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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sible Kim Dec 22. 2022

학부모끼리 알아서 처리하면 안 될까?

이제 곧 방학이니까

학교폭력 발생했다 치자.

보통 원인제공자가 최종 가해학생이기 마련. 빌런은 선발이자 마무리다.

원인이라 함은, 지가 먼저 분노를 유발하게 하고 이에 상대 학생이 화를 내면

더 큰 화와 함께 신체적 가해를 가함.

원인 제공과 최종 가해가 명백하므로 가해 학생 학부모도 보통 찍소리 못함.


그런데 문제는 원인제공자가 피해학생인 경우.

신체적 폭력을 가하지는 않았지만

'나 좀 때려주라. 나 안 때리면 불효자임.' 급의 폐드립과

난데없이 상대 부모님 안부를 묻는 통에

가해 학생도 어쩔 수 없이(?) 휴대폰으로 피해호소인 학생의 머리를 찍어버림.

사건이 터지고 나서, 가해학생이 말리는 나와 교감, 보조교사까지 때리고, 상대 아이를 죽인다고 쫓아가는 거 말린다고 10분 넘게 붙잡고 있었음.

나도 이런 아이들 1년 가까이 맡고 있으니 이제 제정신이 아닌가 봄.

갑자기 나를 때리길래,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옴.ㅋㅋㅋ

"나는 왜 때려.ㅋㅋㅋ 허허허. 나도 엄마 있어. 선생님은 때리면 안 돼."

그 와중에 혹시 얼굴이라도 맞을까 동체시력 신경 쓰며 한 손은 가드 올림 ㅋㅋㅋㅋ

상황이 심각해서 이 학생 아버지에게도 전화해서 오라고 함.

아버지가 와서도 20분 넘게 반항하다 그제야 잠잠해짐.


먼저, 맞은 피해학생 아버지에게 전화함.

피해 학생이 먼저 심한 욕을 했고,

상대학생이 휴대전화로 피해학생 머리를 찍어버렸다.

병원에 갔다고 들었는데 괜찮냐?

"아이가 너무 아파해서 지금 병원에 다녀온 길인데 어떻게 선생님은 우리 아이를 가해자로 생각하시냐? 그리고 우리 애는 욕 안 했다는데요. "

씨발, 듣고 싶은 대로 들음. 아님 찔렸나. 욕을 안 하긴 뭘 안 해.

"제가 가해자라고 한 적은 없고, 저는 단지 사실관계 설명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희 아이는 맞았잖아요."

맞았잖아요.ㅋㅋ 오냐 잘했다. 맞기만 해서 다행이긴 하지.

"네, 그렇게 오해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씨발, 가해 학생 학부모보다 내가 먼저 사과함 ㅋㅋㅋㅋ

다행히 그래도 학교폭력 신고는 안 한다고 함.

하긴 이미 2번의 가해자로, 1번의 정신지체 1급 장애 학생 상대로 피해자 신고도 했으니 지칠 대로 지쳤겠지.ㅋㅋㅋㅋ


때린 최종 가해학생 아버지에게 다음날 전화함.

상대 학생이 먼저 심한 욕을 했다, 그래도 그렇지

가해 학생이 휴대전화로 상대 학생 머리를 찍어버렸다.  

"선생님. 오늘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아이의 분노조절장애 치료도 하고 있고 약도 복용하고 가족상담도 계속 받고 있는데, 마음처럼 쉽게 나아지지 않아 저희도 많이 힘이 듭니다. 늘 애써 주시는 선생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앞으로 아이 지도에 더욱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리고 다음 날, 뜬금없이 자기 아이 팔뚝의 실핏줄 터진 사진과 머리 타박상을 보내옴.

어떻게 된 건지 아시냐고...

지난번 우리 아이가 때려서 학교폭력으로 신고한 아이의 상처보다 더 심하지 않냐고.

헐... 비교할 일이 따로 있지.

그 부모에 그 아들... 개잡종이구나.

'근데 앞에 그 공손한 문자는 뭐지???'

'씨발, 팔뚝은 내가 말리다 그랬겠죠. 저도 11대 맞았습니다.' 하려다 말았다.

11대 맞은 걸 내가 하나하나 세서 안 건 아니고, 우리 반 아이 배움 공책에 ㅋㅋㅋㅋ

'오늘 선생님께서 OO이 분노조절장애를 말리시다가 11대를 맞으셨다.'

ㅋㅋㅋㅋ 애들도 아는 정확한 진단과 맞은 대수를 세는 디테일.

그리고, 머리 타박상은 사건 이틀 전, 피해 학생의 실수로 가해 학생이 다친 것.  (입장이 반대) 이미 서로 자기들끼리 선생님도 모르게 사과도 하고 지들끼리 마무리했었음.

아무튼 애들은 지들한테 불리한 건 절대 말 안 함.

이걸 피해 학생 학부모에게 말해? 말아?


"진짜 두 분 오늘 6시 학교 앞에 나오셔서 현피를 뜨시든가. 합의를 하시든가. 자제분 일 두 분이서 알아서 하세요." 라고 연락하려다. 참아야지.

방학이 다다음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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