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중이었다.
비록 슬리퍼를 신고 있었지만 1시간 가까이 걷고 있었으니까 산책은 산책이다.
그리고 돌아가던 길이었다.
떠나온 시간과 돌아가는 시간을 확인하면서 산책하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매우 길게 느껴진다고 느꼈다. 그래서 생각했다. "산책하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가 있구나... 왜 '칸트'가 그토록 산책에 집착했는지 알 것 같다"라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그런데 앞에서 두 명의 남녀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 때 한 남자가 허리를 숙이더니 나무에서 떨어진 밤(열매)를 건드리려고 하는게 아닌가? 순간 그 때 내게 떠오르는 생각은
"어? 이 분이 슬리퍼를 신고 오는 앞 사람를 위해서, 떨어진 밤열매 껍질에 가득한 가시에 찔릴 수 있어서 치워주시려고 그러나?.. 오 그렇다면 정말 감동이겠는데?" 였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그 분의 의도는 밤열매가 떨어져있었고 단지 그 껍질을 벌려서 밤을 꺼내려고 했던 것 뿐이었다. 즉, 단순히 그 분은 밤 열매를 꺼내기 위한 행동,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의도가 앞에서 걸어오던 나를 위한 행동이 아니었을지라도 어쩌면 그 행위 자체는 나를 위한 행동이 될 수도 있었다. 만약 그 분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고 계속 걸어갔다면 어쩌면 진짜로 나는 바닥을 보지 못하고 그 밤(열매) 가시에 찔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그 짧은 순간, 나의 오해가 있었고 그리고 그 오해는 '기분 좋은 오해'였다.
우리는 타인과 함께 살아간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도 있고 때로는 타인을 위해 배려하며 관계를 맺어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이 경우처럼 내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때로는 자신을 위한 일이 누군가를 위한 일이 될 수도 있다. 내가 배려를 하지 않는 순간에도 내가 좋아해서 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다른 도움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현상에 대해서 그 순간 '단정'해버리는 것도 그 일면만 보고 판단하는 것일 수 있다.
우리는 언제나 '열린 가능성'에 대해 마음을 열어두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그러한다면 세상사람 서로가 '혐오'하는 것이 아닌 '존중'하는 세상이 올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오늘 있었던 사건에 대해 내가 너무 과장스럽게 받아들인 것일까?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 산책은 나의 '기분 좋은 오해'로 마무리 되었다.
2024.09.26 산책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