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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sible Kim Dec 23. 2020

구독자를 늘리는 유일한 방법

나는 왜 브런치에 글을 쓰는가?

이전부터 한 번쯤은 글쓰기에 관한 글을 써보고 싶었다. 글을 쓰는 사람이 글쓰기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하는 글.

뭐랄까... 글쓰기를 통해 얻는 치유? 삶을 고찰하는 나만의 시간? 나를 바라보는 거울 같은 글쓰기? 삶을 기록하는 소중한 작업? 뭐 이런 거 있잖냐. 고상하고 나한테는 안 어울리는 거.

내가 그렇게 글을 쓰고 나면,  

좀 있어 보이는데 허세가 보이거나, 좀 같잖아 보이거나.

둘 중에 하나가 될 것 같다. 둘 다 싫다. 그래서 아직은 쓰고 싶지가 않다.

글쓰기에 관한 생각보다 '왜 글을 쓰는가?'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에 맞을 듯싶다.  


그럼 나는 왜 브런치에 글을 쓰는가?


유튜브를 하는 사람이 돈 때문은 아니라는 말이 거짓말이듯. (뭐 아닌 사람도 있겠지? 유튜브를 찍는 것을 즐기니, 돈은 부수적으로 따라온다든지.)

브런치를 하는 사람이 출간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도 거짓말 아닌가? (이것도 뭐 아닌 사람이 있겠지? 그런데 블로그나 카페도 있는데 왜 굳이 브런치에 글을 올릴까?)

하긴, 브런치가 말하는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브런치'를 생각해보니 그 작품이라는 것이 꼭 책으로 출간하는 것만이 아닌 브런치 웹상에서 '브런치 북'을 만들고 구독자들이 읽는 것도 출간이라면 출간이겠다.


하지만 난 꼭 책으로 출간한, 출간 작가가 돼서.

인세도 받고, 강연료도 받으면서.

글쓰기를 처음 시작한 사람이 이렇게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알려주는.

오늘은 '똥부터 싸자'의 저자 이신 '글 쓰는 아빠'님의 '글 쉽게 쓰는 방법'이란 주제로 강의를 들어보겠습니다.


그런데

11월 16일부터 오늘까지 37일간.

34개의 글을 쓰며 61명의 구독자와.

대략 23만의 전체 조회수.


솔직히, 조금 실망스럽다.

초반 2주일간 글 대여섯 개가 다음 메인에 노출이 되면서, 운이 좋게도 조회수가 좀 나오기는 했다. 메인에 노출된 글은 사실 별 기대 없이 쓴 글인 반면, 나름 재밌다고 쓴 글은 조회수가 너무 낮았다. 초반 이 후로는 거의 매일 조회수 200 이하에 구독자 증가도 미미하다. 마치 내가 산 주식처럼.


그래서 난, 브런치에서 잘 나가는, 구독자수가 많은 작가들의 글을 살펴봤다.

내 글쓰기에도 바쁜 처지라 대충 분석해 봤다.

글의 주제 측면에서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봤다.

1. 일상의 치유

-그래 괜찮아 류, 자잘한 일상 속 깨우침, 요리, ~는 처음이라 류, ~입니다만 류.

2. 전문적 지식

-돈 이야기, 전문 직종의 일, 특수한 경험, 직장인 팁 류.

3. 욕망의 발현

-내밀한 이야기, 엿보고 싶은 이야기.


내가 쓴 브런치 글의 조회수 1위부터 4위를 봐도 이렇다.

'아내와 각방을 쓰는 이유(3. 욕망의 발현-내밀한 이야기) *한 달간 일일 조회수 1위'

이 시국에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다(2. 전문적 지식-돈 이야기)'

'한국 음식과 중국 음식 사이(1. 일상의 치유-요리)'

'결벽증 치료제(1. 일상의 치유-~입니다만 류)'


사람들은, 보고 싶은 글만 보고, 더 읽어 보고 싶은 작가만 구독한다.


가끔 브런치를 보다 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글이 있다.  

'그다지 재미라고는 찾을 수 없는 글, 진짜 평범하고 별 일 없는 일상을 일기처럼 쓴 글인데 구독자는 어마어마하고 라이킷 50개는 기본인 글.'

한 번은 브런치 메인에 뜬 글을 클릭해 보니, 5줄 자리 간단한 감상, 아니 작가가 모르고 발행 버튼을 누른 듯한 글도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수십 개의 라이킷이 달려 있었다.

물론 그 작가만의 매력이 분명 있을테지. 이유 없는 조회와 구독은 없겠거야.라고 생각해도,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런 말.


“일단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 쳐 줄 것이다”

(Be famous, and they will give you tremendous applause when you are actually pooping)


그럼 어떻게 해야 유명해지는데?

난 모르겠는데?

그래, 그러면 결론은 거꾸로다.


똥부터 싸자. 그러면 유명해질 것이다.

뿌지직~



어휴, 내가 이러니까 구독자가 안 늘지...


어제는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 발표가 있었다.

열 편의 수상작과 작가의 면면을 살펴봤다. 그중 눈에 띄는 작가는 '돼지를 부탁해'  호호동호 작가.

돼지를 키우고 잡아먹기까지의 과정을 쓴 브런치북이다. 흔히 찾아볼 수 없는 글이라 흥미로웠다.

글의 수는 28개에 구독자는 고작 18명이었다. 대상이 발표되고 하루가 지난 오늘은 28명이 더 늘은 46명. 브런치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 치고는 구독자수가 상당히 적다.

그래, 구독자수가 적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글이 중요할 뿐.

글이나 잘 쓰자.

아니야. 똥부터 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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