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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서 Apr 17. 2018

세월호 세대의 아이들과 희망

<관촌수필> 이문규

"세월은 지난 것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새로 이룬 것을 보여줄 뿐이다. 나는 날로 새로워진 것을 볼 때마다 내가 그만큼 낡아졌음을 터득했다. 때로는 서글퍼하기도 했으나 무엇이 얼마만큼 변했는지는 크게 여기지 않는다. 무엇이 왜 안변했는가를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 이문구, 『관촌수필』


세월호가 가라앉은 지 4주년의 월요일 입니다. 어떤 하루를 맞이하고 계신지요. 저는 가슴에 노란 리본 하나를 달고 담담히 학교로 출근을 했습니다. 평소 듣던 라디오의 뉴스 채널도 오늘은 틀지 않았습니다. 그저 조용히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라는 단어 속에서 소설 『관촌수필』의 한 구절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다만 새로 이룬 것을 보여줄 뿐이다.’ 저는 학교 현장 속에서 세월호의 침몰이 단순히 과거가 아니라 그로 인해 이루어진 것들을 매일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쌤, 저희는 세월호 세대예요.” 지금 담임으로 만나고 있는 반의 소영이가 꼭 제게 1년 전 해준 말입니다. 스스로 세월호 세대라 말하는 아이들, 자신들의 삶이 그 사건으로 무엇인가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세월호는 지난 것이 아닌 지금 아이들에게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주었습니다.


“학교에 신문을 비치해 주세요.”

“정기적으로 뉴스를 틀어 주세요.”

그런 요구 덕에 ‘한겨레 신문’과 ‘조선 일보’는 지금 학교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매일 저녁 7시면 교실 한 곳에서 뉴스가 나옵니다. 전교생이 80명 남짓인데 20여명 정도는 꾸준히 뉴스를 들으러 옵니다. 제가 매일 보고 있는 ‘새로 이룬 것’이 눈 앞에 있습니다.


‘세월’이란 단어를 ‘세월호’로 바꾸어 조용히 입 밖으로 꺼내 봅니다. 세월호 4주기, 단순히 추모를 너머 세월호 세대의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겨주어야 할지를 생각합니다. 그럴 때 『관촌수필』의 마지막 문장이 제게 답을 해 줍니다. ‘무엇이 왜 안변했는가를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4년이 지나는 동안 바뀐 것들은 참 많습니다. 촛불도 들었고 정권도 바뀌었습니다. 그렇지만 미래는 희망하지 않는 것들을 결코 가져다 주지 않기에 지독히도 바뀌지 않는 것들이 바뀌는 희망을 꿈꾸어 봅니다. 고3이 입시로 자살하지 않는 세상, 집과 학원의 반복이 이루어지지 않는 세상, 아이들이 하교하면 가족과 저녁을 함께 먹으며 도란거리는 세상.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으면 그 안에서 선생님들도 상처받지 않겠지요. 아픈 아이들이 참 많은 세상입니다. 세상은 바뀌어가고 기술도 발전해 가지만 지독히도 바뀌지 않는 것이 얼마나 많을까요?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앞으로 변할 미래를 이 아이들과 그려갈 것입니다. 그게 교육의 희망 아닐까요?


세월호 세대라 말하는 소영이에게 제가 교사로서 그리고 어른으로서 답을 줄 의무가 있습니다. 희망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는 이렇게 추모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말입니다.


조용한 4월, 많은 것이 바뀌어도 저와 여러분에게 여전히 바뀌지 않는 일들은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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