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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Oct 25. 2023

하루하루가 행복한 내 아들 시온이에게

일반부 동상 - 오하나

시온아, 아빠 같은 엄마야.

시온이는 엄마한테 자주 편지 써주는데 엄마는 오랜만에 편지를 쓰네.

얼마 전 네가 "엄마는 아빠 같은 엄마야."라고 한 말이 기억나.

네가 5살, 아빠 돌아가시고 아빠의 모습을 못 보고 자랐기에 마음으로는 걱정되고 염려했는데 엄마가 아빠 역할도 하는 것 같아 다행이려나 싶더라고~

엄마는 사실 시온이가 아빠 장례식장에서 많이 울고 또 힘들어해서 엄마 혼자 네 삶을 잘 책임질 수 있을까 두렵고 무섭고 그랬었어.

그런데 딸을 잃은 어떤 할머니가 엄마한테 와서 이런 말씀을 해주시더라.

"자식을 잃으면 삶이 딱 막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남편을 잃으면 자식 생각에 앞만 보게 되요.“

정말 그날 이후 4년을 돌아보니 네 덕에 엄마 삶이 막히지 않고 앞을 보며 걷게 되었어.

4년 전 그 무렵 누군가 엄마한테 행복하냐고 물은 적이 있어.

그땐 그 질문을 듣자마자 엄마 가슴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어.

차마 행복하다고 말하질 못하겠더라.

그런데 엄마가 네게 "행복하니?"하고 물으니 "엄마, 난 매일 매일 행복해요."라고 웃으며 말했고, 실제 친구와 놀 때도 집에 있을 때도 잘 웃고 잘 지내고 정말 행복해 보였어.

혹시나 마음이 아픈데 표현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걱정되어 놀이치료도 갔었는데 상담 선생님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셔서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도 매일 행복하다고 말하는 네 모습을 볼 때마다 참 다행이다 싶어.

정말 고맙게도 시온이는 무뚝뚝한 성격인 엄마에게 먼저 다가와 사랑한다 말하고, 안아주고, 웃게 해주는 애교 많은 아이야.

네 덕에 엄마도 이젠 행복해.

사랑하는 사이에는 하품도 전염된다고 하더라.

네가 하품하면 엄마도 하품했었는데 행복도 전염되어서 엄마도 행복해지나 봐.

학교에서 가족을 주제로 수업하거나 아빠와 노는 아이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마음이 힘들 수도 있겠다 싶은데 지금까지 잘 받아들이고 생활해 줘서 고마워.

어릴 적 네가 "엄마는 아빠가 있는데 왜 난 아빠가 없어요?"하고 묻는 물음에 엄만 사실 마음 아팠어.

그래도 네가 상처받은 마음으로 살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다른 사람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또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처럼 시온이는 아빠가 돌아가신 거야. 이건 너무 특별하지도 이상한 일도 아니야."라고 말했었지.

그 대답을 어린데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 참 대견해.

그래도 사춘기가 오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싫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한 그런 마음이 들 수 있을 거야.

 그땐 그런 마음이 자연스러운 거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는 거니까 숨기지 말고 말해줬으면 좋겠어.

엄마가 도와줄 수 없을 땐 전문 상담 선생님이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구해서라도 시온이가 혼자 서있는 기분이 들지 않게 할게.

엄마는 매일 밤 잠든 네 모습을 보면서 아빠의 짧은 생은 너란 존재를 만들어 준 것만으로도 가치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잠든 네 머리 위에 손을 얹고 기도해. '네 삶이 평안하길..‘

그 시간이 엄마에겐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이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평안한 게 아니라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평안하면 평안한 거래.

9살 인생에서 5살에 아빠를 떠나보낸 큰일이 일어났더라도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평안한 것처럼 앞으로도 살아가는 삶에 큰일이 일어나더라도 하루하루가 행복한 네 삶의 행복이 줄어들지 않길 기도할게.

주변을 보면 가진 것도, 가족 수도, 집도 다르듯 모두가 동일하고 똑같이 가질 수 없는 걸 알고 있지?

아빠가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가족을 잃은 누군가를 이해하고 진정한 위로를 줄 수도 있고,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삶을 깨닫게 해줄 수도 있어.

앞으로의 너의 삶에 부족함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엄마가 함께할게. 그리고 응원할게.

엄마는 남편이 없고, 너는 아빠가 없으니 우리 서로 이해해 주고 응원해 주고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자.


너의 삶을 매일 축복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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