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팀팬 늘리기 위한 적극적 마케팅 펼쳐야
5월 5일 어린이날, 한국프로야구의 2018시즌 누적 관중 수가 200만 명을 돌파했다. 3월 24일에 리그가 개막했으니 5월 5일 기준 총 175경기 만에 누적 관중 200만을 돌파한 것이다. 이는 4월 15일 100만 관중 돌파 이후 83경기만이었고, 리그 개막 후 100만 관중을 돌파하기까지 소요된 92경기보다 아홉 경기 빠른 페이스였다. KBO는 이를 발표함과 함께 각 구단별 관중 순위도 공개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가장 적은 관중 수를 기록한 구단은 다름아닌 넥센 히어로즈였다. 단순히 관중 수 꼴찌를 기록한 게 아니다. 10개구단 중에서 유일하게 10만 관중을 넘기지 못했으며, 지난 시즌에 비해 무려 37%의 관중 수가 감소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마케팅팀 팀장이라는 사람이 대답한 게 걸작이다. 작년 이 시기에 비해서 LG, 롯데, KIA, 두산 같은 인기팀과 덜 붙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랜다. 넥센팬들도 히어로즈의 관중수가 원정팀 팬들에게 좌지우지되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구단이 직접 '원정팀 상대로 장사를 한다'고 인증한 셈이다. 기가 막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타 넥센 히어로즈 커뮤니티에서도 나온 말이지만, 이는 좋게 말하면 홈 관중수가 적은 히어로즈 구단의 현실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이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우리는 이길 의지가 없소'로 돌릴 가능성이 있다. 인기팀을 상대로 많이 질수록, 경기장을 찾는 원정팀 팬들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 해 엘,롯,기를 상대로 17승 30패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3승 9패로 절대약세를 보이는 중이다.
넥센 이외에도 kt, NC, SK 등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팬덤이 작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구단들이다. 하지만 이 구단들 중 넥센 히어로즈처럼 대놓고 원정팀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팀은 없다. kt 위즈를 예시로 들어보자. 2015년부터 1군에 합류한 kt 위즈는 신생팀인 데다가 지난 3년 간 꼴찌라는 순위를 기록했기 때문에 자팀팬을 늘리기에는 최악의 조건을 갖췄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단 때부터 지금까지 쭉 자팀팬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당장 이번 달만 해도 어린이날 기념 행사, kt 위즈 일러스트 캐릭터 출시, '경수대로 6번길 DAY' 이벤트 등등 갖가지 행사를 기획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넥센 히어로즈의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과연 자팀팬을 유지할, 그리고 늘릴 생각이 있기는 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갖가지 이벤트를 열기에 최적의 환경인 가정의 달 5월임에도 불구하고, 넥센은 현재까지 팬을 위한 이벤트를 전혀 준비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홈구장에서 경기를 할 때마다 요일 별로 행사를 하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KBO는 물론이고 KBO보다 관중동원력이 떨어지는 K리그에서조차도 원정팀을 주요 타겟으로 삼는 구단은 단 한 곳도 없다. 그 어떤 비인기팀이라도 모두 어떻게든 팬을 한 명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서 노력한다. 2017시즌 23R 종료 기준 관중 수 꼴찌를 기록했던 강원 FC 역시 공식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5월달에만 가정의 달 특별 이벤트, 학교로 찾아가는 축구 클리닉, 지역밀착 홍보활동 등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넥센 히어로즈는 현재까지만 봤을 때에는 자팀팬을 늘리려는 노력을 조금도 하지 않는 것 같다. 현 모습만 봤을 때에는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자팀팬을 조금도 늘리려 하지 않고 그저 원정팀 팬이 많이 와주길 바라는 운영을 계속해나간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넥센에게 득이 될 것은 전혀 없다. 팬 없이 굴러가는 프로 스포츠는 없으며, 당연히 팬 없이 굴러가는 프로구단 역시 없다. 그러나 넥센은 시대를 거스르는, 아니 한국 프로야구 역사 37년간을 샅샅이 찾아봐도 볼 수 없는 운영을 하고 있다. 원정팀 팬이 더 많이 와주길 바라는 것보다, 넥센팬이 더 늘어나길 바라는 것이 옳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