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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Jan 20. 2022

2040, 너에게

중등부 금상 - 김민서

언젠가 나의 모습을 찾았을 김민서에게


너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일지, 어떤 모습으로 성장했을지 너무 궁금하다. 내 상상 속 네 모습을 그려가며 한 글자, 한 글자 하고픈 말을 전해볼게.


지금의 나는, 조금 쉬고 있어. 도대체 몇 달 만인지. 작년 나의 첫 중학 생활은 정신없이 바빴었지. 코로나19 팬데믹 창궐과 동시에 중학교 입학과 적응에, 정신을 차려보니 2학년 첫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도 모두 지나가 버렸더라. 반면 이번 방학은 정말 한가하게 보냈어. 덕분에 많이 쉬고, 내 미래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지. 아직 그 모든 생각들이 내게 도움이 됐는지, 도리어 해가 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이렇게 미래의 너에게 편지를 쓰고 있자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기분이 좋아. 나는 지금 앞만 바라보고 달리고 있다고 해야 하나. 열심히 꿈을 향해 노력하고 있어. 그런데 있지, 어떤 큰 틀 안에서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미래가 이제는 그다지 뚜렷이 보이지는 않는 것 같아. 마치 큰길로 달리던 내가 갑자기 터널을 지나는 듯 어디를 보고 달리는 건지, 내 앞에 어떤 길이 나타날지 우왕좌왕하는 것처럼. 느낌으로는 알 것 같으면서도 앞은 흐릿해지더라.


발전할수록 퇴보하는 것 같은 답답한 시간이야. 이 편지를 쓰고 나면 내가 가진 두루뭉술한 질문들에 나름대로 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너, 그거 알아? 무언가를 '학생치고는' 잘하는 것과 무언가를 정말 '잘하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벽이 있어. 난 아직 학생이다 보니 그 경계를 넘나 드는데 실제로 사회에 나가면 내가, 내 능력이 어떻게 평가받을지 너무 궁금해. 사람들이 어떤 일을 왜 포기하는지 조금은 이해를 할 것 같아.


항상 궁금했었거든, 노력으로 무엇이든 극복할 수 있는데, 사람들은 왜 자신이 잘한다고 생각했던, 좋아하는 것을 포기할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은 질문이었던 것 같아. 가능성과 실제 성과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듯이 말이야. 그렇게 현실을 마주하고 어쩌면 아플지도 모를 나의 성장 과정이 미리 걱정돼.


그리고 왠지 계속 제자리인 것만 같아서 앞만 보고 달리다가도 불안해. 나는 항상 앞만 보고 달리거든? 주중에는 주말을 기다리고, 시험 기간에는 방학을 기다리고, 하교하며 해가 지는 모습을 볼 때면 졸업을 상상하곤 해. 고등학교에 가면 대학교 입학을 기다리고, 대학에 가면 학생의 신분을 벗을 날을 기다리겠지. 다들 "조금만 있으면 돼.", "시간은 많잖아."라며 위로하지만 15살의 나는 얼마 안 남았잖아. 나는 내 성장을 그토록 바라면서도, 또 지금의 '나'를 놓칠까 봐 걱정돼. 지금 내가 쌓아 올리는 작은 초가들이 미래의 '나'를 완성할 테니까 내가 걸어가는 현재의 발걸음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 조급함과 걱정은 늘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히겠지만 이건 너무나 당연한 인생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려고. 그리고 미래에 대한 단순한 의심은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언제까지나 내 가능성은 내가 제일 잘 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모두들 이 시기를 "중2병이 왔다.", "사춘기다." 하는데, 그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려고. 나는 지금 내가 걸어가는 길에서 혼자 방황해보고, 길도 찾아보고, 조력자를 만나고, 천천히 세상을 알아 가고 있거든. 시간이 걸리겠지만 많이 뺏기지 않고 너에게 도착할게!


미래의 너를 상상하며 편지를 남기는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미래에 대한 확신이 생겼어. 안도감과 새로운 결심이 말이야. 이 편지는 고이 간직해두어서 네가 읽어볼 수 있도록 할게. 그때는 이런 시간도 추억하며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기를.


2021.09.07. 민서가




2021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중등부 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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