 교재 세트를 주셨다.


  교재 구성은 강의 일정표, 강습의 원활한 이해를 위해 직접 작성하셨을 가상 경기 기록표의 사본, KBO 기록법&기록규칙 가이드 책, 그리고 스코어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모든 구성이 3만원! 싼 값은 아니지만, 교재의 구성이나 퀄리티를 생각하면 비싼 값도 아니었다. 아마도...




이런 곳에서 8888577을 보게 될줄은...

  KBO 기록위원장님의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10분간 진행된 후, 1시 10분경뷰터 윤병웅 기록위원님의 야구기록 일반론이 진행되었다.


  오리엔테이션은 말이 오리엔테이션이지 훈화 말씀과 비슷한 개념이었고 야구기록 일반론이 진짜 대학 강의의 오리엔테이션 수업같은 것이었는데, 조금도 지루할 틈이 없이 즐거운 수업이었다.


  위 사진은 윤병웅 위원님이 기록강습회란 RAW DATA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씀하시던 도중 2003년에 비밀번호를 찍고 있던 롯데 자이언츠의 사직구장이 이승엽선수의 56호 홈런 신기록이 걸린 경기 때에는 매진되었다는 얘기를 하며 보여쥬신 거였는데, 당시 롯데가 39승 91패를 했다고 말씀하시니까 강의실 여기저기서 와...! 하고 숨죽인 탄성이 터져나와서 뻘하게 터졌다.




  그리고 당시 이승엽선수의 56호 홈런을 기대하고 몰려온 관객들로 사직 구장이 꽉 찬 경기의 후반에 롯데가 이승엽선수를 사구로 거르니깐 난리가 났던 일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셨는데, 알고보니 윤병웅 위원님께서 당시 사직구장에서 기록을 하셨다! 그래서 현장감 있는 생생한 썰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밖에도 16년 넥센-롯데전에서 롯데의 실책으로 넥센이 득점했던 상황을 예로 드시면서... 그러고보니 윤병웅 기록위원님께서는 강의에서 유독 롯데 자이언츠를 예시 사례로 많이 사용하셨다ㅇ0ㅇ




  해당 상황을 글로 표현하고자 한다면 짧게 써도 굉장히 길어지지만,




  공식 기록으로 표시하면 이렇게 간단하게 된다! 라고 하시며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주셔서 이해가 쏙쏙 됐다.




  2시부터 약 네시까지는 기록지에 적어넣는 야구 기록 부호에 대해서 배웠는데, 교재로 나눠준 책자로도 스무 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분량을 짧은 시간 안에 설명하시려다 보니 빨리빨리 담백하게 넘어가는 감이 없잖아 있어서 이 부분은 많이 졸았다 ㅜ.ㅜ


  KBO 기록강습회를 수강해서 수료증을 수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몇 번씩 들으러 오는 분들이 계시고 심지어 지난주에 건대 강의를 듣고도 또 온 분들도 계시다길래 처음에는 '대체 왜...?' 싶었는데 이 파트를 들으며 꾸벅꾸벅 졸면서 '정말 그럴 만하구나!' 하고 깨달았다.




  네 시부터 여섯 시까지는 기록지를 작성하는 방법에 대해 배웠고,




  여섯시부터 일곱시까지는 1월 18일 오후 6시 15분에 수원 구장에서 열렸다고 가정한 kt wiz와 LG 트윈스 간의 가상 경기의 내용을 직접 기록지에 적어보며 네 시간동안 배웠던 기록 부호와 기록지 작성법을 복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때부터는 다시 재미있어서 열심히 참여했다.




멀고도 험한, 그럼에도 야구라는 연결고리가 있기에 마냥 힘들지만은 않은 기록 공부의 길.

수업이 끝난 후 대충 저녁을 먹고, 마을 버스를 타고 숙소에 도착해 대충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나니 오후 아홉시가 되어 있었다. 별로 한 것은 없지만 고단했던 하루 일과로 쌓인 피로를 잠으로써 풀고 싶었으나, 오늘 배운 내용을 복습하지 않으면 수료증을 받지 못할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들어 본 포스팅을 작성하기 직전까지 기록지와 가이드북을 들여다보았다.


교재에 적혀있는 내용들은 오늘 강의를 통해 들은 것보다 훨씬 딱딱하고 머리아팠다. 강습회에서 기록위원 분들께서 학원 강사 안부러울 정도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셨음을 새삼 느꼈다. 이제 겨우 1일차지만 정말 괜찮은 행사같다. 나처럼 야구에 관심은 많지만 야구 지식은 한없이 얇은, 그리고 하드한 야구팬이 되고자 하는 분들께 좋은 행사 같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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