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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서 Aug 02. 2018

꿈꾸지 않는 순간 노인이 된다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두 눈을 제외하면 노인의 것은 하나같이 노쇠해 있었다. 오직 두 눈만은 바다와 똑같은 빛깔을 띠었으며 기운차고 지칠 줄 몰랐다.
 

지금의 학교에 취직했을 때 교장선생님께서 처음 물으신 질문이 생각납니다.

"한성종 선생님은 꿈이 뭔가요?"
교사를 꿈꾸었고 학교에서 근무를 하게 되면 꿈대로 살게 되는 셈인데 그 순간에 꿈을 묻는다니. 
순간 머릿속에는 학생들과 잘 지내고, 수업을 열심히 하고, 돈도 모으고, 결혼도 한다는 등의 답들만 떠올랐습니다. 
결국 나는 "우선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이제 열심히 꿈을 보이는 것으로 답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저는 돈을 벌고 적금을 들고 차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적당히 돈을 따로 떼어 여행도 다니고,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찾아 현실 속에서 소소하게 생활인으로의 삶을 가꾸어 나갔습니다. 직장에서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으며 나에게도 부족하지 않은 만족과 보상을 주기위해 '삶의 균형'이라는 이름으로 보상을 주기도 했습니다. 

<노인과 바다>에서 산티아고는 노쇠했습니다. 무려 84일간 고기를 잡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85일 째엔 적합한 날이라며 눈을 빛내며 바다로 나갑니다. 눈이 빛나는 산티아고를 만나는 순간 저는 그에게 '노인'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었습니다. 교사가 꿈이라며 빛내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물론 아이들을 만날 때에 제 눈이 빛나지 않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꿈이 여기서 멈추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저는 과연 '젊은이'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육체적으로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더이상 꿈꾸지 않고 안주하고 자족하는 것이 바로 노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해가 지려면 아직 두 시간이나 남았고, 어쩌면 그때까지는 고기 놈이 올라와 줄지 모르지. 만약 그때까지 올라와 주지 않는다면 달이 떠오를 떄까지는 올라와 주겠지. 또 그때까지도 올라오지 않는다면 내일 아침 해가 뜰 떄는 올라와 주겠지. 지금 내 몸엔 쥐도 나지 않고 기운이 팔팔 흘러넘치고 있어. 입에 낚시바늘이 걸려 있는 건 저놈이야."

85일째의 기다림 속에 청새치가 노인의 바늘에 걸립니다. 잡았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가능하다고 꿈을 꾸고, 기다리고, 끈질기게 투쟁합니다. 산티아고는 더이상 노인이 아닌 순간입니다. 상어의 공격으로 결국 빈 손으로 돌아가지만 잡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가능한지 재어보고 실현가능성을 따진다면 10, 20대 이후에는 정말로 꿈을 꿀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산티아고는 저에게 말을 해주었습니다. 불가능을 염두해 두는 순간 꿈은 꿀 수 없다고요. 

만약 교장선생님께서 다시 제게 꿈을 묻는다면 이제는 대답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지금 저는 삶에 충실하지만 새로운 꿈을 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언제나 산티아고처럼 빛나는 눈으로 가능성을 향해 응시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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