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부 장려 - 홍유기
'코로나'라는 어둠이 우리에게 고통을 준 지 꽤 된 시기, 연일 뉴스에서 발표되는 사망자, 확진자 수에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그 비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에 마주하게 된 당신의 모습은 한 줄기 빛을 본 것 같은 희망을 주었습니다.
사실 그 당시 전 억지로 떠밀려 생활치료센터라는 곳에 자원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피하고 싶은 그곳, 자원하는 이는 없었고 눈치를 살피거나 권유해도 고개를 저었었죠.
그때 뚜렷한 부정의 표시도 하지 않았던 제가 가게 된 건 아마도 필연적이었던 걸까요? 전 너무나 두려웠습니다.
복귀 후 수북이 쌓일 일, 교대 근무로 밤을 새워야 하는 것.
하지만 가장 두려웠던 것은 혹시 나도 감염되어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 때문이었습니다.
혹 걱정을 끼칠까 싶어 부모님께도 친구에게도 비밀로 한 채 말이죠.
하지만 당신을 본 후 그런 생각은 점점 지워지고 있었습니다.
그곳엔 이미 많은 인력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입소자들의 음식을 담당하는 자, 건강 상태를 확인해 주는 의료인까지 각자의 임무에 충실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전 입소자들의 동선을 확인하는 CCTV를 주시하는 역할을 맡았고 그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청년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작은 영웅, 당신이었습니다.
공공기관도, 의료기관에서 나온 것도 아닌, 어떤 소속감도 찾을 수 없는 왜소한 당신의 모습은 괜히 공간만 차지하는 것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간혹 입소자들이 택배 물품을 주문하면 그것을 정리하고 건물을 청소하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잡다한 일들을 하는 것을 보며 그제야 그저 그런 보통의 일을 하는구나 하고 여기던 저였습니다
하지만 저의 그런 생각이 부끄러웠다는 걸 아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 중심엔 바로 당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10살이 채 되지 않은 아이는 갑자기 몸이 아프다며 울며 우리 직원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그땐 의료인들도 식사 후 쉬고 있던 터라 부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죠.
그렇다고 기관에서 파견 나온 우리 중 아이를 돌보기 위해 4층까지 올라가는 의지를 가진 이 또한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칫 코로나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울고 있는 아이를 외면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애절함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갔고, 우리의 속도 그만큼 더 타들어 가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모두가 낙담하고 있을 때 한 직원이 CCTV를 가리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바로 당신이 방호복을 입고 엘리베이터를 향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나를 포함한 모든 직원은 숨죽여 그 장면을 지켜보았고 당신은 4층에 도착해 울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이 앞에서 무릎을 꿇고 꼭 안아주었습니다. 우린 그 장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그 순간 우리도 당신의 품 안에서 그렇게 눈물짓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당신에게 전 무전을 외쳤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당신은 그 무전에 답하지 않고 방호복을 갈아입으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습니다. 그리고 뒤로 돌아 우릴 향해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언젠가는 이 힘겨운 코로나도 끝이 있을 거라는 걸 말이죠.
끝이 보이지 않던 그 암흑에서부터 약 2년여가 흘렀습니다.
처음엔 왜 내가 그곳에 오게 되었는지 자책했습니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이런 공간에 2주간 있게 되었단 사실을 부종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2주가 흐른 뒤 제게 그 시간은 행운이었단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는 당신이라는 작은 영웅을 보았고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배울 수 있었으니까요.
만일 시간을 되돌려 다시 생활치료센터에서 지원하겠냐고 누가 묻는다면 전 답하겠습니다.
'네, 마땅히 가야지요. 작은 손길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요.‘
작은 영웅이여,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어느새 나도 당신을 닮아가는 것을 보며 이렇게 미소를 짓고 잇는걸요.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 모습만은 분명히 기억하는 작은 영웅, 지금쯤 또 어딘가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이 떠오르는 건 아마 우리가 가장 힘든 시기의 사람이라는 내음을 선물해 준 당신 덕분입니다.
지금 와 생각해보니 당신은 작은 영웅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마음을 지녔으니까요.
세상 어딘가에서 당신을 닮고 싶은 한 청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