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부 동상-신지연
안녕하십니까, 재판장님.
다름이 아닌 저는 성본 변경을 간곡하게 원하여 이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부디 제 이야기를 귀 기울며 들어주시고, 제 마음 깊은 곳의 간
절함을 헤아려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는 중학교 1학년,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하시면서 친아버지와 떨어져 지내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빈자리는 제 마음 한편에 커다란 공허함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두 딸을 혼자 책임
지고 키우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쉬지 않고 일하셨고, 저는 어린 여동생을 돌보며 학교와 학업 생활, 집안일 등 어머니 대
신 제가 할 수 있는 일에선 최선을 다하며 힘겹게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힘든 내색 없이 어른스러워야만 했던 그 시절, 저는 그저 친아버지를 한 번이라도 보고 싶다는 마음에 수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아버지께서는 결국 저를 보러 한 번도 와주시지 않으셨습니다. 그 힘들었던 무렵 어머니께서도 오랜 시간 홀로 생계를 책임지며 마음
속 깊은 외로움과 고단함을 혼자 감당해 내고 계셨습니다. 그러던 중, 어머니는 지금의 아버지를 만나셨고, 두 분은 서로의 삶에 따뜻한
위로와 서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기 시작하셨습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과 혼자 계시는 어머니를 챙겨주시는 그분의
모습은 어린 저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고, 그분이 저희 가족의 빈자리를 챙겨 채워주시기를 마음속으로 바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희 가족 그리고 저의 빈마음 한편을 채워준 분이 바로 지금의 아버지, 즉 제게 양부가 되어주신 분입니다. 그분은 제가 중학교
3학년 사춘기에 접어들어 학교와 진로 고민으로 감정이 예민하고 방황하던 시기에 제 곁을 묵묵히 지켜주셨습니다. 때로는 현명한 선생님
처럼, 때로는 든든한 아버지처럼 제 마음을 읽어주고 이해해 주셨습니다. 단순히 제 곁을 지켜주시고 곁에 있는 것을 넘어, 진정한 친구이자
선생님이자 아버지로서 제 삶에 모든 순간을 함께하며 제가 올곧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의 제가 있기
까지, 아버지의 사랑과 헌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함께한 시간이 별써 8년, 오랜 고민 끝에 지금의 아버지께서 먼저 양자 입양을 제안하셨고, 친아버지께서도 아무런 반대 없이
곧바로 허락해주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처음엔 '정말로 우리를 놓아버리신걸까' 하는 마음에 가슴이 아팠지만, 시간이 지나 나
이가 들수록, 저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친아버지 역시 여러 사정 속에서 저희를 붙잡지 못하고 놓아줄 수밖에 없었음을,
그것이 본인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을 생각하게 되자 마음이 더 아려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아버지와 함께한 시간은 저에게 너무나 소중했고, 저희 가족 모두를 위해서라도 양자 입양을 결정하는 것이
옳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저는 비록 지금까지는 법적으로 친아버지의 성씨를 사용해 왔지만, 제 마음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금의 아버지
진정한 '아버지'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 마음을 이름으로도 함께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성씨는 단순한 표식이 아닌, 8년이라는 시간의 여정을 함께 걸어준 아버지와의
연결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 이름 앞에 아버지의 성을 함께함으로써 진심으로 저를 친딸처럼 품어주신 그분께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앞으로도 그 인연을 끝까지 함께 이어가고자 합니다.
언젠가 제가 결혼하는 날, 많은 사람 앞에서 지금의 아버지를 당당히 "저의 아버지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지금의 아버지와 나란히
서서 그분의 손을 꼭 잡고 함께 걸어가고 싶습니다. 그 순간이 제게는 법적 절차 이상의 의미이며, 진정한 가족의 완성을 상징
하는 결정적 순간이 될것입니다.
이제는 이름이 그 사랑과 헌신이 닿은 이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 이름으로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며, 아버지께 받은 따뜻한 마음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의 진심이 닿기를 간절히 바라며, 부디 성본 변경을 허락해 주시기를 정중히 청원 드립니다.
2025년 7월 7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