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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웅 Jul 22. 2019

위대한 도약이 아닌 한 인간의 발걸음에 관한 이야기

퍼스트맨(Firstman, 2018)에 대한 단평



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위의 말은 닐 암스트롱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발걸음을 내딛으며 한 말이다.


하지만 데이미언 셔젤(Damien Chazelle의 <퍼스트맨, 2018>은 이 위대한 도약에는 관심이 없다.

그는 오로지 ‘닐 암스트롱’이라는 한 명의 인간의 작은 발걸음에 주목한다.


사실 미국항공우주국 NASA에서 아폴로계획을 세운 이유가 소련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프로젝트의 시작부터가 꿈과 같은 일은 아니었던 셈이다.

(질투가 이렇게 무서운 겁니다)


데이먼 셔젤의 이 선택은 이 작품이 뻔히 예상되는 이야기로 흘러가지 않도록 만든다.


이 작품에서 닐 암스트롱은 영웅이 아니라 일찍이 사랑하는 딸을 병으로 잃고 또 임무가 진행되는 동안 동료들의 죽음을 지켜보아야 했던, 삶의 소중한 것을 상실한 한 남성이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숨기는 사람이고 가족들에게조차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인물이다.


더 나아가 데이먼 셔젤 감독은 몇몇의 관객이 기대할 만한 광할한 우주의 아름다움을, 달에 착륙하기까지의 스펙타클한 모습을 보여주는데는 관심이 없다.


대신 대부분의 탐사, 비행과정은 닐 암스트롱의 시각에서 이루어진다.

덕분에 관객은 다소 답답할 순 있어도 마치 자신이 닐 암스트롱이 되어 실제로 우주를 비행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경험은 결코 ‘꿈과 같은’ ‘환상적인’ 경험이 아니다.

철저히 현실적인 경험으로

닐 암스트롱의 고통과 아픔, 그리고 심리적 압박감, 개척되지 않은 광할한 우주공간을 오직 우주선과 우주복에 의지해야만 하는데서 오는 공포와 불안감이 뒤섞인 경험이다.

심지어 몇몇 장면에서는 밀실공포증이 느껴질 정도로 관객을 밀어붙이기도 한다.


이에 더해 닐 암스트롱의 개인사와 그의 억눌린 감정들이 결합되어 관객은 ‘꿈’과 같은 일로 포장된 이 계획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이 작품은 철저히 닐 암스트롱 개인의 이야기로 집중되고 있지만 데이먼 셔젤 감독은 아폴로계획을 둘러싼 주변의 이야기도 놓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미국 국민들이 이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시위 장면에서 한 흑인이 부르는 우리는 이렇게 가난한데 그리고 모든 것을 빼앗기는데 백인들은 달에 가네라는 내용의 노래를 통해 당시 이 계획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보여준다.


그러나

이 계획의 시작이 무엇이었든

이 계획을 둘러싼 정치적 문제가 무엇이었든간에


분명히 닐 암스트롱은 인류 최초로 달을 밞았으며

이 하나의 발걸음을 위한

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이

이 역사에 담겨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데이먼 셔젤 감독은 그 역사를

소중한 것을 상실한, 그리고 그 상실로 불안하기만한 닐 암스트롱의 내면과 시각을 통해 관객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데이미언 셔젤: "우리는 사람이 달에 갔다 온 그런 세상에 살고 있어요. 하지만 그 일이 얼마나 대단하고 어렵고 급진적이었는지는 잊고 살죠" (블루레이 부가 영상 중에서)



별 넷 반


(본 글은 블루레이 감상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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