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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Oct 25. 2023

나의 가장 오래된 친구 엄마께

청소년(고등)부 동상 - 배미향

엄마, 저 엄마의 하나뿐인 보물 미향이에요!

초등학교 때 이후로 이렇게 진지하고 길게 쓰는 편지는 너무 오랜만이라서 어색하네요, 하하.

우리 요즘은 코로나19가 많이 풀어져서 강아지랑 같이 등산도 다니고 산책하러 나가고 있잖아요. 저는 이렇게 엄마랑 이렇게 소소하게 나가는 게 너무 행복해요!!

근데 그거 아세요? 우리 코로나가 막 터졌을 때 엄마가 수술하셨잖아요. 

저는 그때 코로나가 고맙게 느껴지더라고요. 

왜냐하면 전부터 엄마가 계속 무리하게 일하는데도 아픈 거 참으실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팠거든요. 

수술하라고 해도 하지 않으시더니 코로나로 일을 쉬시면서 몸을 챙기게 돼서 다행이었죠. 

우리 엄마 수술할 때, 보호자가 저뿐이었는데 미성년자라서 수술 동의서 싸인도 못해서 엄마 지인 찾아서 동의서를 작성해야 할 때 너무 미안하고 미성년자인 게 밉더라고요... 

그래도 엄마 수술 끝나고 내가 옆에 있어 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저에게는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그 순간이 더욱더 행복했던 게 엄마가 입원한 1주일 동안 저희, 병실에서 정말 많이 얘기하고 서로에게 의지했기에 더욱더 그랬던 것 같아요, 하하. 

저는 그때의 엄마 말씀이 하나하나 다 기억날 정도로 너무 소중하고 행복한 추억인 것 같아요

항상 일을 나가셔서 저녁에 들어오시고 바쁘게 사시다 보니 이렇게 얘기할 시간도 없었잖아요! 그래서 함께 오래 대화를 나눈 그날이 기억에 남았아요.

엄마가 입원하시면서 계속 저보고 “힘들면 집에 가도 좋아. 엄마는 괜찮아”라고 하셨잖아요. 

근데 저는 학교 끝나고 바로 병원 가고 또 새벽 6시까지 있다가 집 들러서 바로 학교에 가도 행복하더라고요. 제가 또 언제 이렇게 엄마에게 참 효녀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어요, 하하.

코로나 때는 우리 서로에게 의지했는데 지금은 의사가 더 이상 일하는 건 몸을 상하게 하는 거라고 경고해서 조금 두려웠는데 이제는 일을 안나가도 우리 생계비랑 장학금으로 그저 작은 행복을 누리면서 살아요, 하하. 저는 엄마가 무리해서 일하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었어요!

그리고 또 코로나 터지기 전에는 엄마 휴가 냈을 때를 맞춰서 여행 계획 짜기도 하고 둘이 함께 해돋이 보러 가자고 하고 기차여행 하자면서 여러 준비를 많이 했는데 이상하게 결국은 1년에 한 번 여행 갈 때마다 항상 목적지는 바다였잖아요. 

난 그래도 그 바다향을 맡을 때 너무 행복했는데 이제 코로나도 끝났으니까 기다려 주세요!! 

제가 고3 입시만 끝나면 방학 때마다 엄마의 여행 메이트가 되어드릴게요! 

우리 비록 지금까지 많은 힘든 일이 있었지만 행복으로 만든 것처럼 앞으로도 같이 행복한 추억 만들어 나가요~ 저는 엄마의 딸이기도 하지만 가장 오래된 친구이기도 하니까 더욱더 함께해야 해요.

전에는 가끔 동네 돌고 등산하면서 운동하는 것도 정말 소소하지만 큰 행복이었는데 코로나도 끝나가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으니 집 근처 산책뿐만이 아니라 어른이 되면 엄마랑 국내 여행도 가고 싶고 국내를 넘어 해외로도 떠나고 싶어요!

제가 전에 그렇게 말한 적 있죠? “엄마가 친구 같아서 너무 좋아요”라고. 저는 엄마랑 얘기하는 게 친구들과 얘기하는 것처럼 편하고 마음을 쉽게 털어놓아서 너무 좋아요. 

그래서 저는 나중에 엄마와 함께 여행을 계획할 때도 ‘모녀가 함께 떠나는 여행’인데도 단짝과 여행을 가는 것처럼 느껴질 것 같아요, 하하. 

제가 이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엄마와 저이기에 더 잘 맞고 엄마가 저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맞춰주기도 해서 이렇게 순간순간들이 행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사랑해요~

이렇게 편지로 행복한 순간들을 생각하고 기억하고 만들어 나가니까. 

저는 정말 엄마를 함께한 추억들이 모든 게 다 행복한 것 같아요! 그런 말이 있잖아요! 

가장 힘들 때 서로를 의지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말. 

우리도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봐요!! 

그럼 힘들었던 순간들도 행복했던 순간으로 변할 거예요. 

지금은 비록 옆에 있어 주기만 하고 엄마에게 위로 말고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딸이지만 저 꼭 간호사가 되어서 엄마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딸이 될 거예요!! 

그래서 엄마의 모든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드릴게요!

엄마, 사랑하고 또 사랑해요. 이 편지를 쓰다 보니 괜히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네요. 

엄마 이제 더 이상 아프시지 말고 저와 함께 미래의 행복한 순간들을 만들어 나가요.


엄마 딸 미향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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