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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실 Jan 20. 2019

7년차 야알못의 KBO 기록강습회 수강기 - 2

2019 KBO 기촉강습회 대구, 경북편

어제(금요일) 밤에 수강 후기를 끄적이고 잠을 자려고 하는데, 지난 주에 건대에서 기록강습회를 수강하셨다던 분께서 자기는 수업을 내내 경청하고 예습복습을 철저히 했는데도 수료 시험이 정말 어려웠으며 용어를 하나부터 열까지 달달 외워야만 한다고 조언해 주셨다.


당시 나는 밤에 겨우 한시간 조금 넘게 공부하다가 침대에 기어들어갔던 지라, 내일 죽어라 공부를 하지 않으면 수료를 못할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지만 오늘도 그렇게 열심히 듣지는 않은 것 같다...




히어로 임병욱, 대구 엑스코에서도 빛나는 너잖아!

원래는 오후 아홉시에 칼같이 도착해서 강의 시작 한시간 전까지 칼같이 공부를 하려 했건만, 숙소에서 꾸물대다보니 도착 시간은 9시 반이 넘어가버렸다. 강의실에 도착했을 때에는 마침 빔 프로젝터로 네이버 스포츠 하이라이트를 틀어놨길래, '그래! 수업만 열심히 들으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멍때리고 하이라이트를 봤다. 참! 사진 속 누구는, 이 시간에 덕 레타 코치한테서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혈안일텐데 말이다!




한참 멍을 때리며 야구 하이라이트를 보고 있으니 어느덧 수업 시작 시간이 되었고, 어제 가상 경기 기록지로 기록하기 수업을 맡으셨던 기록위원님께서 오늘은 실제 경기 영상을 보며 해당 내용을 기록지로 옮겨볼 거라 말씀하시며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를 편집한 영상을 틀어주셨다. 경기 내용은 실제와 같지만, 투구수가 실제 경기보다 적었고(ex : 풀카운트 승부를 초구/3구 타격으로 바꾸는 등 해서 6.2이닝동안 70구 이상을 던진 피어밴드가 가상 경기에서는 6.2이닝 39구 투구를 하였음) 종료 이닝이 7이닝이라는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경기 중간에 유인물에는 LG 1루수가 땅볼 타구를 아웃으로 처리하지 못한 뒤 윤대영으로 교체된다고 적혀있던 게 영상에서는 김현수선수가 타구를 잡은 뒤 넘어져서 송구에 실패하고 발목 부상으로 교체되는 것으로 나와서 깜짝 놀랐는데, 알고보니 수업에서 사용된 가상 경기가 작년 9월 4일 수원 LG - KT전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화이트로 몇 번이고 글씨를 지우다보니 종이가 울퉁불퉁해졌다.

이 수업 시간에는 두 눈에 불을 켜고 기록지를 적어가기는 했지만, 어제 밤에 제대로 복습을 하지 않고 잤기 때문인지 썩 잘하지는 못했다. 특히 자꾸만 한 두칸 씩을 밀려써서, 화이트로 지우고 다시 쓰고 영상 속 경기 내용을 따라가고 하느라 난리법석이었다.




기호를 잘못 적는 거야 간밤에 제대로 외우지 않았으니 그렇다 쳐도, 대강 알 것 같은 부분에서도 미묘하게 모범 답안과 다르게 표기한 게 많았다. 그 중 하나가 외야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였다. 나는 타구가 굴러간 게 아니라 날아가서 떨어진 거니 플라이성 타구라 생각하고 뜬공 표기를 했는데, 답안에는 라이너성 안타로 기록되어 있었다.


한참을 어리둥절해하다가 기록위원님께 여쭤보니 라이너성으로 표기할지 뜬공성 타구로 표기할지는 기록원 마음이기는 하지만 라이너성 타구는 발사각도가 낮은 등의 특징이 있다 설명해주셨는데, 음... 그래도 라이너성 타구 구분은 너무 어려운 것 같다.




좌측은 1982 프로야구 개막전 기록지, 우측은 선동열 - 최동원 맞대결 기록지.

어제부터 강의실 벽에 일정한 간격으로 붙어있는 종이들이 뭔가하고 신경 쓰였는데, 오늘 쉬는 시간에 슬쩍 보니 프로야구 개막전, 최동원-선동열 간의 전설의 맞대결, 등등 전설적인 경기들의 기록지들을 찍어놓은 것이었다. 한자가 가득하길래 내 한자실력으로는 기록원이 되기에는 턱도 없겠구나! 싶었다.




맛도 가격도 영...

원래는 오늘 점심 식사를 몇 정거장 건너 코스트코에 가서 하려고 했는데, 막상 점심시간이 되니깐 다녀올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오늘도 엑스코 푸드코트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사진 속 음식의 이름은 치즈 돈가스. 가격은 8000원. 만약 대구 엑스코에 왔는데 밥을 먹고 싶고, 마침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엑스코 내 푸드 코트는 가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이 상황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아, 자료 영상을 구할 수 없었다고 한다.

오후 한 시부터 두시까지는 안타와 안타가 아닌 경우에 대한 강의가 진행되었다. 이런 내용에 대해서는 나름 야구를 봐온 짬이 있으니깐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몰랐던 규정들이 정말 많았다.




2019 포스트시즌 와일드 카드 결정전의 주인공은 김민식이 아니었을까.

이 강의는 강의를 하는 기록위원님께서 수강생 팬분들의 식곤증을 예방하기 위함인지 중간중간 예시 사례로 여러 영상들을 넣어 두셨는데, 그 중에서는 김민식선수가 KIA 팬들에게 올 시즌 시작 전까지 반영구까방권을 얻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의 그렌달 빙의 수비들도 있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비범한 모습만을 보이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유선정...

이제는 전설이 된 유선정선수의 우익수 앞 땅볼 아웃 영상도 있었다.




선행주자의 상태에 따른 안타의 루타 인정? 에 대해 이야기하던 도중 임병욱선수의 누의 공과 사건도 영상으로 나왔다.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이 정말 다채로운 플레이를 많이 했음을 새삼 느꼈다.




이런 슬라이드가 빠르게 설명된 뒤 휙휙 넘어갔다.

영상에 대한 설명만 보면 그저 재밌는 강의로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많고 쉽지 않은 내용들이 빠르게 훅훅 지나갔기 때문에 강의를 듣는 동안 머리가 핑핑 돌았다. 그나마 '안타와 안타가 아닌 경우' 강의는 예시 영상이 많아서 들을 만했지만, 그 이후의 강의들('루타수, 끝내기 안타, 타점', '도루, 폭투와 포일', '희생타, 사구, 삼진', '오버 슬라이딩')은 도저히 제대로 따라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 베이스에 두 명의 주자가 모이면 어떻게 되는가?'의 예시로 소개된 장민석, 이택근선수의 겆칼코마니 





희비와 희타가 이렇게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다!




기록위원님께서 채태인선수는 자료화면감을 많이 제공해줘서 기록위원들에게 참 고마운 선수라고 하셨다. ㅋㅋ




오후 수업은 첫 3시간에 비해 비교적 얼렁뚱땅 듣고 6시가 되어 엑스코를 나왔다. 내가 이번에 굳이 대구까지 내려온 이유 중 하나는 저녁에 펑펑 놀기 위해서였는데, 미세 먼지는 매우 나쁘고, 잡았던 약속은 만나기로 한 사람이 감기에 걸려서 취소된 데다가, 내일 수료시험에 대한 걱정은 커져만 갔기에... 빨리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가서 수료시험 대비 공부를 했다. ㅜㅜ



비록 내가 글에서 계속 어렵다느니 어떻다느니 징징대고 기록위원님께서도 '다들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이실텐데 이번 강습회를 계기로 야구가 싫어지지 않으셨음 하네요'라고 농담을 하실 만큼 꽤나 힘들지만, 그래도 의미 없는 시간은 절대 아닌 것 같다. 내일 수료증을 받았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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