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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웅 Sep 25. 2019

이 달에 본 영화들 단평

2019년 8월 중 감상한 영화들

* 구 월 초 에는 올렸어야 할 글을 이제서야 올립니다(반성 매우 반성)



 1) <유전, 2018>,  아리 애스터 감독




 개봉 당시 꽤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만 공포 장르의 경우는 영화관에 찾아가면서 보는 편이 아니었기에 오랜만에 공포영화 중 좋은 작품이 나왔다라는 사실 정도만 알고 지나갔었다. 그런데 마침 TV 프로그램에 편성이 된 것을 보고 관람하게 되었다.

 확실히 관객의 궁금증을 계속 유발시키면서 긴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시켰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던 것이 아니었을까. 특히 관객의 궁금증과 긴장이 점점 극에 달할 때 엔딩으로 치닫는 마지막 과정이 매우 인상 싶었다. 다만 결국 모든 것이 밝혀지는 엔딩 이후에는 조금은 뻔해서 맥이 빠진 듯한 느낌은 있었다

 이래나 저래나 악마든 귀신이든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결국 나와 같은 사람들이다.


 별 셋 반







 2) <퍼스트 , 2018>, 데이미언 셔젤 감독


 개인적으로 <위플래쉬, 2014>와 <라라랜드, 2016>의 감독인 데이미언 셔젤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으로써(더구나 나와 나이가 같다. 살아 온 인생의 길이가 비슷해서인지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그의 스타일들과 생각들이 난 너무나 좋다) 영화관에서 봤어야 할 영화를 보지 못한 점에 대해 반성하고 있는 와중에 블루레이가 나오자마자 바로 구매하여 감상했다. 세세한 리뷰에 대해서는 앞서서 글을 적었으므로 영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보고 싶다면 https://brunch.co.kr/@possimoto/38 이 링크를 따라가시면 됩니다.

  다시 돌아와 한줄평으로도 적었듯이 이 영화는 인류의 위대한 도약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의 발걸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데이미언 셔젤의 이러한 선택은 다소 밋밋하고 충분히 예상될 수 있는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데이미언 셔젤의 전 작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그의 작품에서 주인공들은 항상 자신의 꿈을 쫓는 사람들이다. 동시에 항상 현실적인 상황에 부딪히지만 자신을 계속 소모하면서까지 그 꿈을 쫓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블루레이 부가영상 중에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사람이 달에 갔다 온 그런 세상에 살고 있어요. 하지만 그 일이 얼마나 대단하고 어렵고 급진적이었는지는 잊고 살죠

 어떤 인물과 사건에 대한 진실과 본질은 바라보려하지 않고 편협된 시선과 정치적인 색깔을 덮어씌우며 중요하게 여겨야할 가치들을 폄훼하려는 오늘날 사회에서 데이미언 셔젤의 이 말은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


별 넷 반




 3) <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2018>,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더 랍스터, 2015>를 통해 처음 알게 된 감독으로 조용하지만 매우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인물이다. 그러다 어느 날 레이첼 와이즈와 엠마 스톤과 함께 이 작품을 작업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리고 처음 예고편이 나왔을 때 이건 무조건 영화관이다. 영화관에서 본다라고 그 때부터 입에 거품을 물 정도로 이야기해놓고는 결국 영화관에서 보지 못하는 추태를 부렸다(...)

 그래서 <퍼스트 맨>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또한 블루레이 나오자마자 바로 구매하여 감상하였다. 감독도 감독이지만 레이첼 와이즈와 엠마 스톤, 특히 엠마 스톤은 매우매우매우 애정하는 배우이기에 엄청난 기대를 안고 있던 작품이었는데 기대충족을 넘어 그 이상으로 이 작품은 훌륭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만의 독특한 연출력과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탐구, 올리비아 콜먼, 레이첼 와이즈, 엠마 스톤의 훌륭한 연기력이 아주 완벽하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의 경우 카메라 구도가 매우 독특한데 블루레이 부가영상을 보면 그렇게 구도를 잡은 이유를 감독이 직접 설명하니 궁금하시면 블루레이를 구매해서 보시라.


 별 넷 반

 




 4) <러브 데스 로봇, 2019>, 데이비드 핀처, 팀 밀러(책임프로듀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으로 18개의 단편연작으로 구성된 SF 애니메이션이다. 각각의 작품마다 감독이 다르므로 작품별로 느꼈던 느낌들을 남긴다.  

 (1) 세 대의 로봇: 코믹하다. 평소에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꼭 보아야 할 작품인데 그 이유는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

 (2) 독수리자리 너머: 리얼리티한 표현이 특징이다. 다만 SF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익숙한 설정일 듯. 참고로 야한 장면이 좀 강한 편

 (3) 아이스 에이지: 18개의 연작작품 중 유일하게 실사 인물이 등장한다. 발상 자체가 매우 독특하나-  남녀 두 명이 옛날 냉장고 안에서 인간의 문명을 발견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특별한 주제의식은 없어서 그저 재미로 보면 될 듯.

 (4) 무적의 소니: 매우 폭력적이고 잔인하다. 큰 주제의식 없이 3D의 완성도와 스펙타클한 연출력에 집중한 작품.

 (5) 요거트가 세상을 지배할 때: 장르는 블랙 코미디, 매우 짧지만 재미있다. 제목에서 나타나는데로 과학자들의 실험에서 태어난 요거트가 어찌어찌하다가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작품에선 요거트라는 뜬금없는 소재로 재미있게 접근했지만 요거트가 아니라 기술, 즉 '인공지능'이라고 바꾸어본다면 소름이 끼칠 수도.

 (6) 숨겨진 전쟁: 실사와 거의 유사하도록 리얼리티를 강조한 그림체가 특징이다. 괴물들과 전쟁을 치루야하는 부대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강렬한 전투씬을 감상할 수 있다.

 (7) 무덤을 깨우다: 발굴 중 고대의 악마가 뱀파이어로 깨어나면서 그에게서 도망치려는 고고학자와 그를 위험으로부터 지키는 용병의 이야기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이지만 스릴 넘치는 추격신 등 볼거리가 쏠쏠하다.(참고로 이 작품에서도 고양이가 등장한다)

 (8) 목격자: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 다소 뜬금없는 야한 장면은 있지만 처음과 끝이 대구를 이루는 이야기 구조, 추격하는 사람과 추격당하는 사람의 심리묘사, 코믹스가 애니메이션 안으로 들어간 듯한 연출기법 등 말 그대로 취향저격이다. (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2018> 연출 따라한 건가?? 라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이 작품에서 시각효과자문을 맡았던 알베르토 미엘고가 감독으로 참여했던 것이었다)

 (9) 슈트로 무장하고: 마치 스타크래프트를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것같은 느낌을 준다. 킬링타임용으로 적당한 작품.

 (10) 굿 헌팅: 동양과 서양의 소재가 적절히 융합된 작품이다. 구미호가 등장하고 스팀펑크 세계관이 주는 아이디어가 흥미롭다. 

 (11) 쓰레기 더미: 킬링타임 용.

 (12) 늑대인간: 리얼리티한 그림체가 특징으로 마찬가지로 킬링타임 용.

 (13) 해저의 밤: 애니메이션이지만 현실과 환상이 혼합된 표현력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14) 구원의 손: 다른 에피소드들과 다소 분위기나 표현법이 다른 작품으로 우주에 표류하게 된 여성 우주 비행사를 소재로 하다보니 영화 <그래비티, 2013>가 연상된다. 그런데 너무 현실적으로 담담히 담아내어 인물의 고통이 그대로 전달되는 작품이다.

 (15) 또 다른 역사: 작품을 보는 내내 폭소하면서 봤다. 매우 훌륭한 아이디어인데 제2차세계전쟁을 일으킨 히틀러가 다른 날, 다른 방식으로 죽었다면? 이라는 가정 아래 여러 가능성들이 황당하게 펼쳐진다.(그 와중에 히틀러가 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어떻게 죽든 간에 세계전쟁은 꼭 일어난다)

 (16) 행운의 13 : 좋았던 작품 중 하나, 콘셉트가 마음에 든다. 매우 리얼리티 한 그림체도 인상적이다.

 (17) 사각지대: 킬링타임 용. 개인적으론 그다지 재미없었다. 

 (18) 지마 블루: 18개의 단편 중 가장 철학적으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영상미 또한 뛰어나다.


참고로 작품의 순서는 접속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배치된다고 한다. 즉 넷플릭스에 접속해서 이 작품을 클릭하면 사람마다 작품의 순서가 다르게 배치된다는 이야기이다. 18개의 단편을 다 본 사람으로써 <세 대의 로봇>과 <요거트가 세상을 지배할 때> <또 다른 역사> 로 가볍게 시작하여 <아이스 에이지> <목격자> <해저의 밤> <구원의 손> <행운의 13> <지마블루> 순으로 보는 것이 어떨지...


 별 넷.



 5) <블랙 팬서, 2018>, 라이언 쿠글러 감독





 항상 마블의 영화는 범작과 평작의 사이를 매끄럽게 줄타기한다고 보는데 <블랙 팬서>는 평작에 가깝다고나 할까.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해선 이해는 한다. 그 동안 헐리우드 영화계에서 상대적으로 소모되던 흑인들을 주체적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선 충분한 가치가 있다. 다만 모든 환경적 요인을 떠나 작품 자체로 보면 다소 밋밋했다. 특히 이 작품에서 티찰라(채드윅 보스만)의 갈등과 성장, 즉 깊은 나락까지 떨어졌다가 그 안에서 새로운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매우 핵심적인 요소였는데 이 부분의 설득력은 다소 떨어진다. 


 별 셋 반.











 6) <이브  로랑, 2014>, 자릴 레스페르 감독



 


이 작품은 21살이라는 나이에 크리스찬 디올의 뒤를 이어 디올의 수석디자이너로 임명된 이브 생 로랑의 일대기를 그린다. 그런데 항상 극도로 불안하고 초조하고 연약한 모습의 이브 생 로랑을 보다보면 그의 옆을 끝까지 지켜주었던 피에르 베르제에게 더 주목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이브 생 로랑이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의 위치라면 피에르 베르제는 '샘'의 위치에 있다. 다만 이 작품을 보면 예술가들에게 느껴지는 특유의 불안감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도록 만들지만 그래도 이브 생 로랑의 흔들림에 동감하기엔 어려운 점은 있다.


 별 셋.   




 7) <브루클린 나인-나인, 2013>




 가볍게 볼 마음으로 시청한 TV시리즈, 시트콤이다. 앤디 샘버그, 테리 크루즈 등 익숙한 배우들도 등장한다. 현재 시즌6 까지 나온 것을 아는데 가볍게 볼 마음으로 시청하는지라 현재 시즌 1: 14화까지만 감상했다. 앞으로도 간간히 챙겨 볼 예정. 초반에는 아무래도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서양식 개그는 있지만 그래도 매력있는 캐릭터들과 각 화마다 유발되는 재미있는 상황들에서 나오는 보편적 재미가 인상적이다.


 지금까지론 별 셋 반. 





 8) <스텝업하이 워터, 2018>


 유튜브 레드 오리지널 TV 시리즈다. 사실 영화 <스텝업>은 2006년도와 2008년도 2012년도에 나온 작품만 봤지 그렇게 주목하고 있는 영화시리즈는 아니었다. 다만 이 시리즈를 보게 된 건 순전히 '제이드 치노웨스(jade Chynoweth)'가 출연하기 때문이었다. 처음 유튜브를 통해 그녀를 보았을 때 댄서로써의 아우라에 완전히 반해버렸던 여성이다.(물론 지금도!) 

 작품에 대한 평에 앞서 개인적으로는 내가 그녀에게서 느꼈던 아우라들이 이 작품의 캐릭터에도 그대로 녹아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점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는다(그러나 충분히 춤추는 모습 하나만으로도...)

 작품으로 돌아와 사실 처음에는 아무래도 호흡이 긴 드라마이다 보니 확 몰입되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러나 스토리가 진행될 수록 등장하는 인물들마다의 사연과 상황에 조금씩 공감하면서 보게 되었다. 특히 등장하는 인물들이 각자가 갖고 있는 꿈과 그 꿈을 중심으로 부딪히는 각각의 현실적 상황들, 그리고 그 안에서의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 정치적 음해 등등이 서로 얽히고 섥히며 이야기가 점점 흥미로워진다. 참고로 현재 시즌 2도 유튜브 레드에 올라와 있는데 아무래도 짧은 시간동안 몰아보느라 시즌 1만 감상했다. 


 지금까지론 별 셋 반.



 9) <스파이더맨 유니버스, 2018>, 밥 퍼시게티, 피터 램지, 로드니 로스맨 감독


이 작품은 예술이다.


 이 한 마디면 끝이다. 긴 말 필요없다.

 이 작품은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와 그 동안 나온 작품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매우 뛰어난 감독과 작가와 기획자와 스토리작가와 애니메이터 등의 모든 사람들이 그 한 마음으로 하나의 각오로 협심하지 않았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작품이다.

 반드시 보시라. 연출, 스토리, 주제 이 3박자가 이렇게 완벽한 작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앞으로 나올 일도 드물고.


 별 다섯. 

적당한 때란 없다. 그 순간 할 수 있다라는 자신에 대한 믿음 만이 있을 뿐. 우리는 적당한 때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준비가 되었는지 물으면 될 뿐이다. ( by 김정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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