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형에게

중등부 동상-박호겸

by 편지한줄

형, 안녕?

무더운 여름이 되니까, 작년 형과의 추억이 떠올랐어. 한여름에도 두꺼운

교복 외투를 껴입던 우리 둘이 말이야.

형도 생각나지? 사람들은 우리 형제가 한여름에도 두꺼운 교복 외투를 껴입고 다니는

걸 이상하게 여겼잖아. "이렇게 더운데 덥지도 않나?"하며 수근대는 목소리. 하지만 그렇

게 수근거리던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우리가 왜 옷을 그렇게 입는지는 몰랐을 거야.

사실 그건 2년 전 일어났던 사고 때문이었는데 말이야.

형, 나는 아직도 그날의 일이 선명하게 떠올라.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던 그때,

갑자기 강화유리로 된 샤워부스가 폭발하며, 산산조각 난 유리조각들이 내 몸 위로 쏟아졌던

일이 말이야. 급하게 병원에 가서 응급처치를 나눈 이후에도 나는 오랫동안 치료를 받았어.

다행히 다른 곳의 상처들은 잘 아물었지만, 오른팔에는 그날의 흔적들이 너무 선명하게

남아 버렸어. 그 이후로 난 여름이 되면 반팔을 입는 게 너무 두려웠어. 사람들의 시선이

내 상처보다 더 따가웠으니까.

그러다가 중학교에 입학했던 작년, 나는 여름에도 두꺼운 교복 외투를 걸치고 다녔어.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려도 나는 상처를 감추려고 지퍼를 끝까지 올렸어. 친구들이 "덥지 않아?"

하고 물어도, 선생님이 "이러다 쓰러지겠다."며 웃으셔도 나는 그냥 옅은 미소만 지었어.

그런데 형, 그날 기억나?

어느 여름날, 등교 준비를 하던 형이 갑자기 옷장 문을 열고 긴팔 교복 외투를 찾았잖아.

한참을 찾다가 늦가을에 입는 두꺼운 외투를 꺼내입고 나갈 때, 엄마가 말렸지. 그런데도

형은 "우리 반은 에어컨이 너무 세다"며 고집스럽게 그 옷을 입고 나갔잖아.

그런데 그날 이후 형도 나처럼 매일 긴팔 외투를 입고 학교에 갔지. 한여름의 등교길에서

땀을 흘리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으면서. 나는 그런 형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어.

'형은 추워서 입는 거겠지. 나처럼 흉터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서 나는 형이 흉터를

감추고 싶은 내 마음을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형과 하굣길이 겹쳤지. 평소에는 고등학생과 중학생의 하교 시간이

달라서 마주칠 일이 없었는데, 그날은 고등학교가 단축수업을 하는 바람에 같은 시간에

하교를 하게 되었어. 그런데 그날, 사람들 틈속에서 형이 금방 눈에 띄었어. 모두가

반팔을 입고 있는데, 형만 긴팔 외투를 입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때, 겉옷의 지퍼를 끝까지 내리고 손을 부채 삼아 바람을 불어넣고 있었어.

이마엔 땀이 맺혀있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른 채로. 누가 보아도 형은 더위에 지쳐

있었어. 그런 형이 나를 발견하자마자 급하게 지퍼를 올렸잖아. 그러면서 "요즘 냉방이

너무 세다. 밖에서 뜨거운 바람 쐬니까 좀 살겠다."며 웃어 주었어.

그 순간 나는 깨달았어. 형이 내 흉터도, 내 마음도 알고 있다는 걸. 그래서 나 혼자만

땀을 흘리지 않게, 나 혼자만 외롭지 않게, 일부러 같이 두꺼운 외투를 입어줬던 걸.

형, 그거 알아?

그날 이후 내 흉터는 단지 사고의 흔적만은 아니게 되었어. 형의 마음에 새겨진

자국이 되었거든. 처음엔 그냥 숨기고 싶은 상처였지만, 이제는 누군가의 사랑이

머문 자리가 된 거야. 형이 내 옆에서 같이 걸어주고, 같이 땀 흘려줘서 말이야.

형, 나는 올여름에도 긴팔을 입을 것 같아. 아마 형도 그렇겠지. 사람들은 또 이상

하게 생각할지도 몰라. 하지만 우리는 알아. 그 더운 외투 속에 담긴 마음을.

그런 마음을 알게 해준 형이 너무 고마워! 그리고 많이 사랑해!

2025 5월

형의 동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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