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book 그 시작...

Sergio

by sukun

뉴욕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억지로 뉴욕행을 결정했던 때라 베이징행 경유를 하는 비행기를 탔다.

중국행 비행기를 타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날 따라 중국 승객들이 정말 많았다.

뒤늦게 내 옆 좌석에 승객이 앉았고 그 많은 중국 승객들 가운데 나와 내 옆좌석 남자만이 중국인이 아니었다.

유일한 외국인이라 그런지 동질감을 느꼈지만 영어를 정말 못하기에 말을 걸 수가 없었다.

그러던 도중 기내식이 나왔고 기내식 메뉴를 고르던 중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중학교에서 배웠던 영어 수준으로 Where are you from? 등에 단순한 영어로 겨우겨우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콜롬비아에서 왔으며 출장으로 중국에 간다고 했다. 콜롬비아 출신으로 그 또한 영어를 잘하지 못했다.

그는 휴대폰으로 사전을 찾아가며 나에게 질문을 했고 안되는 부분은 사진과 사전등으로 서로를 소개했다.

14시간의 긴 비행이었지만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를 나눴다.

비록 그 영어실력으로 어떻게 소통했겠냐마는

베이징에 도착해서 식사를 하자고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는 국내선 나는 국제선을 타야했다.

그렇게 짧은 만남이 아쉬워 메일주소를 주고 받았고 사진을 찍었다.

이 후 이메일로 가끔 그와 안부를 서로 묻곤 했다.

어느 날 이메일이 도착했고 업무상 중국 메신저를 하니 그가 나에게 아이디가 있느냐며 연락이 왔다.

나는 단순하게 그 메신저를 사용하지 않고 카카오톡을 사용하니 가능하면 연락처 추가를 해달라며 내 아이디를 보냈다. 정말 무례한 처신을 한게 아닌가 하는 찰나에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게서 카카오톡 대화가 왔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머나먼 남미에서 살고 있는 남자가 나와 연락을 하기 위해 한국메신저를 가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도 새롭게 다가 왔다.

현재도 역시나 서로의 언어와 시차의 문제로 그와 자주 대화하고 있지는 못하기에 그에게 기억에 남는 무언가를 선물해 주고 싶었다.

아무래도 머나먼 거리이고 어느 순간이면 서로 같은 장소도 아니고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지 않고 있기에 더 이상 할말도 남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유일한 한국인 친구이고 특별한 기억을 남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 Postbook의 발단이 되었다. 나는 타블렛을 들어 그를 그리기 시작했고, 부족한 영어지만 주변도움을 받아가며 적고 그것을 또 스페인어로 변환하는 작업을 거쳤다.

스페인어 전공자에게 물어보니 "어색하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이다"라는 답변을 듣게 된 후 엽서에 내용을 옮겨 적었고 잘 도착하게 될지 어쩌면 분실 될지도 모를 첫 엽서를 보내며 이 Postbook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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