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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Dec 26. 2022

성하예 선생님께

초등(고학년)부 동상 - 이예나

성하예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선생님의 옛 제자, 이예나입니다.

 

  5학년의 새학기가 되어 설레어하던 날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6학년 1학기가 끝나가고 있네요. 선생님께서는 5학년 한 해 동안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꼭 공부 말고 다른 것을 말이죠. 저는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많이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더 늦어지기 전에 이번 기회를 빌려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제가 학교에 가는 것을 좋아하게 해주셨습니다. 저학년 때는 학교가 신기하기도 하고, 막 유치원을 졸업해서 학교가 이렇게 힘든 곳인지 몰라 마냥 학교 가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4학년 때부터 코로나 19가 시작되며 학교보다는 집 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져, 학교에 가는 것 역시 별로 안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정해진 등교 시간에 등교하지 못하고, 9시 전에 아슬아슬하게 학교에 도착하는 날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세 달, 네 달, 다섯 달이 지날 때마다 저는 점점 바뀌어 갔습니다. 2학기부터는 학교 가는 것이 이상하게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학교가 좋아서 매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 학교에 일찍 갔을 정도니까요. 


  저도 이런 저의 모습에 깜짝 놀라 왜 그런지 생각해보니, 선생님께서 재미있는 활동을 많이 해주신 덕분인 것 같았습니다. 예를 들면, 모둠 활동 같은 것 말이죠. 모둠 활동도 전에는 재미없고 귀찮았는데, 지금은 그런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모둠 활동을 하면서 협력하는 법을 배운 것은 물론, 코로나19 때문에 친구들과 하지 못했던 대화를 하면서 즐거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또한, 선생님께서는 저의 성격을 바꿔주셨습니다. 저는 원래 매우 내성적인 성격이었습니다. 그래서 발표하는 것을 정말 싫어했습니다. 발표할 때만 되면 너무 떨리고 심장이 크게 뛰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저의 이런 내성적인 성격을 고쳐주시고 싶으시기라도 한 듯, 매시간 꼭 시키셔서라도 제가 발표하도록 하셨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제 성격과 맞지 않아, 부끄럽지만 선생님을 원망하기도 했었습니다. 왜 저한테 이렇게 힘든 일을 억지로 시키시는지 몰랐죠. 하지만 저는 그 때, 제가 이만큼 발전할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선생님을 원망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비록 스스로 발표하지는 않지만, 발표를 시키면 다 하게 되었고, 발표하기 위해 교실 앞으로 나갈 때는 전혀 떨리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목소리의 크기가 전보다 더 커졌습니다. 전에는 아무도 듣지 못할 만큼 목소리가 작았는데, 지금은 적어도 목소리가 들릴 만큼 목소리가 훨씬 커졌습니다. 예를 들어, 6학년이 되고 나서 직접 발표 자료를 만들고, 발표 연습을 해서 교실 앞에 나가 발표를 하는 활동이 있었습니다. 반 친구들이 직접 평가까지 해주는 거라 많이 떨렸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떨림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반 친구들도 의외로 목소리가 크다 하며 발표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전체 18명 중 무려 4등을 했었습니다. 이 때, 저는 선생님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비록 힘들긴 했지만, 발표하는 경험을 많이 만들어주신 선생님 말이죠. 

  

  또, 5학년 때는 모둠활동을 끝나고 나서 항상 발표를 했었는데, 저는 학부모 참관수업 때의 일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돕니다. 저는 항상 학부모 참관수업 때에는 발표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습니다. 발표하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부모님들이 있어서 부끄러움이 배가 되어서 조용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든 사람이 발표를 해야 해서 저도 어쩔 수 없이 거의 강제로 발표를 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발표 전에 무척 떨렸습니다. 저는 발표가 끝나고 나서, 제 인생 최고의 쾌감을 맛보았습니다. 무언가 달성한 듯한 이 기분은 다시 느끼지 못할 만큼 엄청났습니다. 저는 이 사건 이후로, 발표하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만약 선생님이 없으셨다면, 상상도 하기 싫네요... 저는 아마 여전히 발표 공포증을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6학년이 되어 발표하는 활동이 더욱 많아졌는데, 예전의 제 성격이었다면 아마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고 지쳤겠죠...


  선생님께서는 1학년부터 5학년을 통틀어 최고의 선생님이셨습니다. 선생님을 만난 것은 12년의 인생 중 최고의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저가 이런 놀라운 발전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학교가는 것의 기쁨, 발표의 쾌감을 느끼게 해주셨던 선생님을 앞으로도 잊지 않고, 선생님께 받았던 사랑과 가르침을 마음속에 새기겠습니다. 지금까지 장문의 편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항상 건강하시고, 안녕히 계세요.


2022년 07월 12일 화요일

선생님을 존경하는, 이예나 올림




2022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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