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는 바다가 없었다. 고요의 바다, 풍요의 바다, 구름의 바다, 비의 바다, 폭풍의 대양, 맑음의 바다, 등 이름 뿐인 바다에는 검은 돌만 있었다. 햇빛은 달에도 닿았지만 달에는 반짝임이 없었다. 먼지는 쌓여있을 뿐 햇빛의 틈바구니에서 춤추지 않았다. 달의 밤은 지구의 어느 곳보다 차갑고 고요하고 어두웠다. 달 표면에는 얼음 알갱이가 있었다. 파도소리도 빗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리 오랫동안 응시해도 실루엣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이 있었다. 토끼는 추위, 고요, 그리고 어둠에 익숙했다. 크레이터의 봉우리에서 지구의 바다가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을 바라봤다. 토끼는 바다로 가고 싶어서 달님에게 기도했다. 달님은 기도를 들어주었다. 고양이 마차를 타고 지구로 향했다. 여행 중에 소녀를 만났다. 소녀가 달의 전령에게 떠났던 이유를 물었다.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처럼 빛나고 싶었어."
토끼는 여행을 끝내고 달나라로 돌아갔다. 언제나 소녀의 마음에서 작별하기 전처럼 뒤를 돌아보며 웃었다. 언제나 소녀의 옆에 머물렀다.
보름달이 떠올랐다. 마차가 남쪽에서 달빛을 타고 다가왔다. 고양이 세마리가 마차를 끌었다. 턱시도가 선두에서 이끌었고 치즈 태비와 고등어 태비가 뒤를 따랐다. 목걸이 방울이 울렸다. 마차는 좌현에서 멈췄다. 턱시도가 중절모를 벗고 인사했다. 초록색 눈동자는 달빛에 반짝였다. 럭키가 이빨을 드러내며 낮은 경계음으로 으르렁거렸다. 고양이도 털을 곤두세웠다. 사이에 쭈그려 앉아서 눈을 깜빡이며 인사했다. 고양이가 바지 밑단에 머리를 부비며 화답했다. 그때처럼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더이상 새벽녘의 훼방꾼은 없었다. 토끼가 어깨에 자루를 메고 마차에서 내렸다. 뿔이 불쑥 솟아있었다. 사슴뿔 같았다. 자루를 열어서 갑판에 포도와 무화과를 쏟았다. 말없이 포도와 무화과를 나누어 먹었다. 토끼는 달빛을 타고 눈부시게 반짝이는 소녀를 찾으러 북쪽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