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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Feb 11. 2022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과거의 정희에게

일반부 장려상 - 박정희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과거의 정희에게


세장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과거의 정희야, 안녕?

나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 어색한 일이지만 이렇게 편지를 쓰는 시간이 아깝거나 싫지는 않아. 지금껏 살아온 너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항상 해주고 싶었거든. 이 말을 너무 늦게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어 너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또 이렇게 편지를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것에 대해 감사해.


27년이라는 시간이지? 처음 태어나 세상에서 너를 알렸던 울음소리, 아장아장 몇 번을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성공한 걸음마, 부모님에게 조금이라도 예쁨 받고 싶은 마음에 부렸던 투정과 어리광, 노는 것이 지치지 않았던 초등학생 시절부터 꽃다운 사춘기를 넘어 첫 연애와 첫 대학생활, 그리고 직장생활까지 27년이라는 시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고등학교 1학년 때였지, 27년이라는 시간 중 어머님의 손길과 사랑이 가장 필요했던 사춘기 시절,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먼저 세상을 떠나셨지. 너는 편찮으셨던 어머니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힘들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부모님께 기대는 것보다 혼자 참는 것이 너만의 사춘기를 보내는 방법이었어. 그리고 그때의 어머니는 네가 공부를 잘하고 상장받아오는 것을 매우 기뻐하셨어. 너는 어머니가 자신을 통해 기쁨을 찾고 행복해하시는 모습이 좋았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되는 것이 어머니께 효도하는 일이구나”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너는 누구보다도 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했어. 시험을 치고 성적이 생각보다 안 나오면 그 성적이 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속상해하고 스스로를 “이것밖에 못하는 아이”라고 단정 짓고 자책을 할 때가 많았고 나를 챙기는 것보다 부모님을 챙기기에 바빴지. 그렇게 부모님께 기쁨이 되고 싶었던 너였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얼마나 힘들었니. 긴 시간 동안 많이 울고 아파하고 힘들어했지.


또 너는 그 힘들었던 마음을 아버지에게 이야기할 수 없었어, 누군가의 아버지이기 전에 누군가의 남편이었을 아버지는 어머니를 먼저 떠나보낸 슬픔에 많이 마음 아파하시고 힘들어하셨고 그런 아버지를 보는 너는 힘들어하는 아버지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너만의 방법으로 사춘기 시절과 직장생활을 보냈어. 하고 싶은 것보다 부모님이 기뻐하시는 걸 선택했고 그것이 효도라고 생각했던 너였지. 아무도 너의 선택에 강요한 사람은 없었지만,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고 그것이 버릇이 되어 “힘들 때는 참아야 해”, “혼자 이겨야 해”, “남들에게 맞추자” 등 건강하지 않은 생각의 틀을 가진 사람이 되어 있었어. 그런 틀로 인해 너는 사회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며 상처받고 사람들에게 점점 벽을 두며 “혼자만 힘든 사람”이 되어 있었지. 하지만 너는 그 틀을 그냥 두는 사람이 아니라 그 틀을 확인하고 깨고자 했던 용기 있는 아이였어. 그래서 아주 조금씩 그 틀을 깨고자 너는 노력했고 그 노력의 결과로 지금의 너는 이렇게 스스로에게 수고했다고 잘해왔다고 칭찬해줄 수 있는 만큼 성장했어. 


정희야 수고했고 잘했어.

너는 그 시간들이 후회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27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많은 계절 속에 너만의 색깔로 이 세상을 예쁘게 칠해왔다고 생각해. 가끔은 밝게, 가끔은 또 어둡게, 꽃도 계절과 날씨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듯 꽃보다도 더 소중한 너도 계절 속에서 더 예쁘게 피어내기 위해 겪어야 했던 성장통이 아니었을까? 너는 누군가의 딸로, 친구로 누구보다 충분히 자랑스럽게 역할을 해내 왔어. 세상에 존재하는 예쁜 단어들을 모두 모아 전해도 부족할 만큼 너는 충분히 멋있는 아이야. 아마 그때의 너는 아주 쑥스러움이 많고 스스로를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아이였기에 이런 말을 듣는 것이 조금 오글거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너에게 하는 말들은 오글거릴 말들이 아니라 네가 그만큼 그동안 잘 살아왔으니 꼭 들어야 했던 당연한 사랑이란다. 이 말을 할 수 있는 내가 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구나. 이제야 이 말을 너에게 전하는 것에 대해 미안하기도 해. 미안해. 


하지만 너는 그때의 너에게 미안한 마음만큼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잘 사는 내가 될 거란다. 그때의 너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말이야. 더 이상 네가 외롭도록 혼자 두지 않을 거고 상처받은 만큼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더 가치 있는 사람이 될 거야. 그러니 힘들었던 날들이 밑거름이 되어주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하자. 나는 항상 너의 미래가 기대되고 네가 될 거라고 확신해. 알았지? 우리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더 잘해보자. 날씨가 더운데 건강 조심하고 이만 마지막 말 한마디로 편지를 마칠게. 


세상에서 하나뿐인 귀하고 소중한 정희야! 파이팅^^

안녕!




2021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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