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 편지

되는대로

by 웃자

뱃머리에서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후진해서 속도를 줄였다. 럭키는 놀라서 갑판을 뛰어다녔다. 녀석을 쓰다듬으며 진정시켰다. 망원경으로 살폈다. 눈이 부셨다. 초점을 조절했다. 바다에는 수많은 유리병이 떠다니며 햇빛을 반사했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뜰채를 바다에 넣었다. 유리병 한개를 건졌다. 유리병에는 편지가 담겼다. 유리병 편지를 가방에 넣었다. 갱웨이를 내렸다. 가방을 메고 상륙했다. 유리는 파도에 씻겨서 반짝이는 몽돌이 되었다. 몽돌은 발 밑에서 바스락거렸다. 섬에는 길이 있었다. 사람의 발자국으로 만들어진 길이었다. 길 끝에는 우체국이 있었다. 오래된 석조 건물이었다. 손때로 맨들맨들 부드러운 미닫이 나무문을 열고 들어갔다. 풍경이 은은하게 울렸다. 아치 창문으로 햇빛이 비스듬히 들어와서 어둠을 밝혔다. 접수창구로 가서 가방속 유리병을 꺼내서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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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 사연들이 해류에 갇혀서 섬을 이루었습니다." 접수원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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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을 다시 가방에 넣었다. 배로 돌아와서 편지를 꺼냈다. 어느 뱃사람이 항해 중에 태풍을 만나서 표류했다. 동료들은 사라졌고 혼자서 살아남았다. 그는 무인도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그렸다. 끝까지 희망을 간직했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아가지 못했다. 편지의 수신 주소로 찾아갔다. 작은 항구마을이었다. 건물은 사라졌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교회 묘지를 걷다가 그녀를 찾았다. 유리병 편지를 묘비에 기대어 두었다. 벤치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절벽 아래에서 파도가 쳤고 회색빛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가 머물렀던 섬으로 향했다. 섬에 내려서 해변을 걷다가 동굴로 들어갔다. 그는 동굴에 기대어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옆에 앉았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코발트색 바다, 청록색 수평선, 상공으로 갈수록 조금씩 짙어지는 하늘이 동굴 밖으로 보였다. 두사람은 바다 넘어로 서로를 바라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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