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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May 18. 2021

브랜드 기획

파자마 기획의 시작


 파자마 제품 기획을 결정한 건 지난해 12월이었다. 둥지를 박차고 나와 차린 컨설팅업보다 더 큰 배움을 얻고 가치를 만들어 낼 프로젝트란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는 할 수 없어 사업동지를 한동안 모으려 다녔다. 핵심은 디자인과 판매채널이었는데 먼저 평소 함께해보고 싶던 그래픽 디자이너 이덕형 님(@madeindhl)과 그야말로 팬심으로 일 할 기회를 만들었다. 글을 쓰는 현재는 한 배 탄 편한 동료이지만 지난해 그를 설득하는 데 나름 세심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야 했다.


 사업 아이템을 선정하는 데는 꽤 괴로운 고민이 필요했다. 먼저 사업이 잘 안 되면 그간 직장 커리어가 물거품이 될 것이란 생각과 준비와 실행, 결과를 확인하기까진 짧겐 1년 길겐 2년의 시간을 요할 텐데, 짧지 않은 시간 여기에 힘을 쏟는 것이 성장의 측면에서 옳은 것인가? 걱정이 들었다. 속히 말해, 대가리가 굵어지기 전에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하면 이토록 깊게 생각하진 않았을 텐데란 후회가 있었지만 지금 이야기해봤자 전부 실행엔 도움되지 않는 망상이었다.


이보다는 과연 <나는 왜 사업을 하고 싶은가?>와 <한다면 어떤 가치를 갖고 어떤 영역에서 사업을 시작할 것인가?>에 답하는 게 먼저였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아주 단순하게 '부자가 되고 싶다'는 답은 이미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정수준 이상 소득선을 돌파하면 그 이상부터 한계효용은 줄어든다고 하는 통계처럼 부의 축적만을 사업 미션으로 설정하면 어느 순간부터 사업을 놓고 싶어질 것이란 확신이 강하게 왔다.


 그렇지만 돈을 벌지 못하면 사업을 영위하지 못하거나, 나와 주변을 힘들게 하고, 좋은 인재를 끌어들일 수도 없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사업 아이템 선택 기준에는 <"실패해도 좋아할 수 있는 분야라 재도전할 수 있는가?"> 뿐 아니라 <"시대적 흐름 속 장기적인 사업성을 갖췄는가?">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내가 잘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인가?">란 기준도 있으면 좋다. 이 3가지 조건이 만나는 경계면에 우리 사업 아이템이 있었다. 이러한 프레임으로 10개 내 리스트에서 조건미달의 아이템을 지우는 소거법을 통해 사업 아이템 채택에 다가갔다.  


 파자마는 우선 가장 좋아하는 패션 장르였다. 인생 종치기 전 꼭 한 번 종사해보고 싶던 산업에 스스로 들어갈 기회였다. 두 번째로 팬데믹 현상 속 산업이 한참 성장하고 있다. 검색포털에서 '홈웨어', '파자마' 같은 키워드 검색량은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지난해 2~3월 피크를 찍고는 떨어지는듯 하다 다시 가을 말미부터 올해 초까지 쭉 상승했다. 그 가운데 중고가 파자마 브랜드가 늘어났다. 이는 국내외 할 거 없이 공통된 현상이었고 관련 기사도 언론에서 뿌려대기 시작했다.


 문제는 경쟁강도다. 검색량(수요) 대비 너무 많은 제품이 검색결과 상에 노출됐다(=공급되고 있었다). 대체로 중국산으로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저가상품이 주를 이뤘다. 아니 거의 다였다. 혹 동대문 도매상 통해 공급되는 일명 '택갈이'상품이 많았다.


 이런 경쟁 속에 아무리 잘 기획하더라도 시선 끌기는 쉽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해결책은 시간은 걸리더라도 프리미엄에 도전하는 것이다. 일반 디자인을 벗어나 심미적 영역에 새로움을 불어넣어 고급화해야 승산이 있겠단 직감이 스쳤다.

주변에 감도 높은 이와 이 주제로 이야길 해보면 SPA 브랜드 외에 살 게 없다는 반응이 많다. 슬리피존스 정도 디자인이 딱인데 이 또한 가격이 있어 혹은 너무 잠옷스러워 자주 살 수는 없는 듯 했다.

 하지만 2020년은 홈웨어의 편리함을 소비자가 깨닫는 원년이었고 이 ‘코시국’이 끝나지 않는 한 집에서의 시간을 더 프리미엄으로 연출하려는 욕망은 지속될 거란 전망 하에 질 좋은, 디자인적 연구가 들어간 나름 비싼 파자마를 만드는 데 도전한다.


조직 역량에 부합하는 제품 원가와, 가격의 방향성?


 제품 제작 과정에서 가장 많은 토론, 설전이 오간 지점은 "그래서 어떤 티어tier에서 파자마를 만들 것이냔" 주제였다. 동대문 원단시장의 기성원단을 사용 시 비축된 양이 확실하단 가정하, 첫 발주물량을 최대한 적게 가져가고 이후 주문량에 따라 대응생산(리오더)하는 식으로 비교적 가볍게(lean하게) 브랜드를 만들 수 있지만, 맞는 원단이 없다면 재직과정이 요구되는데, 최소제작수량이 많기에 사실상 높은 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현금흐름과 직결되는 것으로 어떤 원단을 사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시작이자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유기농 면(오가닉 코튼)을 활용하고자 하는 맘이 다들 강했기에 알아보니, 우리가 원하는 원단은 색상과 질감을 보았을 때 기성을 쓰기 보단 직접생산을 해야만 했다. 우린 유기농 면의 원사를 직접 짜는 쪽으로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우리 스스로 많이 던진 질문은 <"초반 실적이 안 좋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계속 고객에게 소비를 요구하고 바이어를 설득할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가?">였다.

 답은 우리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내 생각에 잘 못 기획된 혹은 초반 반응이 좋지 않은 SNS 아이템이 기사회생 불가능한 이유는 그걸 파는 마케팅 담당자의 논거가 광고 소재 외,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잘 팔리면 날개 돋힌 듯 팔리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은 3개월을 못 넘기고 회사는 마케팅 리소스를 빼곤 한다. 이는 마케터도 기획자도 그를 지시한 기업도, 자신이 다른 제품과 차별화 없이 못 만든 것을 알기에 사장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해온 나 그리고 우리로서는 정립한 프리미엄이란 기준이 디자인부터가 아닌, 소재 선택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면, 그렇지 않은 소재를 쓸 경우 먼훗날 제품이 안 팔리더라도 다시 팔고 싶을 만큼 당당하진 않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봉제도 마찬가지다. 살과 닿는 안쪽 실밥을 숨기고 미세한 이물감마저 줄이기 위해서, 조금 더 나아가, 말아박는 통솔봉제를 채택했는데 이건 한 번에 드르륵 미싱하는 방식이 아니어서, 공임비가 기존 오버록 방식보다는 꽤 높았다. 과정에서 논쟁이 왜 없었겠는가. 다 있었지만,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실적이 안 좋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계속 고객에게 소비를 요구하고 바이어를 설득할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가?">의 답은 뭐였는가 초반을 상기하며 영점조준을 유지했다. 이는 결국 원가 상승 -- > 판매가의 상승을 불러일으킬게 뻔했다.


 하지만 이 당시 우리가 모여 '프리미엄'한 제품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합심에 큰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보며 다시 "공 들여 만들고 비싸게 파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누구든 각자가 마실 물이 있는 거라 그동안의 삶, 그속에 자연스레 자리한 취향에 거스르는 행동을 하는 건 어색함을 낳을 것이 분명했다. 요즘 같은 시대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봉 감독님의 말처럼 한 개인의 초지일관이 계속되면 그게 브랜딩이 되는 시대인데, 크게 두려워 할 필요 없다고 위로했다.


외려 우리가 두려워할 건 안 팔리는 것보다는, 한두 명의 고객이라도 기능에 있어 불만족스러운 피드백을 주는 것이었다. 그건 시장성이 있고 없고를 떠나 잘못된 방향의 기획을 했다는 빼박의 증거가 될 테니까.

 프리미엄 제품의 가격은 얼마가 되어야 하나요. 보통 원가의 x배수가 통상적 관례처럼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이것도 가격을 결정 짓는 인자를 생각해보면 관례의 타당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결국 가격=마진율 크기인데 마진율은 기업 운영과 조직원의 먹고니즘에 가깝다. 얼마를 남겨야 이후 아이템 재투자가 가능하고, 조직원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 같은 기준에 따라 적정 마진율이라는 것이 도출되는 것이다.


 하지만 마진은 다다익선이라 크면 클수록 좋은데, 이는 결국은 제품 유통구조(마케팅 구조)를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가격의 높이를 좌우하는 것이다. 패션업계는 유통 중개 업자(플랫폼 등)가 가져가는 30%~40% 수수료를 감안해 가격을 설정한다고 한다. 그것이 통상 제조원가 3배수에 달하거나 그 이상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통상적 유통 구조 - 입점 구조를 유지한다고 했을 때 해당하는 산식이지 아예 처음부터 직접 자사몰을 열어 유입시킬 방안이 있다고 한다면 배수를 더 낮춰도 마진이 크게 남을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는 자사몰로 직접 유입시킬 만한 얼마나 기막힌 마케팅 전략을 가졌느냐?가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제품의 마케팅 전략에 대해서는 추후에 논의하도록 하고.


 가격의 논리적 결정이란 무엇인가 심도 있게 고민해보게 됐다. 과연 사람들은 사치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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