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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Oct 25. 2023

To. 사랑하는 아빠에게

청소년(고등)부 동상 - 이효은

아빠 안녕? 잘 지냈어? 벌써 아빠 떠나보낸 지 3주씩이나 됐네.

요즘 날씨가 꽤 더워 아빠가 있을 땐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빠라는 거대한 그늘이 얼마나 편하고 안전했었는지 이제야 깨닫고 피붓결이 떨리도록 느끼게 됐어.

아빠 나 요즘 아빠랑 저녁에 맨날 집 앞 마트로 장 보러 갔을 때가 생각난다? 

아빠 일 갔다 와서 많이 피곤하고 힘들 텐데 엄마랑 딸들 맛있는 거 더 먹이겠다고 아이스크림이랑 과자랑 다른 맛있는 음식들 사러 나랑 같이 장 보러 가줬잖아. 

그 사소한 시간이 너무 그리워 그 사소한 시간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고 행복했었어. 괜히 나는 그때마다 아빠한테 “아빠~ 나 목마태워줘”라고 잔망 피웠는데 아빠 맨날 힘든 티 안 내고 “알았어~”하고 아파트 담장에 나 앉힌 다음 아빠 수그려서 나 목말 태워줬어. 

그땐 정말 뭘까 약 1m 높아진 내 시야는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였어.

아빠의 손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손잡이였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안전한 손잡이. 

우리 아빠 손 다시 한번만이라도 더 잡을 수 있다면. 

그땐 내가 너무 어려서 손이 작아 내 온기가 아빠를 위로할 순 없었지만, 고등학생인 지금 내 손은 더 커졌고 더 따뜻해져서 차갑게 얼어버린 우리 아빠의 고독한 마음을 내가, 내 손이 녹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아빠 살아계실 때 많이 표현 못 해 줘서 미안해, 우리 아빠도 노는 거 좋아하는데 맨날 우리끼리만 놀아서 미안해. 

맨날 용돈 용건으로만 연락해서 미안해, 많이 피곤하고 지치고 힘들었지. 많이 외로웠지. 

홀로 긴 외로운 싸움 이겨내느라 고생했어! 

우리 아빠. 나 멋진 어른으로 성장해서 아빠의 자랑스러운 딸이 될게 지금내겐 아빠가 너무 자랑스러운 것만큼... 

아빠 천국에서 푹 쉬고 우리 아빠가 좋아하는 맛있고 달콤한 음식들 많이 먹고 휴식 누리며 지내고 있어. 

지금 아빠의 모든 것이 그립지만 나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다 나도 갈게. 

그때 나보면, 우리 만나면 서로 아무 말 없이 서로 꼭 안아주자.

많이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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