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성실 Jan 20. 2019

7년차 야알못의 KBO 기록강습회 수강기 - 3(完)

2019 KBO 기록강습회 대구, 경북편

'즐겁게 기록 공부도 하고 처음 와본 대구도 여기저기 구경 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지' 하고 대구로 내려온 지도 어느덧 3일째. 지난 이틀을 되돌아보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엑스코에서 수업을 듣고, 밤에는 게스트하우스 로비에서 복습을 하다가 블로그에 글을 쓴 뒤 이불 속에 기어들어갔던 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런 나날도 오늘도 끝! 이왕 고생한 거, 오늘은 정말 수업에 150% 집중하고 시험 잘 치고 가자! 라는 마음을 품고 엑스코로 향했다.




TMI지만, 나는 김대우선수가 못해도 박종훈선수만큼은 클 줄 알았다...

오전 10시부터 오전 11시까지는 승리투수/패전투수/세이브/홀드에 대한 규정을 배우는 시간이었고, 이런 곳에 올 정도의 야빠라면 해당 사항들에 대한 대략적인 규칙을 알고 있으니 지난 이틀과는 달리 부담감 없이 들을 수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기록위원님께서 말씀하시딜, 매년 강습회마다 자기가 이 즈음 순서를 맡는데 참석한 팬들의 표정을 보면 1일차와 비교해서 많이 어두워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러 마지막에 부담을 덜어주려고 이 수업을 끝에 배치했나 보다.


승리투수에 대한 얘기 중에서는 선발투수가 5이닝 미만을 투구해도 경기가 6회 이전에 끝나면 선발승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게 인상 깊었다. KBO에서는 17년 7월 2일 문학 삼성-sk전 때 경기가 5회말에 강우 콜드로 끝나면서 박종훈선수가 4.1이닝을 투구하고 선발승을 거둔 게 최초라고 한다.




 구원승의 규정상 기준이 '선발투수가 승리를 챙기지 못하고 2명 이상의 불펜 투수가 등판했으며 리드가 끝까지 이어졌을 때, 승리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투구를 했다고 기록원들이 판단한 투수'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물론 위 사진과 같이 그 효과적인 투구에도 평가 기준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선발승과 비교했을 때 규정이 주관적인 부분이 있어서 신기했다.




은근히 헷갈리는 세이브 관련 규정을 오늘 확실히 알게 되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자책점에 대해서 배웠다. 본격적으로 강의가 시작되기 전에 기록위원님께서 이 성적이 누구 성적인지를 알겠느냐고 여쭤보시자, 여기저기서 최충연! 하는 소리가 들렸다. 삼성팬이라서 알고 계신 분들도 있으셨겠지만, 내 옆에 앉아 있었던 기아팬 아재도 바로 최충연! 하고 외치시던 걸 보면 역시 하드코어 야빠 분들께서 전국 각지에서 다 몰려오셨구나 싶었다.



이닝 재구성 관련 설명은 사진과 필기를 다시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이 수업에서는 이닝의 재구성을 통해 득점이 일어난 이닝에서 해당 득점이 자책점이냐 비자책점이냐를 확인하는 법을 배웠다. 이걸 배우던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해보려 해도 아무 것도 안 떠오르는 것을 보면 이 얘기에 대해서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다만 저기 파워포인트 속 기호를 보니, 수료시험 때 야수 선택을 잘못 표기했다는 것은 알겠다...




5월 22일 롯데-삼성전, 11월 5일 SK-두산전의 한 장면을 보며 실전 연습을 하였다.

글과 기호로만 설명하면 나처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걸까? 실제 경기 상황을 보며 해당 영상에서 일어난 득점이 자책점인지 비자책인지 구분해보기도 하였다.


영상을 보면서 직접 영상 속 이닝을 재구성하고 자책인지 비자책인지 예상하는 것이었는데, 처음 문제는 틀렸지만 두 번째 문제는 맞출 수 있었다. 다만 수료시험 때에는 제대로 맞췄는지 잘 모르겠다.




볼카운트 상황에 따라서 구원 투수가 볼넷을 내줘도 기록상으로는 전임 투수가 볼넷을 내준 것으로 표기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반자책점에 대해서도 배웠다. 이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멍 때리지도 않고 열심히 집중해서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팀 기록상으로는 비자책점이 되지만 투수에게는 자책점으로 기록되는 실점이라는데, 이게 대체...




2시간을 하얗게 불태웠다.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가상의 경기를 기록지로 기록하는 수료 시험을 치렀는데, 롸끈하게 망한 것 같다. 좌측 수비 통계 부분의 병살을 어떤 선수에게 표기하는 것인지 시작과 함께 까먹어버렸고, 야수 선택이나 오버 슬라이딩 등 고급 표기도 머릿속에 없었으며, 그나마 꾸역꾸역 써넣은 것도 틀린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 오늘 오후 여섯 시에 KBO 홈페이지에 답안지가 올라온다고는 했지만 별로 보고 싶지는 않다.


비록 3일동안 대구에 머무르며 예상치 못한 공부를 했으면서 수료증도 못 받을 위기에 처했지만, 몇 번이고 말했듯 하드코어 야빠를 지향하는 라이트 야빠들이 한 번 수강하기에는, 그리고 하드코어 야빠들에게는 정말 좋은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우수한 성적을 받으면 KBO 전문기록원 과정을 수강할 기회도 주어지고 말이다. 혹시 내년 이맘때에 집 안에서 뒹굴거리기만 하실 것 같다면, 그 때에 한 번 들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