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수학을 전공하면서 느낀 기쁨과 좌절

by 늦깎이대학원생

순수수학을 전공하면서 느낀 기쁨은, 아주 작은 순간에 찾아옵니다. 며칠, 혹은 몇 주를 붙잡고 고민하던 문제가 어느 날 갑자기 풀리는 순간입니다. 마치 안 보이던 길이 갑자기 열리듯, 그동안의 시행착오와 막혔던 생각들이 한 점으로 모이며 답이 드러납니다. 그 순간의 짜릿함은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누군가의 박수나 성적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풀어냈다는 확신이 주는 깊은 만족감이죠.


하지만 좌절의 순간도 그만큼 많습니다. 순수수학의 세계에서는, 하루 종일 씨름했는데도 아무 진전이 없거나, 오히려 전날 이해했던 개념이 다시 모호해지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한 번은 한 달 넘게 연구한 증명이 잘못된 가정 위에 세워졌다는 걸 깨닫고,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때 느낀 허탈함은 꽤 오래갔습니다.


또, 순수수학은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적습니다. 그림이나 실험처럼 형태로 남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서만 완성되는 경우가 많아 외부에서 그 과정을 이해받기 어렵습니다. 때로는 “그걸 배워서 어디에 쓰나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 답을 찾는 게 쉽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수학을 전공하는 건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세상에 직접 쓰이지 않더라도, 인간의 사고를 확장시키고 논리의 경계를 넓히는 작업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기쁨과 좌절이 번갈아 찾아오지만, 그 사이에서 저는 매번 조금씩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멀리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늦깎이 대학원생의 하루 루틴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