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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Dec 22. 2022

나의 오늘은 형이 희생한 어제 때문이야! 형 고마워!

일반부 장려상 - 최광열

나의 오늘은 형이 희생한 어제 때문이야! 형 고마워!


  참 고마운 형!

  나의 오늘을 있게 한, 지난날 형의 희생이 아주 많이 생각나는 가을이야! 오래도록 이어지던 무덥고 습한 여름이 물러간 하늘에서는 마치 Never Ending Story처럼 연일 태풍 소식과 함께 가을비가 내리고 있어!

 

  형! 오늘도 나는 커피잔을 들고 창가에서섯 물끄러미 빗소리를 듣다가 시나브로 오래전, 안양 대홍수로 많은 사상자가 난 그날 밤 기적같이 살아돌아온 형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어. 지금은 기억의 책갈피에 넣어 둔, 옛이야기가 되었지만, 비만 내리면 나도 모르게 자꾸만 힘들었던 순간이 떠오르고 수차례 받았던 수술 부위를 어루만지곤 해. 내 안의 많은 상흔들엔 형의 고귀한 희생이 담겨있다고 생각되어 울컥할 때가 많아!

 

  참 미안하고 고마운 형! 내가 중학교에 올라가던 해였지. 형이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공장을 다니기로 했을 때 솔직히 이해하지 못했어. 아무리 힘들어도 공부는 계속했으면 했는데, 하지만 그러한 형의 결정이 어려운 가정과 매일 아파하는 동생의 수술비를 마련하고자 부득이하게 한 선택이었다는걸 시간이 흐른뒤 알게 되었어. 뒤늣게서야 나는 그런 결정을 해준 형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

 

  내게 선물같은 형!


  한창 꿈을 꾸고 배움의 배움의 길을 걸어야 하는 시기에 아침마다 집에서 먼 공장으로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던 형의 뒷모습이 지금도 이따금 떠오르곤 해. 그러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지고 미안한 생각에 눈물짓곤해. 당시형이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형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지 못한 내가 참 밉다(!)는 생각이 들곤 해. 스무살도 채 안된 어린 나이에 가정의 어려움과 장애가 있는 동생의 아픔을 짊어진다는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형에게 고개가 숙어지고 가슴이 먹먹해지곤 해. 그런 이유로 수술을 받고 건강을 찾은 이후에도 힘들어서 쓰러지려고 할 때는 언제나 형에게 부끄럽지 않은, 멋진 동생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담금질하곤 했어. 오늘에서야 비로소 형에게 고백할 수 있을 것 같아.

 

  형, 나의 빛나는 오늘은 형이 희생한 어제 때문이었어. 내가 인내하고 견디고 버티고 꿈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도 말이야. 형에게 늘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을 동시에 갖곤 했지만, 예순을 바라보는 인제야 비로소 내게 선물같은 형에게 편지로 가슴속에 책갈피 해두었던 마음을 전하려고 하니 다채로운 감정에 휩싸여지는 것 같아.

 

  내 삶의 지팡이가 되어준 형!

 

  형도 알다시피 내가 4살 무협 고관절이 위골되는 큰 사고를 당했지만, 치료의 적기를놓쳐 15년 이라는 긴 투병생활을 해야만 했어. 이후에도 후유증을 겪으며 가끔은 아파하기도 해. 그래도 더 목발 없이 걸을 수 있다는 생각에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니 견딜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것은 내게 필요한 아픔이었던 것이지.

 고등학교 1학년때였지. 아침마다 콩나물 시루 같은 통학버스에 올라타지 못해 하루에 5대에서 20대가량의 버스를 놓치고 힘겹게 학교에 가곤 했었어. 매일매일 학교가는게 너무 고통스러워 때로는 삶의 끈을 놓고 싶다는 유혹 앞에서 힘들었던 것 같아. 그때 다니던 공장에서 월급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고 집에서 쉬고 있던 형이 자전거를 구해와서는 두어달 학교까지 태워다줄 땐 정말 형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그때엔 잘 몰랐지만, 지나고 나니 형의 존재가 내게는 얼마나 크고 소중했는지 몰라.

 

  한번은 비가오는 날이었어. 비를 맞지 않으려고 형에게 우산을 씌워주느라 나도 비를 많이 맞았지. 그래도 학교에 가는 내내 비를 덜 맞으려고 형의 등에 바싹 붙어가면서 느낀 형의 온기는 지금도 잊히지 않아. 그때 느낀 형의 따스한 온기가 이후 내게 큰 힘이 되었고, 형에게 한번도 대들거나 다투지 않게 되는 이유가 된 것 같아.

 

  나의 길잡이가 되어준 형!

  

  대수술을 받았을 때나, 15년 긴 투병을 끝내고 목발없이 걷게 되었을 때도,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을 때에도 형에 언제나 곁에서 제일 먼저 기뻐하고 축하해주었지.

 

  형! 정말 고마워! 열여덟 살 봄, 세계단편문학전심을 사줘 감수성과 상상력이 피어나게 한 일, 열아홉살 봄, 목발을 벗고 다시 걸음을 내딛기 시작할 즈음 인천 자유공원에 데려가서 넓은 바다를 보여준 일, 교보문고에 데려가서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으라고 용기를 준일, 서울에서 제일 높다는 남산에 데려가서 서울을 보여준 일 등등. 형은 내게 무한한 용기와 호기심, 그리고 상상력을 자극하고 배움의 용기를 북돋아 주었어. 형은 정말 내 삶의 등대지기 같은 존재였어.

 

  넘어지고 깨어져서 힘든 날 많았지만, 지나온 날들 동안 형으로 인해 나는 쓰러지지 않은 오뚝이가 되었고 다음 세대를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할수 있는 나리까지 올 수 있었어. 형, 정말 고마워!

 

  나의 오늘은 모두 형의 희생한 어제 때문이랑 생각으로 가슴 깊이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파도처럼 밀려오네. 오래도록 형이 건강하고 함께 하는 날들이 많기를 소망하면서 이 가을이 가기전에 형과 따뜻한 커피 한잔하고 싶다.


2022년 가을이 시작되는 9월에 늘 동생 광열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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