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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Oct 25. 2023

교육의 길을 동행하는 우리 언니에게

일반부 장려 - 이서진

언니, 하나뿐인 동생 서진이야. 더운 여름 잘 지내고 있지? 내가 집을 떠나 타지에서 대학 생활을 하다 보니, 그동안 언니에게 받은 사랑과 지지가 많이 실감 나서 이 편지로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해. 언니가 스물두 살 사범대생이고, 내가 스물한 살 교대생인 지금 시점에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니까 재밌게 읽어줘. 평소 연락할 때는 줄임말·유행어·이모티콘을 주로 사용했지만, 여기에서는 예쁜 글씨로 또박또박 적어볼게.

사실, 난 항상 고민이 많잖아. 학창 시절부터 친구 관계, 학업, 미래 등등 별의별 고민거리들을 언니에게 상담하곤 했지. 그럴 때마다 언니는 내 이야기가 아무리 길어도 끝까지 듣고 공감해 주던 기억이 나. 요즘 언니에게 주로 말한 고민은 아무래도 ‘교육’이었어. 최근 교육계 관련해 여러 이슈를 보며 내가 좋은 교사가 될 수 있을지 복잡한 마음이었어. 언니도 고민이 많아 보였지.

그래서일까? 언니가 교권 향상을 위한 집회까지 다녀온 게 참 충격이었어. 난 주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교대생이면서 참여할 생각도 못 했는데, 언니는 혼자서 알아보고 광주에서 서울까지 간 게! 가기 전날 밤에 나한테 말했잖아. “동생이 초등교사 될 건데, 당연히 가야지. 한 명이라도 목소리를 내야 세상이 바뀌는 거야.” 그 말을 들으며 부끄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마음이었어. 나도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또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해 많이 고민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지.

요즘 방학이라 언니랑 많이 붙어있는데, 그래서인지 고등학교 때 추억이 새록새록 해. 그때 코로나가 심해서 나는 집에서 원격수업을 듣고, 수험생인 언니는 등교했었잖아. 아침잠이 많은 나는 출석 체크를 늦게 하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 담임쌤이 언니를 찾아가서 “네 동생 아직도 안 일어났다.”라고 하셨었지. 지금 생각하니 웃긴 추억이다! 사실 한 학년 차이인 언니 덕분에 학교생활을 하며 예쁨을 두 배로 받았던 것 같아. 언니가 내 동생 공부도 잘한다고, 귀엽다고, 예쁘다고 그렇게 자랑을 해놓아서! 언니를 가르치신 선생님들과 언니의 친구들에게 “네가 서현이 동생이구나?”라는 말을 들을 때면, 왠지 모를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더 열심히 했던 게 기억나네.

사실 즐거웠던 시간만큼 정말 많이도 싸웠지. 우리. 길게는 방학 내내 냉전이었잖아.

사춘기 때는 언니가 잔소리하는 게 짜증이 나기도 해서 대들고 싶었지만, 막상 곱씹어 보면 또 틀린 말은 아니어서 반박하지 못했었어.

그리고 내가 이번 여름방학에, 아동센터에서 교육봉사를 하며 느낀 게 있어!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며 잘못을 지적해야 할 때가 필연적으로 있잖아? 난 항상 엄마나 언니한테 혼나는 입장이라 몰랐는데, 이거 혼내는 사람도 참 마음이 편치 않더라! 사실 내버려 두면 나도, 학생도 서로 감정 상할 일 없잖아. 그런데도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고 싶어서, 또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서 아이들을 혼내고, 정색하고, 쓴소리도 하고...... 그러다 울리기로 하며 마음이 아프기도 했어. 더 성장한 모습을 보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기도 했고. 가르침이 헛되지 않았구나! 그런 내 모습에서 어느 순간 언니가 보이더라! 내 잘못을 봤을 때 모른 척하지않고 하나하나 지적해 주고 쓴소리 해준 거 고마워. 돌이켜보면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기, 약속에 책임지기, 말할 때 신중하기 같은 살면서 중요한 가치들은 언니와의 관계에서 배운 듯 해. 이런 점에서 언니는 내 선생님이기도 해!

사람은 내 세상을 넓혀준 자를 잊지 못한대! 말투, 패션, 좋아하는 야구팀 같은 사소한 것부터 꿈이나 가치관처럼 커다란 것까지, 언니는 내 세상에서 필수 불가결한 존재라고 생각해. 지금까지는 언니에게 많이 의지하고 기댔지만, 이제는 나도 언니의 짐을 나눌 수 있는 든든한 동생이 될게. 함께 행복한 순간을 향해 나아가자고!

가까운 미래인 가을에 가기로 한 대전 여행부터~ 다음 겨울방학에 가기로 한 몽골 여행 기억하지? 여행 그 자체로도 멋지겠지만, 내 생각과 느낌을 온전히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언니랑 함께라면 더욱 즐거울 거라 믿어.

먼 미래에 언니는 중등교사, 나는 초등교사로 지내고 있겠지?

자매로서도, 동료 교사로서도 시너지를 주며 성장하자.

힘든 일이 있더라고 희망을 품고 살아가고, 그 희망에 서로가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라.

이 편지를 계기로, 더욱 건강한 자매 사이가 되길 바라며!


동생 서진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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