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tzroy
예전에 회사를 그만두고 무심코 런던으로 떠났을 때였다. 목적은 아주 단순했다.
유럽 축구를 보기 위해서..
가장 먼저 예약을 완료하였던 것이 항공권보다 축구 티켓이었으니 말 다한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티켓이 고가이다 보니 한 경기의 티켓은 구했으나 다른 경기까지는 볼 여유가 아니었기에 축구가 하는 날이면 저녁마다 펍에 들락날락거렸다.
그중에 아주 맘에 드는 펍이 있었고 그곳에서 일하는 아주 멋진 흑인 형님을 만났다.
내가 흑인 친구가 하나도 없어서였는지 그는 덴젤 워싱턴이 닮은 것 같았고 미소도 인자해 보였다.
그도 내가 머무는 동안 매일 같이 와서 그런지 몇몇 대화를 주고받았고 자리가 없을 때는 따로 자리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나는 그와 그곳이 너무 맘에 들어 게스트하우스의 동생들에게도 소개하여 주었었고, 내가 런던을 떠난 이후에 동생들에게 연락이 왔는데 펍에 갔더니 그가 내 안부를 물어서 연락을 했다고 하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참 별것 아닌 일이고 인연이지만, 또 한 번 간직해 보고 싶어 졌다.
동생들을 통해 이메일 주소를 받았고 그와 가끔 메일을 주고받곤 했다.
런던을 떠날 당시 빨라야 3-4년 안에 다시 오면 다행이라고 여겼는데 운 좋게도 1년 만에 런던에 다시 갈 기회가 생겼었다. 그래서 그와의 재회를 꿈꾸었으나 아쉽게도 그러지는 못했다.
하필이면 다시 그를 찾아갔을 때는 펍이 공사 중이었고 체류 중 거의 매일 같이 그 근처를 지날 때마다 들렸으나 공사는 끝나지 않았다. 설상가상 이메일 연락도 잘 되지 않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날 드디어 문을 열었으나, 그는 그다음 날 출근한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가 출근할 시간이면 나는 이미 비행기를 타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결국 직원에게 안부 인사만을 남긴 채 아쉽게 돌아서야만 했다.
정말 작은 인연이고 어찌 보면 필요 이상의 궁상맞은 행동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의 그 순간을 기억하기에 그가 나를 기억해 주길 바라며 또 엽서를 보내본다.
언젠간 내가 다시 그와 함께 축구를 보며 맥주 한잔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