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삶보다 괜찮은 삶

아빠 육아

by 웃자

어제 아내는 모더나 2차 접종을 했다. 1차 접종 때 조금 어지러웠지만 다른 부작용은 없었다. 오히려 2차 접종 부작용이 심하다는 경험담을 읽고 걱정이 되었다. 접종 후 며칠 동안 두통과 근육통으로 고생했던 기억 때문에 걱정이 커진 것 같았다. 회사에서 도움을 줄수가 없어서 고민하다가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검색했다. 종류가 너무 많았다. 일단 아메리카노를 제외하고 달달한 세트 메뉴 중에서 달콤한 겨울 세트를 선택했다. 아내가 접종하러 가는 시간에 맞춰서 카톡으로 보냈다. '접종하고 집에 가는 길에 당충전하세요~ 부작용 없으면 좋겠어요~'라는 메시지도 동봉했다.

아내가 장모님과 커피를 마셨고 딸에게 고구마 케이크를 줬다고 사진과 동영상을 보냈다. 딸이 혼자서 케이크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까 아버지 생각이 났다. 생전에 아버지는 손녀를 만날 때마다 고구마 케이크를 사주셨고 다함께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했다. 손녀는 아버지를 고구마 할아버지라고 불렀다. 퇴근 후에 집에서 딸한테 고구마 케이크가 맛있었는지 물었다. "아빠가 고구마 할아버지를 보고 싶어서 울었어."라고 딸이 대답해서 코끝이 찡했다. 아빠는 말이 나오지 않아서 '맞아. 보고 싶어.' 마음 속으로 대답했다.

옆에서 아내가 딸에게 오래오래 같이 살자고 했는데 고구마 케이크를 먹던 딸이 괜찮게 살면 된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어떤 삶이 괜찮은 것일까. 이야기를 만들고 의미를 부여하면 되는 것일까. 이야기에 속지 말고 무의미 속에서 꿋꿋하게 살면 되는 것일까. 딸에게 감사하다. 그녀를 위해서 살아가는 것으로 만족한다. 예전에는 가끔씩 고구마 할아버지한테 고구마 케이크를 사달라고 떼를 썼다. 이제는 더이상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하늘 나라에 있다고 말해서 그런 것일까. 손녀는 할아버지를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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