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장터 당근마켓
당근마켓은 종종 해봤지만 번개장터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해본 것이 바로 루이비통 엽서북 덕분이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루이비통 엽서북에 폭 빠져있던 시점에 루이비통 엽서북을 검색하다 우연히 번개장터에 루이비통 엽서가 무려 100장이나 저렴하게 나온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2022년 8월이었다. 루이비통 시티가이드 100 루벤 톨레도의 100 postcards for city guide가 원 제품명이다. 내게는 루이비통의 두 번째 엽서북이다. 이 시티가이드 컬렉션은 여행 예술을 구현하고자 했던 창업자의 정신이 반영된 것이라 한다. 이 엽서북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이전에 1998년 시티가이드북에서 루벤 톨레도가 일러스트로 각 도시를 그려 도시를 소개했다고 하는데 그 그림을 모아 2011년에 엽서100장의 세트 형태로 재발행한 것이었다.
이 제품에 대한 히스토리는 전혀 알지 못한채 정가 15만원의 엽서북을 단돈 4만원에 구매했다는 희열감을 감출 수 없었다. 전 세계 도시의 일러스트 100장이 내 손안에 들어왔다. 마치 내가 도시로 떠나는 여행 티켓을 획득한 듯 엽서는 즐거움을 주었다. 베를린, 볼로니아, 더블린, 제네바, 제노바, 교토, 로스엔젤레스, 리옹, 마드리드, 밀라노, 오슬로, 포르투, 프라하, 도쿄, 상하이.. 아쉽게도 서울은 없었다. 내가 가본, 또 가고 싶은 도시들를 만날 수 있다.
루벤톨레도는 1961년 쿠바 하바나 출신으로 뉴욕 기반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작가다. 그의 부인 역시 이사벨 톨레도로 디자이너로 활동한다. 이 부부는 패션 분야의 공적을 인정받아 2005년 쿠퍼 휴잇 내셔널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고 한다. 박스는 루이비통을 연상하게 하는 진한 고동색이다. 박스를 열면 각 면마다 다른 형형색색의 컬러가 나를 반긴다. 이 엽서들은 학창 시절 공부할 때 썼던 5총사 형광펜 형광 노랑, 형광 파랑, 형광 초록, 형광 핑크, 형광 주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박스를 채운 이 색상은 100장의 엽서에서 쓰인 색상과 동일하다.
마천루가 멋들어진 홍콩, 인민공화국이라는 한자가 보이는 베이징, 백조가 유유히 떠다니는 합부르크, 아크로폴리스에 모인 사람이 보이는 아테네, 작년 딸과 땀을 뻘뻘 흘리며 백오십개 계단을 올랐던 밀라노 대성당의 모습까지 손바닥만한 한 장에 담겨있다.
엽서 한 장으로 그 도시를 여행할 수 있다니 가성비 갑인 엽서수집이다.
넉넉하지 않은 신세인지라 지금은 이 도시들을 모두 가지 못하지만 언제든지 내가 원할 때 루이비통 시티가이드 엽서북을 꺼내 대리여행을 할 수 있어 위로가 된다. 오늘은 어느 도시로 여행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