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햇빛에 반짝였다. 구름이 하늘을 가득 채웠다. 소금기를 머금은 미풍이 조타실 창문으로 들어왔다. 망중한을 즐겼다. 선내 구석에서 음악이 울렸다. 처음에는 작은 소음이었는데 조금씩 소리가 커졌다. 생소한 노래였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으면 종려나무 아래에서 연주할 것 같았다. 북극에서 모닥불을 찾으면 오로라 아래에서 들릴 것 같았다. 눈을 감고 들었다. 리듬에 맞춰서 손가락을 튕겼다. 낯선 선율에 몸을 맡겼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예전 모습 그대로 웃고 떠들고 춤을 추었다. 럭키는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귀를 덮고 하품을 하더니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한참동안 춤을 추었다. 어느새 노래가 끝났다. 갑판으로 나가서 맥주를 마셨다. 바다를 향해서 소리를 질렀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온몸으로 소리를 질렀다.
cottonbro @ Pexels"사랑합니다!"
Anastasia Lebedeva @ Pexels희미한 메아리가 들렸다. 바다에는 메아리가 없다. 육지가 가까이 있었다. 저멀리 섬이 보였다. 닻을 내리고 육지로 향했다. 시냇물이 바다로 흐르고 있었다. 시냇가를 따라서 걸었다. 길은 산으로 이어졌다. 럭키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보조를 맞췄다. 나무는 바람에 춤추고 풀벌레 소리가 가득했다. 돌에 앉아서 물을 마시고 땀을 식혔다. 말린 대추를 씹었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새소리를 들었다. 다시 정상을 향해서 걸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비는 땀을 씻었다. 빗소리와 풀내음을 벗삼아 걸었다. 부슬비라서 옷은 젖지 않았고 흙길은 촉촉했다. 장승을 만났다. 괴엄한 장승은 웃음과 울음이 뒤섞인 무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안개가 몰려왔다. 짙은 안개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걸었다. 정상에서 구름 한조각을 유리병에 넣었다. 달토끼야 언젠가 다시 만나면 반짝이는 소녀에게 전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