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NG Sep 30. 2021

밀크셰이크 딜레마

제품을 판매 아닌 '고용' 관점에서 By Clayton


 한 밀크셰이크 집이 있었다. 밀크셰이크의 매상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느끼는 시점이 오자 매상을 더 올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자연스럽게 먼저 단골 방문객 대상의 설문조사를 했다. "어떤 맛을 추가하는 것이 좋을까요? 초코맛? 스트로베리?", "묽기를 더 걸쭉하게 만드는 것이 좋을까요?" 등 다양한 질문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선택 비중이 높은 답을 골라 그것을 그대로 레시피에 적용했다.


 수개월이 지나고 놀랄 만한 결과가 나왔다. 매상에 큰 영향이 없었던 것이다. 이 패스트푸드 체인의 고민은 유능한 컨설턴트에 맡겨졌다. 컨설턴트는 이전의 진행 이력을 살펴보고 이 어려운 문제를 조금 다른 관점으로 풀어보길 제시한다. "제품을 직원이라고 가정하고 고객이 사용자라면 제품이란 직원을 어떤 상황에서 왜 고용할까요?" 제품을 판매란 관점보다는 "고용"(Hire)의 관점에서 살펴보자는 것이었다. 좀 더 풀어보면 고객은 자신의 생활 속 당면한 어떤 상황에서 제품이 그 상황을 해결해주길 바라는 맘으로 제품을 고용한다는 것이다.(=제품에 일을 시킨다) 그런 다음 다시 고객을 면밀히 지켜보기로 했다. 일 매상은 아침 시간대 포화돼있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판단한 그는 아침 시간대 고객에게 "당신은 밀크셰이크를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했는가?"라고 인터뷰했다.


충격적이게도 고객이 들려준 이야기는 초코맛, 스트로베리맛의 차원이 아니었다. 그가 아침 상황에 처한 상황을 그려주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였다. 그 이야기인 즉


"저는 장거리 통근자인데요. 출근하면서 쩝쩝대며 허기와 지루함을 달랠 무언가가 필요한데 도넛은 손에 가루가 묻어 통근 중 핸들과 손잡이에 묻을까 싫고 커피는 금방 다 마시잖아요. 그런데 밀크셰이크는 점성이 강해 꽤나 오래 먹어야 하고 허기 또한 채워주기에 1시간 넘는 거리에 안성맞춤의 음료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이 패스트푸드 체인은 더 나은 맛을 제공하는 또 다른 푸드 체인의 밀크셰이크 제품과 맛으로 경쟁하고 있었어야 할까? 아니면 또 다른 걸쭉한 미감을 제공하는 바나나 주스를 취급하는 우리나라로 치면 '쥬시'같은 곳을 경쟁상대로 생각해야 했을까? 여러 시사점을 전달해준다.


 오전 시간과는 다르게 오후 시간에는 나이가 적잖은 아버지가 자녀를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았다. 일과시간 동안 아버지 못지않게 자녀도 학업과 집 안에서의 "안돼"와 같은 여러 잔소리를 들으며 행동의 통제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이를 아버지는 패스트푸드 체인에서 풀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여기서만큼은 yes를 해주는 자상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밀크셰이크를 고용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고객에게는 걸쭉한 밀크셰이크가 좋을까? 아니면 자녀에게 조금이라도 건강한 음식을 사줬다는 만족과 죄의식을 덜기 위한 저지방의 밀크셰이크가 좋을까? 이것 역시 고민해 볼 문제이다.


 확실한 건, 어떤 것이 더 적절한 조치인가? 보다는 첫 번째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한 통상적인 설문조사로 도출된 평균적인 레시피 적용으로는 어느 한쪽의 문제도 해결 못한다는 것이다.


이해가 되는가? 이것을 난 ‘밀크셰이크 딜레마’라 명명하기로 했다.



 

 위 내용은 세계적 경영 석학 클레이턴 M. 크리스텐센(1952-2020)가 쓴 The Innovatror's Dilemma(1997)와 Competing Against Luck(2016)에서 나온 잘 알려진 오랜 사례이다. 독자인 본인이 쓰면서 글의 맛과 주요 개념에 대한 강조를 위해 각색한 부분이 있지만 맥락은 동일하다 봐도 된다.


 "어 다르고 아 다른" 아주 미묘한 차이지만 판매를 비로소 고용의 관점으로 들여다볼 때 뭔가 머릿속 아이디어가 환기되는 느낌을 받지 않는가? 이는 깍둑 썰린 발표된 통계 데이터에 따라가는 결정보다는 소비자가 처한 아주 복잡한 상황이란 관점에서 우리 제품이 그 상황 어떤 역할을 해줘야 고용될까?라는 식의, 조금 더 우릴(=판매자) 소비자 삶의 무대로 위치시키는 기분을 받는다. 이처럼 클레이턴 교수는 고용 관점에서 서비스와 제품 혁신을 디자인해 나가는 방식을 정련해 마침내 이론화했고 '할 일 이론'으로 이름 붙였다. 그는 이론을 Competing Against Luck (한글 번역본: 일의 언어, (주)알에이치케이 코리아)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책의 주제를 흔한 데이터 vs 직관의 창으로 바라보는  옳지 않은 선입견이다. 여전히 설문조사, 스프레드시트를 통한 통계분석은 러닝으로써 가치가 높다. 분석의 좋은 시작점이다. 기계학습의 위력은 이미 우리가 생각했던 이상을 건넜기에 이를 무시하는  가당치 않다. 다만,  책은 소비의 문제를 정의할 "좋은 관점과 (프레임)" 어떻게 가질 것인가?  대한 힌트를 준다. 



 아직 본인도 책의 2/3로 넘어가는 시점이기 때문에 이 글은 독후감이 될 수는 없다. <D2C는 무엇일까?> 같은 나름 통찰이 담긴 글을 발행하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한 달 내로 기약해본다. 책을 읽기 싫은 분과 이 글보다 살아있는 정보를 보고 싶다면 '이상한리뷰의앨리스'란 유튜버의 영상과 포스트를  보는 것이 도움된다.


https://blog.naver.com/hrpd1227/222217526427

https://www.youtube.com/watch?v=ScE0ka_0chk

<끝>

작가의 이전글 브랜드 기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